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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투른 진심 Apr 05. 2024

#2. 태어나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밤

2023년 12월 6일 새벽

엄마는 응급실에서 병동으로 올라가는 침대 위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하염없이 우셨다.


가슴이 아팠다.


5인실로 배정받았는데, 밤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고 있었고 병실불은 꺼져있었다.


엄마는 주섬주섬 환의로 갈아입고 손등에 굵은 바늘을 꽂았다.

이제 진짜 시작인가보다..

가슴이 먹먹했다.


입원조사를 하기위해 엄마는 간호스테이션으로 가, 간호사의 질문에 응답했다. 그러던 중 엄마의 전산 상 기록에 “복강 내 종괴” 라는 글을 우연히 보셨나보다.


언니와 이모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필요한 물건을 편의점에 사러 간 사이, 엄마는 네이버에 이것저것 검색을 하셨나보다.


그 누구도 엄마에게 전이까지 됐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보니 엄마는 대충 엄마의 몸상태를 짐작하고있었다.

엄마는 병실에 누워 하염없이 우셨다.


“엄마. 우리 잠깐 휴게실에 갈까?”


“아니.. 그냥 여기 있을래. 너도 이제 엄마 집에 들어가서 자. 엄마 혼자 있고 싶어”



“엄마.. 엄마가 지금 제일 걱정되고 불안한게 뭔지 나한테만이라도 얘기해줄수있어?”

엄마의 손을 꼭잡고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엄마 마음의 짐을 내가 덜수있는거라면 덜어주고싶었다.


“엄마는.. 그냥 너네 곁에 오래 있고 싶어. 너랑 언니한테는 엄마가 전부인데, 너 결혼하는것도 보고싶고 아직 할게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되면 아무것도 못하고 끝나버리는거잖아. 엄마 너무 억울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하며 살았다고 나한테 이래” 라고 말하며 울부짖는 엄마


‘엄마.. 나도 내가 결혼하는 거, 엄마 손주가 생기는거.. 전부 다 보여주고 싶어.’

엄마 손을 붙잡고 엉엉 울었다.


어떻게 세상이 이럴까.

왜 하늘은 우리 엄마와 나, 언니에게 이렇 게나 모진까.



완강히 혼자있고 싶다던 엄마를 뒤로 하고, 무거운마음으로 새벽 늦게 집으로 돌아갔다.

들어간김에 엄마의 입원물품도 챙겨야겠다..


나를 데리러 온 정임이모가 나를 보자마자 껴안고 한참을 울었다.

정임이모는 엄마의 한살동생이지만 아주 친구같이 오래오래 제일 친밀한 관계인 엄마의 자매다.

나만큼이나 우리엄마와 행복한 기억이 많고, 나만큼이나 우리엄마가 이모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존재,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기 때문에

이모는 그누구보다 나의 아픔을 이해하고 보자마자 서로 부둥켜 안고 울었던 것같다.


정임이모와 이모부가 나를 집으로 데려다주면서

“길게 생각해야돼. 장기전이야. 이제 시작이니깐 진짜 마음 강하게 먹어” 라고 말해주셨다.

잘챙겨먹어야 한다며, 편의점에서 간식과 과일을 사주셨고, 그걸 들고 아무도 없는 텅빈 엄마집에 도착했다.


참 공허했다.

엄마가 평소 자주입던 잠옷이 침대에 개어져있었다.

오늘아침에 일어나서 이걸 입으셨겠지.

오늘부터는 엄마가 집에 언제 또 올수있을까.


엄마가 입은 잠옷의 냄새를 깊게 맡았다.

이제는 더 이상 맡지못할 엄마의 냄새가 될까봐 정말 마음이 아팠다.

이 냄새를 절대 잊지 않고 싶어서 형용할 수 있는 표현 무엇이라도 생각해내려 했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엄마냄새”였다.


그냥 엄마가 있어야만 나는 엄마의 살냄새와 섬유유연제향이 섞인 오묘한 냄새


엄마를 좀전까지 보고 집에 온건데도 엄마가 너무 보고싶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로, 부산 엄마집에 내려오면 항상 엄마가 있었다.

내가 내려오는 날만큼은 엄마가 시간을 빼놓으셨기 때문에.


내가 소파에 앉아 멍하니 있는데, 주방에서 엄마가 마치 나를 위해 음식을 준비 해 주실 것 만 같았다.

정말 공허하고 가슴이 아프다 못해 찢어질 듯 고통스러운 밤이였다.

지금이 새벽 3시니깐.. 5-6시엔 일어나야한다.

엄마가 낯선 병원에서 혼자 아침을 맞이하는 걸 생각하니, 안되겠더라.

엄마가 깨기전에 도착하려고했다.


내가 조금이라도 푹자야, 조금이라도 나은 컨디션에서 엄마를 돌볼수있을것이다.


샤워를 하고 엄마가 입던 잠옷을 내가 입고 누웠다.


항상 엄마의 팔뚝을 나무늘보마냥 껴안고 같이 자왔기 때문에, 홀로 누워있는 그 밤이 얼마나 외롭고 공허하고 착찹했는지 모른다.

얕은 잠을 자고있는건지 고민을 끊없이 하는건지 모른채로 시간이 흘렀다

어쩌면 동시에 하고있었는지도 모른다.

수시로 깼고 시간은 신기하게 1시간씩 지나가있었다.


알람이 울리기전 완전히 깨버려, 자는걸 포기하고 다시 씻고 집을 나서기 위해, 엄마의 필요한 입원물품을 싸기 시작했다.


이런 짐을 지금 싸고 있다는거 자체가 현실인지가 되는 행동이라 그런지,

모든 나의 행위가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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