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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투른 진심 Apr 05. 2024

#1. 청천벽력

2023년 12월 5일

엄마는 59세이다.  

엄마가 내년 봄부터 시니어대학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시니어대학 다니면서 내 고장난 노트북을 고쳐 쓸 거라던 엄마 말이 문득 떠올라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노트북 고쳐 쓰지 말고 “내가 하나 사 줄게~”라고 말하려고 하던 참이었다.


“엄마 어디야?”

“주원아~ 엄마 지금 병원에 왔다.”

“응? 왜?????”  

“아니 ~ 요 두세달 전부터 배가 빵빵하니.. 배가 부르더라고.. 중년 뱃살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가슴 밑부터 배꼽까지가 딱딱해져서 혹시 몰라 산부인과 왔어 지금. 근데 뭐 별일 있겠어?”

대학병원 간호사로 일하는 나는 배가 “딱딱해졌다”라는 말에 심각해졌다.

물렁해야할 피부가 '딱딱하다'는 건, 가벼운 증상이 아니였다.


“엄마 ~ 산부인과 검사 받고 꼭 전화해. 알았지? 나 기다릴게”


전화를 끊고 친구를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아 혼자 분식 포차에서 오뎅, 호떡을 맛있게 먹었다.

배가 든든하니.. 좀있다 친구만나면 저녁먹기로 했는데 밥이 잘들어갈까. 고민하던 차에 엄마한테 전화가 다시왔다.


“주원아… 엄마 대학병원 응급실로 빨리가란다.. 복수가 너무 많이 차서 난소가 보이질 않는대.. 난소암 의심되니깐 빨리가라고 그런다… 엄마 너무 무서워” 하면서 울먹이던 우리엄마.


어디가면 멘탈하나 강하다고 인정받는 엄마의 눈물은 내 마음을 찢어지게 했다.

엄마가 느낄 공포가 마음 깊이 들어왔다.

“엄마 내가 지금 바로 부산으로 내려갈게. 일단 엄마 근처 응급실 빨리 가 있어. 내가 빨리 갈게 응? 알겠지 ? 엄마?”그 자리로 서울에서 부산가는 비행기를 빨리 예약하고 바로 집을 나섰다.


가는 동안 네이버에 복수차는 이유에 대해 쳐보니, 두가지가 나왔는데 대부분의 확률로 간병변, 그리고 비교적 낮은 확률로 난소암이였다.


간병변도 가벼운 질환은 아니지만, 제발 암은 아니길 바랬다.

간병변의 원인을 또 들어가서 검색하니

엄마에게 해당되어 보이는 이유가 없었다.

바이러스 보균자일 경우가 주된 원인이였는데 우리엄마는 바이러스 보균자는 아니였기 때문이다.


마음이 무거웠다.


내가 아니길 바라는 ‘그것’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김포공항으로 향하는 지하철에서부터 계속 눈물이 났다.

다행히 모자를 쓰고있어서 멈추지 않는 눈물이 그나마 대중 속에서 묻쳤다.


정신을 차려야 했다.

엄마는 지금 엄청난 공포감 속에서 혼자 낯선 응급실이라는 곳으로 향하고 있을 테니.

엄마와 가까이 살고있는, 엄마의 친동생인 정임이모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모. 엄마가 지금 난소암 의심 소견을 받고 급히 응급실로 혼자 가고있어요. 제가 도착할 때까지만 옆에 좀 계셔주세요. 부탁드릴게요”



신속히 김해공항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부산 동아대 병원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엄마가 이제 막 응급실에 들어가고 있었다.

주보호자 한명만 상주가 가능하다고 하여, 동행해준 이모에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엄마의 응급실 입실부터는 쭉 나와 함께 했다.

엄마는 두려움 반, 공포 반, “ 아닐거야. 그거만큼은 아닐거야” 라고 생각하는 일말의 기대가 합쳐진 마음으로 응급실에서 시행하자는 여러가지 검사(복부 엑스레이, CT, 혈액검사)를 진행했다.

