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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플맘 Oct 24. 2022

오, 나의 소비 10. 청개구리 크록스

당근 마켓에서 결국 구매했습니다.

아울렛으로 출발하였습니다. B1층의 신발 상점들이 즐비한 곳을 기웃거립니다. 크록스를 찾습니다. 우리 부부는 어떤 게 마음에 드나 살폈습니다. 그런데 기본이 5만 원대가 넘습니다. 두 개사면 십만 원이 훌쩍 넘을 것이 자명합니다. 고민에 빠지고 부부의 두 눈이 마주칩니다.

"나가자."

생각보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면서까지 크록스를 살 생각이 없었습니다.

"생각보다 비싸다."


남들이 다 신고 다니는 것을 볼 때는 가격이 이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아이 신발을 매년 사면서도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우리 부부가 신기 위해 2켤레를 사려니 가격이 부담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인터넷으로 알아볼까?"

부부는 핸드폰에 몰두합니다. 인터넷으로 해봐야 몇 천 원 쌀뿐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특가 뜰 때까지 기다려보자."

그렇게 커플 크록스를 당장 사겠다는 마음을 접습니다.


이제 겨울이 다가오는데 굳이 우리가 크록스를 사고 싶어진 것은 당장  여름 나라로의 여행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실 마음속에 동네에서 다닐 때 발가락이 보이지 않는 슬리퍼를 신고 싶어진 제 마음이 지난여름부터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여행은 핑계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예상보다 비싼 가격에 주춤하게 되었고 그 가격에 사는 것이 맞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가성비보다는 가심비 위주의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지만 습성이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빈 손으로 가게를 나오고 인터넷 검색도 멈췄습니다.

결국 사지 못했지만 마음속 한 구석에 여전히 커플 크록스에 대한 미련이 남았습니다. 신랑은 검색하다 만원대의 크록스를 발견하고 저에게 이야기합니다. 신랑이 보내준 링크를 살펴보았습니다. 아쉽게도 크록스가 아닌 크록스 스타일 신발을 파는 사이트였습니다.

"여보 이거 크록스 스타일이야. 나는 oo스타일은 안 신을래."라고 제 자존심을 세워 봅니다. 못 사도 오리지널이지 싶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온라인 쇼핑몰에 크록스가 특가로 뜬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고민하지도 않고 2켤레에 5만 원 조금 넘은 돈으로 구매한 것을 주문하였습니다. 그런데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합니다. 이유는 바로 너무나 초록 초록한 크록스의 색 때문입니다. 내가 결제한 것을 마음을 가다듬고 살폈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신을 자신이 없습니다. '이걸 신으면 진짜 개구리가 될 것 같아.'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퇴근한 신랑에게 보여 주었더니 신랑의 반응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저히 신을 수 없는 색깔이라고 합니다. 결국 그냥 취소를 했습니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Jill Wellington님의 이미지


도저히 한 켤레에 5만 원이 넘는 돈을 주고 사고 싶어 하지 않으면서 크록스 사기를 포기하지 않는 저를 보더니 신랑이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듭니다.

"당근 마켓으로 사보자!"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라며 제 무릎을 탁 치며 당근 마켓 어플을 켰습니다. 검색에 들어갔습니다. 마침 제 사이즈에 꽤 마음에 드는 모양의 크록스를 발견했습니다. 무려 한 번도 신어보지 못했고 사이즈 미스로 판매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온라인에서 싸게 사도 5만 원인데 3만 원에 판다고 합니다. 당장 당근으로 대화를 시도합니다. 구매하기로 하고 다음 달 바로 가지러 갔습니다. 신어보지 못해서 맞을지 신고 괜찮은 모습일지 두근두근합니다. 물건을 픽업하였습니다. 신발은 정말 한 번도 신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신어보니 약간 크긴 해도 괜찮습니다. 제가 상상한 그대로의 모습에 마음에 듭니다.


문득 왜 사이즈 미스면 사이즈를 교환하지 않고 당근에 팔았을까? 예전에 사 둔 것일까? 얼마에 사서 3만 원에 팔았을까? 손해보고 판 걸까?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깁니다. 그러다 판매자의 사정이야 어쨌던지 저는 저렴하게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서 좋고 판매자는 집안에 자리만 차지한 신발을 치워버려 속 시원하겠다 싶습니다. 그게 당근 마켓의 매력입니다.


이제 신랑은 자신의 신발만 나오면 된다며 당근에 알람을 걸어둡니다.

어디 크록스 270 사이즈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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