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때문에 온 나라가 커다란 파도 풀장 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이 정도면 탈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공포에 질릴 정도로 높은 곳에서 떨어진다. 몇 번인가는 쏟아지는 물벼락을 맞은 것도 같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튜브를 두르고 있는지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매일이 출렁인다.
나라가 이렇게 되니까 그 안의 작은 구조물들 역시 덜컥거린다.
회사는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완벽한 목표를 가지고 차근차근 접근하여 준비한 것이 아니고 위에서 시키니 급작스럽게 ‘일단 실시’ 모드가 되었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아무런 대비 없이 나무를 흔들어서 열매를 떨어뜨린 후 아직 붙어 있는 열매는 나무를 기어올라 하나하나 털어내고, 떨어진 것들은 허리를 굽힌 채 일일이 집어 올린다. 흔들기 전에 바닥에 그물 같은 것이라도 깔아 놓았으면 편했겠지 않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다 쓱 떨어진다. 뭐라고 궁시렁거릴 시국이 아닌 것이다.
회사는 각 부서에 ‘재택근무 지침’을 하달했다. 지난주의 일이다. 재택근무자들이 가능한 일들을 집에서 각자 처리하고 나면 나머지 것들을 사무실에 출근한 사람들이 마무리한다.
재택 근무자들은 편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공기처럼 사용했던 시스템 중 일부가 사용불능일 경우도 많고 한마디 던지면 편했을 말을 일일이 보고서로 작성해야 한다든가 수시로 화상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미는(화소가 떨어져서 거의 모든 직원이 밤새 마신 사람처럼 부풀어 보인다) 생활이 수월할 리가 없다. (나처럼) 회사로 나가야 하는 직원들은 썰렁한 사무실에 앉아 손에 익지 않은 업무까지 거드느라 늘어난 업무량에 허덕인다. 재택근무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자 그나마 있던 식당 메뉴도 줄어들었다. 이래저래 울고 싶다.
‘재택근무’ 지침이 떨어졌으니 부서에서는 달성률을 보고해야 한다. 주말에도 보고서를 작성하게 위해 일근자들이 출근을 한다(아주 윗 분들은 여전히 태연하게 대면보고를 받는다. 이 무슨 웃픈 상황인지……). 나무를 흔드는 자도, 기어오르는 사람도, 허리를 굽히고 이삭 줍기를 하는 직원도 누구 하나 편해지지 않았다. 하긴 편하자고 ‘재택근무’를 실시한 것이 아니니 당연한 결과다.
회사의 이익을 산출하는 부서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작년 대비 올해의 수익이 절반도 안 될 거라는 것쯤은 능히 추론할 수가 있다. 자영업도 힘들겠지만, 올해 운송업이나 여행업계는 아마 목표를 ‘살아남기’ 정도로 바꿨을 것이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아직은 ‘재택근무’지만, 곧 휴직 같은 지침도 내려올 것이다(IMF 때 이미 해봤기 때문에 예견할 수 있는 결과다). 월급을 못 받게 된다는 소리다. 아마도 올해는 신규 채용까지 힘들어질 수 있다.
‘IMF 때’라고 불리던 1998년 입사자들은 합격 통지서만 받고 출근 명령을 받지 못했다. 무작정 ‘대기’에 돌입한 것이다. 평소라면 1월 시작되었던 교육이 늘어지고 늘어져서 11월 정도에 실시되었다. 그 1월부터 11월까지는 정말 지옥 같았노라고 2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 이야기한다. 전 국가적으로 사정이 어려웠으니 다른 회사로의 이직도 힘든 이야기였고, 회사에서는 구체적으로 계획을 알려주지도 않아서 무작정 전화기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고향집으로 돌아가 어머니와 함께 텃밭을 돌보는데, 어머니가 보지 않는 곳에서는 눈물이 나더라는 이야기를 회식 때마다 안주삼아 떠들곤 했다. 다 지나갔기 때문에 할 수 있던 소리다. 다시 시작된다면 결코 웃을 수 없다. 당시에도 일을 하고 있던 사람들은 편했냐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인력 충원이 되지 않아 쉼 없이 뛰어다녀야 했었다. 피곤한 일이다.
그러니까 국가에서 발생한 고통은 형태를 바꿔서라도 개인까지 결국 도착하고야 만다. 공동체 사회에서 벌어진 문제는 비록 내가 일으킨 것은 아닐 지라도 몇 단계를 거쳐 반드시 결과를 분담하게 되어 있다. 신천지라는 조직에 화가 나는 이유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개인이거나 하나의 조직이지만, 결과는 공동체 모두가 책임질 수밖에 없다. 정말이지 화가 난다.
화를 내봐야 내 몸만 상한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이 엄중한 시국에 뭔가 소소한 재미거리를 하나라도 찾을 수 없을까 궁리하던 중 깨달았다. 아, 그래. 평소에는 줄이 길어 방문하지 못했던 음식점을 차곡차곡 찾아가 보자. 저번 주에는 오꼬노미야끼를 먹었으니, 오늘은 두툼한 생고기집엘 가자. 아, 텐동 집은 내일 갈 수 있겠어. 그 떡볶이 집은 다음 주말이다.
무급 휴직을 하게 되면 통장이 텅텅 비겠지만, 그때 고민은 그때 하도록 하자. 미래의 고민은 미래에 해결하도록 하자. 지금은 무엇보다 긍정적인 생각과 내 일생 가장 빵빵한 면역력이 필요한 시기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그 사실만 잊지 말고, 타인의 생활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나의 행복을 찾자. 화성에 혼자 남겨졌지만 감자를 심는 영화 마션의 맷 데이먼처럼 오늘도 나는 나만의 감자를 심는다. 어떤 일이건 다 지나가게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