“아니.. 그 동네 산부인과 의사가, 배가 안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라고 그러면서, 빨리 ! 최대한 빨리 ! 응급실 들어가서 진료 보라고 했다니깐. 왜 그렇게 오버하나 몰라” 라고 말하던 엄마.

“그것 만큼은 아닐거다. 난 평소에 건강하게 생활했고 배가 부른 거외엔 아무런 증상이 없으니까.” 이라고 말하던 엄마





의사가 검사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나를 조용히 불렀다.

그전에 이미 입원장이 발부 됐다는 얘기를 듣고

아, 뭐가 나오긴 나왔나 보다… 하고 심란하던 차였다.


검사결과를 침착하게, 집중해서 들으려고 노력했다.


난소암이 의심된다고 말해도 침착하게 의사 설명에 집중하자.

내가 지금 침착해야, 가족들에게도 잘 전달하고 무엇보다 엄마에게 의지가 되니까..


그치만

생각보다도 엄마상태는 너무안좋았다.

암이라는 것도 충격인데, 전이까지는 예상을 못했다.


“난소와 자궁에 뭔가가 보이고, 간에도 보입니다.”

의사가 내 눈치를 보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복강내에도 보이고, 림프절에도 보입니다.”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우리엄마 어떡해..’하는 생각만 머리에 온통 뒤덮였다.


그 와중에도 침착하려 무지 애썼다.

“혈액검사 상 종양표지자 수치라는게 있는데 정상기준이 35까지인데 어머니는 지금 10000(만)대가 나옵니다. 악성종양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세상이 무너졌다.

왜 우리엄마에게 이런일이.

그것도 우리엄마.. 이제 겨우 59세인데.

여태 겨우 고생만 하고 살다, 이제 겨우 인생을 조금 즐기기 시작했는데

우리엄마 불쌍해서 어떡해


무엇보다 이소식을 엄마한테 어떻게 전해..


눈앞이 깜깜했다.


“선생님.. 보통 이런경우, 환자에게 어떻게 전달하나요.. 저희 엄마는 입원 한번 해본적 없이 건강하게 살아왔단 말이예요..”


엄마는 이미 어느정도 눈치를 채고 응급실에서 이불을 뒤덮고 울고 있었다.

“왜 .. 뭐라던데. 괜찮으니까 그냥 말해봐. 있는 그대로 말해 괜찮아.”하며 엄마는 울부짖었다.

그런 엄마의 눈을 보는데 가슴이 너무 아파서 그대로 엄마를 꼭 끌어안아줬다.

“엄마. 나 10분만 시간 줄 수 있을까. 나 조금만 마음 추스리고올게. 잠시만 딱 10분만.”

판단이 서질 않았다.

어떻게 말해야할까..

황급히 병원 복도로 나와, 막내이모에게 전화를 하며 오열했다.

나와 같이 오열하던 이모가, 일단 자세히는 말하지말고, 간단하게만 엄마에게 전하자고 얘기했다.


“엄마 ~ 난소에 그냥 뭐가 좀 보인대. 자세한 건 내일 교수님 얘기 한번 들어보자 응?”

“암이라더나.. 진짜??” 라고 말하며 울부짖던 엄마

같은 질문을 되내이던 엄마

내일 교수님 만나면 혹시나 아닐수도 있지 않냐고 하던 엄마


나와 언니, 이모들도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다.

엄마는 오죽할까.

평소 지병 하나 없었고 등산이 취미셨으며 식사도 골고루 얼마나 잘하셨던 엄마인데.

게다가 한평생 고생만하다, 5년전 아빠랑 이혼 후 이제서야 겨우 엄마의 삶을 좀 즐기기 시작하셨는데.

얼마나 억울하실까.


나도 하늘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엄마는 하염없이 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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