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나다사는 마케터 Z Feb 12. 2024

캐나다 직장인이 월급을 많이 받는 이유

[D+2] 워홀러가 느낀 토론토 집 값의 첫 인상과 빗 속 투혼

   

행에서 계좌를 만드려면 예약을 하세요

첫 날은 우여곡절 끝에 가방을 찾고, 드디어 은행 계좌를 만들기 위해 나섰다.

당장 내일부터 집을 구하러 다녀야 했는데, 디파짓을 납부하는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은행 계좌를 이용한 이체(E- transfer)이기 때문.

아무 생각없이 방문했던 숙소 근처의 은행에서도 상담사를 착각하는 아주 사소한 문제가 있었는데, 다행히도 한인 텔러분을 만나며 금방 해결되었다.

아, 운이 나쁘면 예약을 해도 만날 수 없는게 한인 텔러라던데.

이제 운이 좀 풀리나?


* '은행에서 생긴 해프닝'은 여기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marketer_urneighbor/223306518586



자취 경력 (  )년, 지금부터 집을 찾아보겠습니다.

이튿날부터는 내내 나가 돌아다니는 일정이었다.

캐나다에서는 보통 1일을 기준으로 입주를 하기 때문에 애매한 시기에 오게되면 임시숙소에서 오래 살아야하는 일이 생긴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예외는 있겠지만, 온갖 저주를 받고 출발한 (구)직장인은 그런 운에 기댈 생각을 하지 않기로했다.

처음 시작은 한인 커뮤니티였다.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나 키지지(Kijiji)에서도 집을 구할 수있다고하지만, 역시 안전하고 쉬운 길을 선택하고 싶은게 사람 마음이라.

그러나 바람은 바람이고, 임시 숙소 근처 지역에서조차 집을 구하는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미쳐버린 토론토 집 값

토론토 워홀러들이 한인 커뮤니티를 통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이름이 뭔가 하면 '다운타운'과 '핀치Finch'다.

다운타운은 높은 건물과 행정시설, 회사 건물들이 들어서있는 소위 말해 번화가일까. 반면 핀치방면은 상당히 작은 마을의 느낌이 난다. 핀치 역 근처에 주요 시설이 많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집들이 낮고 비행기 소리를 제외하면 조용한 동네랄까. 업타운에 위치한 지하철 종점이 핀치역이기 때문에 핀치역 근처라는 말은 업타운 방면으로 퉁쳐질 때가 많다.

토론토의 1호선은 토론토를 가로로 2등분하는 형태로 업타운에서부터 다운타운까지 쭉 일자로 뻗어있다. 그런데 업타운과 다운타운의 특징이 명확하다보니 다운타운과 핀치(업타운)이 숙소의 기준이 되는 것도 당연한 이치.

이렇게 다른 두 지역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집세가 높다는 것이다.

일단 캐나다에는 전세라는 개념이 없으므로 일단 모든 집세가 월세로 계산된다. 보통 워킹홀리데이란 1년 정도(이제는 2년) 살 사람들이니 그렇다고 하자고.(한국에서도 전세는 보통 2년 단위로 계약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한 집(Unit)에 나 혼자 살기가 정말 쉽지 않다는 점.



캐내다에서 일하면 돈을 많이 받는 이유

옛날 하숙의 개념처럼 집 주인이 따로 있는 집에서 얹혀사는 구조를 하우스쉐어라고 부르는데, 2~3인, 많으면 4~5인이 함께사는 쉐어하우스에서 월세로 내는 비용이 한국에서 서울권 5평 기준 원룸에 월세로 사는 비용보다 비싸다.(물론 한국과 마찬가지로, 발품을 팔거나 흥정을 잘 하면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도 있을 수도 그럴 수도...) 토론토에는 (복지 프로그램이 많은 것에 비해)노숙자가 참 많은데, 그 이유 중 하나로 높은 집세가 꼽힐 정도다.

캐나다의 최저 임금은 2024년 기준 $16.55,(그러나 직업 영역마다 다르게 적용되니 참고할 것) 그리고 한국의 최저 시급은 2024년 기준 9,860원이다. 현재 시점기준 CAD 한화로 거의 1:1 환전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16.55는 대략 16,500원.

1.7배. 9 to 5(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정규 근무 시간) 4주 기준으로 단순 계산했을 100만원 이상의 수입 차이가 나버린다. 다시 말하면 이정도 수입이 아니면 집세를 감당할 수 없다는 뜻이랄까. 



저주가 집 뷰잉에 미치는 영향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 캐나다 날씨를 확인했을 때 내 갤럭시 시리Siri가 말하길,

"토론토는 지금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날씨를 걱정했다가 막상 도착한 캐나다의 하늘이 너무나 맑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이 바로 어제였다.

그러나 늘 '해치웠나?'하고 생각하는 건 다시 보스몹을 불러오기 마련이지. 그러니까 뷰잉 첫 날 부터 미친듯한 비가, 어느 정도냐하면 '캐내언이 우산을 쓸 정도'로 내리기 시작했다.

첫 뷰잉(살 집을 미리 보러가는 것)은 핀치역 위쪽, 즉 지하철이 닿지 않는 지역이었다. 운이 좋았던 건지 나빴던 건지, 출발할 때는 내리는 비에 비해 그렇게까지 춥진 않아서 '이 정도 비쯤이야'라고 생각하고 천으로된 운동화를 신고 가볍게 나섰다.

토론토에서 버스를 타는게 그렇게 힘든 일인 줄 미리 알았다면 그런 바보같은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을 텐데.

집을 나선지 수 분만에 비는 장대비로 변했고, 한국에서부터 챙겨온 패딩은 푹 젖었다.

거기에 영하 십도까지 왔다갔다, 실시간으로 미친 듯이 떨어지는 기온. 북극에서 불어오는 바람인지 살이 에이는 듯 한 추위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버스는...


1. 토론토 업타운에는 생각보다 버스 정류장이 별로 없다.

2. 그 버스정류장에 서는 버스가 별로 없다.

3. 버스 텀이 아주 길다.


여기에 두 가지 더,


1. 나는 길치다.

2. 하우스 오너가 집 주소를 잘 못 알려줬다.


진짜로 저주받은 것 같은 환장의 5콤보로 영하로 떨어진 장대비 속에서 우산도 없이 2시간 넘게 길에서 헤매는 기염을 토하고 말았다.



내돈 내산 고생길은 이제부터 시작

첫 번째로 뷰잉할 집에 도착했을 때 이미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있는 상태였다.

양말까지 푹 젖어서 집안으로 들어갈 때 양해를 구해야했을 정도로. 그리고 다시 빗 속을 걸어서 두 번째 집에 도착했을 때에는, 잠시 다른 일이 있어 기다려 달라며 내어준 따뜻한 차 한잔이 환상의 엘릭서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첫 번째 뷰잉이라는 모험을 마무리했을 때 이미 너무 지쳐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더 이상 집을 볼 힘이 남아있질 않았다. 거의 정신력으로 버텨서 모든 약속을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저녁시간도 다 넘긴 상태였다.

그래서 이 이야기의 마무리가 어떻게 되냐고? 일단 집은 잘 구했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는, 캐나다에서 감기에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에서부터 시작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