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플맘 Feb 13. 2023

나 같으면 서울에 갭투자 했지!

 결국 각자의 인생이니까



한참 부동산 열풍이 뜨거울 때였습니다. 지인이 부동산 투자로 자산을 키운 분과의 만남에 고맙게도 저를 데리고 갔습니다. 그분은 맛있는 보쌈을 사주시고 커피를 사주시며 본인의 투자 히스토리를 들려주셨습니다. '어떻게 저런 선택을 할 수 있었지? 대단하다.'를 연발하며 경청해 들었습니다. "너희는 어떤 상황인데?"라고 툭 묻더군요. 각자의 상황을 듣고 자신이라면 어떨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저에게는 "내가 너라면 OO에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들어가고 서울에 갭투자했겠다." 더 이상 무언가를 할 여력이 없는 저에게는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저는 그분의 이야기를 듣고 무릎을 탁 쳤습니다. '아 나의 우둔함이란! 나는 왜 덜컥 이곳에 집을 샀는가!.'라고 말이죠.

만남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신랑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신랑과 쌍으로 감탄했습니다.  '우리는 왜 이런 생각 못했지?'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분의 현명함에 감탄했습니다.

그날 저녁 침대에 누워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이곳에 전세로 들어오고 서울에 갭투자를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 도시를 떠날 생각이 없습니다. 신랑 회사와 직주근접에 아이 키우기 좋은 동네입니다. 게다가 우리 부부는 위험선호도도 없습니다. 안정이 최우선입니다. 서울에 대해 아는 것도 없습니다. 월급도 많지 않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면 대응할 여력이 없습니다. 그런 우리가 사는 곳을 전세로 들어오고 서울에 갭투자를 선택할 수 있을까. 미리 충고를 듣더라도 우리의 선택은 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의 이런 생각에 누군가는 우둔하다, 게으르다, 용기가 없다, '그러니 그렇게 살지'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제 용기 없음, 도전 정신 제로에 한탄할 때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 인생은 그런대로 주인을 닮아 잘 흘러갑니다. 외식보다는 집 밥을 좋아하고 브랜드 옷을 고집하지 않고 아이를 집에서 공부시키며 남의 돈을 빌리지 않고 묵묵히 벌어오는 돈을 아껴 속도가 더디더라도 다음 준비를  무리하지 않게 합니다. 그러다 눈에 보이는 기회를 놓치면 잠깐 실망합니다. 그런 다음 기회 준비를 거북이처럼 느리게 합니다. 완만한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봅니다.

누가 내 인생을 살아봤겠어요? 비슷한 인생을 살아본 사람이 있을 수 있죠. 하지만 모든 인생은 다 다릅니다.
박웅현, 여덟 단어(북하우스 퍼블리셔스, 2013)

여덟 단어를 읽으며 그때 저에게 충고를 해 준 분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속도로 다른 방향으로 달려갑니다. 자산이 불어나는 속도와 양이 어마어마한 차이가 날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인생이 더 우월하다 할 수 있을까요. 각기 다른 인생인데 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눈치 챙기자, 아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