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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연 Aug 14. 2024

따뜻한 과학 전문서점 '따과'  

분야별 과학책 가득... 클래스와 강연

저에게는 예술가 친구가 한 명 있는데 그 친구는 가끔 제가 인정할 수 없는 말을 하고는 했죠. 예를 들어 그는 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이며 "이 꽃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라고 하면 그건 저도 인정합니다. 그러면 그 친구가 "예술가인 나는 이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알 수 있지만, 과학자인 자네는 꽃을 분해하여 분석하기 때문에 아름다움을 잃어버리게 되잖나."라고 덧붙이는데 이럴 때 보면 이 친구가 정신이 나갔나?라는 생각이 들죠. 


우선, 그가 보는 아름다움은 저를 포함해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인데 저의 심미안이 그 친구만큼 세련되지 않았을지는 모르겠으나 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정도는 되거든요. 하지만 저는 동시에 그 꽃에서 그가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꽃 속에 있는 세포들을 상상할 수 있는데 그 세포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들 또한 아름다움을 내포하고 있거든요. 아름다움은 1센티미터 크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죠. 그보다 훨씬 더 작은 차원의 세계에도 아름다움은 존재하니까요. 그 내부 구조 속에도 말이죠. 


꽃이 색깔을 띠도록 진화한 이유가 수분(가루받이)해 줄 곤충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는 곤충들이 색깔을 구분할 수 있음을 의미하니까요. 그러면 이때 의문이 생기는데 그렇다면 '하등 생물체들도 인간처럼 미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는가?' '왜 미적 특질을 가지고 있는 거지?'와 같은 흥미로운 질문들은 과학지식이 꽃에 대한 흥미와 신비로움, 그리고 경이로움을 더 돋보이게 한다는 걸 보여줍니다. 과학지식 덕분에 오히려 감상에 득이 되는데 방해가 된다니요. 




노벨상을 수상한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인터뷰에서 남긴 내용이다. 이걸 보면서 참 어찌나 부끄럽던지. 왜냐면 저 내용에 나오는 예술가 친구(난 예술가 아니지만) 멘트가 정확히 내 생각과 같아서였다. 세포니 원자니 운운하면 낭만을 깨는 언행이라 여기던 나. 과학은 오로지 수능에서 풀어야 할 문제 이상도 이하도 아녔던 나에게 리처드 파인만의 말은 엄청난 울림을 줬다. 


그 뒤로 이 유머러스한 과학자 양반에 꽂혀서 책을 찾아 읽고 영상을 뒤져보곤 했는데 사실 이 영상을 찾아보게 된 계기도 어찌 보면 자발적인 것이 아니다. 우리 딸 때문이다. 꿈이 야무지게도 '세상을 구하는 과학자'라는 딸. 생물 분류학에 관심이 많은 딸은 과학책을 읽고 유튜브를 구독하며 과학의 눈으로 세상 보는 법을 알려줬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딸이 그렇다는데!! 귀 기울여 듣다 보면 '어떻게 저런 걸 잘 알지?' 하는 기특한 마음에서 점차 나도 그 내용에 빠져들어가는 걸 느끼게 됐다. 


그렇게 찾고 찾은 곳이 바로 일산에 있는 과학 전문 책방 '따과'다. 따과는 따뜻한 과학의 줄임말로 서울대병원 연구원을 지내신 분이 사장님으로 계시는 책방이다. 과학 관련 서적이 가득한데 물리, 지구과학, 화학, 생물 환경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특히 초등학생 아이 둘을 키우는 나로선 반가운 것이 아이들이 가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 많다는 점이다. 


 

들어가면 오른쪽에 있는 따과 카운터. 음료와 간단한 빵 등을 파는데 카페를 겸하고 있는 책방이라 더 여유로운 느낌이다. 


과학적인 원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아이템들이 곳곳에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자기부상열차처럼 둥둥 떠있는 카운터 위 둥근달도 그렇고. 오른쪽 끝에 세워진 스탠바이미에서는 어플이 작동되고 있어서 얼굴이 앱으로 다양한 효과가 적용돼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속이 훤하게 들여다보이는 피아노. 손님이 한 명도 없는 시간대여서 조심스레 여쭤봤더니 쳐도 된다고 해주셔서 잠시 건반을 두드리고 안에 어떻게 움직여 소리가 나나 지켜보았다. 


따뜻한 과학이란 이름답게 여기 사장님은 정말 따뜻한 분이었다. 온화한 말투, 웃음 짓는 표정, 과학에 없던 관심도 사장님의 그런 미소와 배려라면 생길 것 같다. 


우리 집 둘째의 소원이 '원 없이 같이 과학 이야기할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는데 그래서 생각한답시고 영재원이니 학원을 알아봤지만 결국은 아이의 순수한 호기심을 푸는 데 그렇게 좋지 못한 방법 같아서 접었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여기 과학 프로그램을 다녔었는데 아이는 지금도 틈만 나면 "따과 가요"라고 이야기할 만큼 이곳을 사랑하게 됐다. 문제는 우리 집에서 거의 45분을 차로 달려야 해서 자주는 못 간다는 것이다. 


아이가 참여했던 따과의 과학 프로그램. 이론을 배우고 직접 실험해 보고 친구들과 같이 
한쪽에 마련된 영어책 코너. 누워 해먹에서 책을 읽어도 되고 인디언텐트 안에 들어가서 읽어도 된다. 곳곳에 가득한 배려.


정말 좋은 책들만 어쩜 이렇게 쏙쏙 뽑아놨는지 신기했다. 보통 전집류 중에서도 내용이 튼실하고 디자인도 잘 빠진 책들은 찾기가 힘든데 여긴 그 둘을 충족하는 책들이 많았다. 어른들을 위한 단행본도 많다. 사장님께서 환경이 관심이 많으셔서 아예 환경제품만 파는 코너도 있었다. 아무래도 과학을 공부하다 보면 환경과 떼려야 뗄 수 없어서일 것 같다. 그래서 우리 딸도 결국 그냥 과학이 아니라 '세상을 구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한 게 지속 가능한 발전이 필요해서다. 


'따과'같은 책방이 더 많아져서 과학에 순수한 호기심을 느끼는 아이들의 마음이 시험에 다치지 말고 굳건해지길 바란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ddagwa_books/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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