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질문
햇살 좋은 오후, 빵을 사러 갔습니다. 오늘따라 못 견디게 호밀빵이 먹고 싶었거든요. 달지도 않고 뚜렷한 특색도 없고, 쿰쿰한 향기까지 나지만, 제가 몹시 좋아하는 그 빵이 생각나서 울긋불긋 해지는 가로수 길을 걸어갔습니다. 이십여분 걷는 동안 잔디 위에 돗자리를 편 남녀부터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거나 웃으며 나란히 걸어오는 다양한 커플들이 있었습니다.
마음먹었던 호밀빵과 빵집에 들어서자 눈에 띈 바게트가 포장되는 것을 기다리며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빵과 연애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이죠.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들어보시겠어요?
1. 배가 고프면 아무거나 먹으려고 든다.
- 맛없는 것 먹고 배부르면 화가 나듯이,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면 결국에는 후회한다.
2. 발효시간이 적당해야 한다.
- 제대로 발효되지 않은 빵은 딱딱하고, 너무 발효되면 냄새나서 못 먹는다. 연애를 너무 훅 들어가면 어색해지고, 방치하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3. 재료가 좋을수록 맛있다.
- 좋은 밀과 깨끗한 물만 가지고도 엄청난 바게트 빵을 만들 수 있다. 그 역은 불가. 좋은 사람과의 실연은 인생 공부라도 되지만, 그 역은 이불 킥만 남는다.
4. 유명한 빵집에서 실망할 확률이 높다.
- 3대, 5대 빵집만 전국에 50개쯤 되는 것 같다. 인기 있는 상대는 플레이보이(걸) 일 확률도 덩달아 올라간다.
5. 맛있는 빵은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 훌륭한 재료와 제대로 된 베이킹이 만나면 당연히 단가는 올라간다. 멋진 상대와 지적이고 재미있는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내 머리에 든 것이 있어야 한다.
6. 배가 부르면 별 생각이 나지 않는다.
- 아무리 맛있는 빵도 더 이상 못 먹는 순간이 있다. 상대가 너무 사랑스러우면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 여자 주인공도 안 보인다.
7. 같은 빵만 먹으면 질린다.
- 아무리 좋아해도 백날 천날 케이크만 먹을 수는 없다. 연애의 경우는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슬프게도……..
8. 유학파나 화려한 인테리어가 있는 곳은 깜짝 놀랄 만큼 비싸다
- 입구에 프랑스어나 영어로 된 자격증이 걸린 집은 일단 지갑 단속을 해야 한다. 화려한 사람과 만나려면 나 역시 그에 준하는 외장을 장착해야 한다.
9. 숨은 저력의 맛 집이 존재한다.
- 골목 안 작고 허름한 집에서 눈이 번쩍 떠지는 빵을 먹을 수도 있다. 인성 능력자는 일단 사귀어 봐야 진가를 안다.
10. 다 맛있다고 해도 내 입맛에는 아닐 수 있다.
- 긴 줄 끝에 먹은 빵에 본전 생각이 나는 경우도 있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다고 내 사랑까지 얹을 필요는 없다.
11. 맛있는 빵을 먹으면 찬양을 늘어놓지만 듣는 사람들은 별 관심 없다.
-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본인 연애 얘기는 당신 혼자만 재미있다.
12. 단골집이 있으면서도 유명한 집을 자꾸 기웃거리게 된다.
- 잡지, 인터넷에 새로운 집이 소개되면 자연스럽게 다음 휴일과 가게를 찾아가는 동선을 그려 보게 된다. 그러니까 이게 말이죠……
13. 특별한 빵을 계속 시도하지만, 그래도 기본에 충실한 것이 가장 입에 맞는다.
- 새로운 발효법, 특이한 재료로 만든 빵이 나오지만, 입맛은 잘 안 변한다. 당신의 동성친구들은 왜 당신이 늘 비슷한 남자(혹은 여자)만 만나는지 궁금하다.
14. 자주 만나면 살찐다.
- 밀가루가 비만의 주범 중 하나라는 것은 모든 빵순(돌)이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 연애 후 10 kg쯤 찌는 것은 애교다.
15. 화려하면 일단 손이 간다.
- 미술품 같은 빵을 보면 맛을 상상하기도 전에 손을 뻗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길을 걷다 문득 누군가를 응시하는 나를 발견한다, 딱히 어떻게 해보자는 마음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