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대로 십여 년 만에 친정인 교육팀으로 배치됐다. 팀장도 직무교육을 맡아달라 했다.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현장 중시>, <역량강화>, <성과창출>을 3대 중점 추진방향으로 삼아신나게 과정을 개발, 운영했다.
교육팀에서 전 직원 대상 조직문화 교육 개발 등대부분을 경험했지만 가장 보람 있었던 것은 현업 담당자들과 연계해 직무교육 과정을 개발한 일이었다.
밤늦게까지 치열한 토론 끝에 교육 필요점을 도출하고 세부적인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시간들이 소중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눈에 띄게 실적이 신장되었을 때의 그 감정이란...현장에 꼭 필요한 실전형 교육을 지향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했다.
이런 성공 체험은 큰 자산이 되었고, 마케팅 등 직무 교육과정 체계를 수립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3명밖에 안 되는 팀원들이 벅차기도 했을 거 같다.
일 벌이기 좋아하다 보니, <비서 과정>까지 개발해 진행했다. 외부 강사의 강의는 물론 고숙련 비서를 활용한 업무별상향 표준화가 중요하다고 보고 교육에 적극 녹여냈다.
<지점장 교육>도 운영했는데, 초임부서장이거나 현장 경험이 일천해 고생하는 것을 보고, 조기에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과정을 개발했다.
"지점은 처음이라 막막했는데 자신감이 생겼다"는 고참 부장의 말에 보람을 느꼈다.
#3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몇 년 전,연말 인사철이 되자 동료나 후배들이나,
"경험으로 보나실력으로 보나교육팀장은 부장님이 1순위네요"하니 내심 기대가 컸었다. 그러나 또다시 경험이 전무한 후배가 임명되는 것을 보고 교육팀장을 바라보는 경영진의 시각을 다시금 알 수 있었다.그저 전 직원 대상 조직문화 교육을 잘 수행하는, 다루기 편한 팀장을 바랄 뿐인 것이다.
평소 공개 석상에서도 '바른말을 많이 하고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내가 부담스럽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팀은 경영진의 철학을 직원과 공유하도록 해야 하지만 그것이 부서 업무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나치면 친위대나 다름없다. 시장과 업계의 흐름을 읽고 새로운 지식과 스킬을 학습하도록 해, 직원들을 성장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영업 부서에 근무할 때, 어느 연수원에서 업계 타사의 직무 교육을 접한 적이 있었다. 그 수준과 깊이가 우리 회사보다 훨씬 앞서고 있었기에 위기감이 절로 느껴졌다. 십여 년 이상 직무 교육은 뒷전에 밀려있으니 그럴만했다.
역사를 보더라도 문신이 지나치게 득세하거나 반대로 무신이 발호하면 앞날이 그리 밝지 못했다. 경영 교육과 직무 교육이 균형 있게 이루어져 교육부서가 본래의 소임을 다하도록 하는 것이 경영진의 할 일이다.
4차 혁명의험난한 파고 속에서 지금이야말로 직원의 역량을 키우고 성과를 창출해야 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전 직원 대상 교육 같은 경영교육도 필요하겠지만, 사람의 힘을 믿고 실전형 인재를 키우는 길이 기업 교육의 지향점이지 않을까?
팀장은 되지 못했어도 교육팀은 나를 크게 성장시킨 터전이었다. 배움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강사로서의 가능성과 자신감을 배양할 수 있었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업무 특성상 많은 동료들을 알게 되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던 점이었다. 이 또한 여러모로 부족한 나에게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