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1일째) 당신의 직업은 무엇입니까?

나는 누구인가?

by 미정
더 이상 직장에 다니지 않기 때문에 입국 심사 등의 직업 란에 무엇으로 내 정체성을 기록하는 것이 나을지 물어보는 거야. 단순히 무직이라 적는 것이 나을까?


공항은 언제나 설렌다. 그런데, 이번에는 쓸데없는 걱정거리가 생겼다.

대부분의 직책자의 MBIT가 ISTJ 또는 ESTJ라고 한다. 성향에 따라 I 또는 E로 나뉠 뿐, T 가 기본이라는 것이다. 닭이냐 달걀이냐인데, 그런 성향의 사람이 직책자가 되거나, 그렇게 훈련된 결과일 수도 있다. 어쨌든, 나는 그중에서도 대왕 T 다.


희망퇴직이라는 말을 들음과 동시에 '슬픔'이나 '분노' 보다는 사소하다면 사소하고, 의미 없다면 정말 의미 없는 두 가지 실존적인 고민부터 했다.


하루 세끼를 어떻게 해결하지?

앞으로 금융거래나 입출국을 할 때, '직업'을 뭐라 해야 하지?


구글 제미나이는 절대로 '무직'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는 조언을 했다. 몇 번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내린 결론은 Investor (투자자) 다. 직장을 다닐 때는 '전업 투자자'를 직업으로 생각도 안 했지만, 따지고 보면 워런 버핏 Warren Buffett 도 전업 투자자다. 나는 MBA 학위도 있고, CFA 레벨 1 합격증도 있으며, 한국과 미국 주식, 채권 심지어 금과 은, 엔화까지 섭렵한 포트폴리오가 있다. 다만, 더 이상 재테크나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직업적 활동'이자 생존이 됐다.


이제는 KPI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연 수익률로 평가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올해는 미국-이란 전쟁으로 손해를 안 보면 다행인 수준으로 유지 중이다. 예전에는 월급이라는 현금흐름이 있어서 마이너스가 돼도 부담감이 없었는데, 이제는 생존과도 관련한 실존적 활동이 됐다.


(오늘의 책)


달리기를 주제로 한 책을 연달아 읽었다. 최근 유퀴즈에도 출연한 서울 보라매병원의 정세희 교수의 책이다. 뇌를 치료하는 교수이자, 20년을 넘게 달린 러너로서 달리기가 뇌에 미치는 효과를 적었다.


달리기는 망각 과정을 도와 부정적 감정에 잠식당하지 않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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