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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궁리인 Jul 27. 2022

멋있게 하고 싶었는데

나를 키운 교육팀

 

역시 그랬구나!


 달 전에 P임원을 모시고 나의 퇴직 환 모임을 했다. 오래전 같은 프로젝트팀 일원이었는데, 야근과 특근은 일상이었다. 그런 고생 탓인지 몇 년에 한 번씩 보곤 했다. 


 술잔이 몇 순배 돌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P임원은 교육팀장에 자신이 K를 추천했었다고 한다. 교육팀에 근무할 때 총괄 임원으로, 나의 교육에 대한 열의와 성과를 잘 아는 분이 비전문가인 그를 천거했었다는 말에 연신 술잔을 들이켰다.




#1  기업 교육도 전문 분야


 은퇴한 지 6개월이 훌쩍 지났다. 몇 번의 이직 제안도 받았지만, 30년 가까이 한 회사만 다녔다.


 교육, 운영, 현장 영업, 영업 기획, 신시장/상품 개발, 마케팅 등 다양한 경험은 자신을 성장시키고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워 준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어학 전공자로서 영업이나 마케팅도 의외로 나에게 맞다는 것도 알게 되고, 그야말로 회사 일에 빠져서 회사 인간으로 살다시피 했다.


 업무마다 흥미와 보람을 느꼈지만, 가장 적성이 맞았던 것교육팀이었다. 신입 때 첫 부서도 교육팀이었는데 많이 부족했지만 하루하루가 즐겁기만 했다.


 진로 고민이 많던 시기였기에, 아마 다른 부서에서 첫출발을 했다면 어떻게 인생이 흘러갔을지 모를 일이다.


 연수원 복도를 거닐 때의 가슴 뛰는 느낌과 강의 시에 공감하고 경청하던 직원들의 눈망울이 그립다.


 16년여에 이르는 부서장 생활을 했는데, 임원이 안 된 것보다 교육팀장을 못하고 은퇴한 것이 가장 아쉽다.


 내가 생각하는 교육 부서장의 역할과 책무가 경영진이 생각하는 것과는 상당한 시각차가 있었던 듯하다.



 엄연히 교육 업무회계, 데이터 분석 등처럼 전문성과 깊이가 필요하다. 교육팀 조직 문화 등 경영을 서포트하기 위한 팀으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이는 과거로 퇴행하는 길이다.


 

#2  직원 성장과 성과 창출이 재밌더라


 다른 회사와 통합한 적이 있었다. 같은 장이 2명일 수 없으니 젊은 장들이 자리를 물러나야 했다.


 성과는 비할 데가 없으나 어쩌랴 싶어, '그래 쉬어 가라는 뜻인가 보구나' 하고 미안해하는 임원에게 교육팀 근무를 희망했다.


 뜻대로 십여 년 만에 친정인 교육팀으로 배치됐다. 팀장도 직무교육을 맡아달라 했다.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현장 중시>, <역량강화>, <성과창출>을 3대 중점 추진방향으로 삼아 신나게 과정을 개발, 운영했다.


 교육팀에서 전 직원 대상 조직문화 교육 개발 등 대부분을 경험했지만 가장 보람 있었던 것은 현업 담당자들과 연계해 직무교육 과정을 개발한 일이었다.


 밤늦게까지 치열한 토론 끝에 교육 필요점을 도출하고 세부적인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시간들이 소중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에 띄게 실적이 신장되었을 때의 그 이란... 현장에 꼭 필요한 실전형 교육을 지향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했다.


 

 이런 성공 체험은 큰 자산이 되었고, 마케팅 등 직무 교육과정 체계를 수립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3명밖에 안 되는 팀원들이 벅차기도 했을 거 같다.


 벌이기 좋아하다 보니, <비서 과정>까지 개발해 진행했다. 외부 강사의 강의는 물론 고숙련 비서를 활용한 업무별 상향 표준화가 중요하다고 보고 교육에 적극 녹여냈다.


 <지점장 교육>도 운영했는데, 초임 부서장이거나 현장 경험이 일천해 고생하는 것을 보고, 조기에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과정을 개발했다.


 "지점은 처음이라 막막했는데 자신감이 생겼다"는 고참 부장의 말에 보람을 느꼈다.



#3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년 전, 연말 인사철이 되자 동료나 후배들이나,


 "경험으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교육팀장은 부장님이 1순위네요"하니 내심 기대가 컸었다. 그러나 또다시 경험이 전무한 후배가 임명되는 것을 보고 교육장을 바라보는 경영진의 시각을 다시금 알 수 었다. 그저 전 직원 대상 조직문화 교육을 잘 수행하는, 다루기 편한 팀장을 바랄 뿐인 것이다.


 평소 공개 석상에서도 '바른말을 많이 하고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내가 부담스럽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팀은 경영진의 철학을 직원과 공유하도록 해야 하지만 그것이 부서 업무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나치면 친위대나 다름없다. 시장과 업계의 흐름을 읽고 새로운 지식과 스킬을 학습하도록 해, 직원들을 성장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영업 부서에 근무할 때, 어느 연수원에서 업계 타사의 직무 교육을 접한 적이 있었다. 그 수준과 깊이가 우리 회사보다 훨씬 앞서고 있었기에 위기감이 절로 느껴졌다. 십여 년 이상 직무 교육은 뒷전에 밀려있으니 그럴만했다.


 역사를 보더라도 신이 지나치게 득세하거나 반대로 무신이 발호하면 앞날이 그리 밝지 못했다. 경영 교육과 직무 교육이 균형 있게 이루어져 교육부서가 본래의 소임을 다하도록 하는 것이 경영진의 할 일이다. 


 4차 혁명의 험난한 파고 속에서 지금이야말로 직원의 역량을 키우고 성과를 창출해야 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전 직원 대상 교육 같은 경영 교육도 필요하겠지만, 사람의 힘을 믿고 실전형 인재를 키우는 길이 기업 교육의 지향점이지 않을까?


 장은 되지 못했어도 교육팀은 나를 크게 성장시킨 터전이었다. 배움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강사로서의 가능성과 자신감을 배양할 수 있었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업무 특성상 많은 동료들을 알게 되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던 점이었다. 이 또한 여러모로 부족한 나에게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아쉽기도 하지만 괜찮다. 교육의 바다에서 맘껏 호흡하고 함께 했으니 그것으로 충분다.



이미지 출처 : 제목 - tvN, #1 #2 #3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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