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돈이 된다?

-오늘의 질문

by 지안

뮤지컬을 보러 갔다.


버킷 리스트에 담겨 있던 작품은 아니고 다른 예매를 할 때마다 눈에 걸리던 공연이었다. 창작 뮤지컬인 데다가 주연은 신인급이다. 뮤지컬 입장료는 착하지 않다. 이것저것 재게 된다. 그리하여 앵콜 공연도 끝나갈 무렵에야 찾게 되었다.


코로나 19 탓에 작성할 설문지도 생겼고 발열 측정도 받아야 했다. 대학로 연극들은 4월까지 모두 휴업이었다. 5월이 되어서야 겨울 땅의 새싹처럼 고개를 내미는 중이다. 설문지는 극장마다 형식이 다르고 발열 측정을 받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아슬아슬하게 도착해서 발열 측정을 세 번이나 당하고 입장한 공연도 있다. 여유 있게 표를 받고, 한숨 돌리고 측정을 받아야 한다. 평소보다 좀 서둘러 집을 나선 이유였다.




객석은 90프로 정도 차 있었다. 뒤쪽 자리가 드문드문했을 뿐 객석 근처로는 빼곡히 팬들이 포진해 있었다. 큼직한 망원렌즈를 단 카메라를 든 관객도 많았다. 상영 중이나 커튼콜 모두 촬영 불가라는 공지는 이미 받은 터였다. 월 초에 연극 시작을 기다리며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아이돌 공연도 아닌 곳에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가 보이다니 이유가 궁금했다.


공연은 멋졌다. 같은 시대를 다룬 ‘명성황후’에 비한다면 스토리는 천 배쯤 훌륭했고, 젊은 출연진들의 흥겨움 덕에 극장 전체가 들썩였다. 관객석까지 모두 무대처럼 사용한 탓에 어디서 배우들이 튀어나올지 몰라 미어캣처럼 두리번거리는 재미도 쏠쏠했다. 옆 자리 관객은 재관람인 것이 분명했는데, 박자를 맞춰야 하는 코러스 곡에서는 귀신같이 박수를 유도했다. 관객도 뮤지컬의 일부였다.


인터미션이 시작되고 누군가 옆자리 관객에게 인사를 했다. 존댓말로 구성된 정중한 대화였다.


“오늘 00 머리 보셨어요? 헤어숍 다녀온 것 같아요. 어제보다 짧아졌어요.”


“그러게요, 어제는 나풀거렸는데, 오늘은 완전히 민들레 같지 않아요?”


“그나저나 저 내일은 못 와요. 회사 때문에. 아쉬워 죽겠어요.”




아하, 아이돌에만 팬덤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뮤지컬에도 비슷한 것이 존재했다. 망원렌즈 카메라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도 절반쯤 이해가 되었다. 절반이라니, 안된다. 아는 인맥 중 아이돌 팬덤과 관련될 여지가 아주 조금 있는 지인에게 물었다. 나머지 절반은 당신이 책임져 봐. 왜 그런 거야? 저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어떻게 하는 것이지? 애착용인가? 천장에 붙여 놓고 침 흘리는 용도인가?


“아, 그 사진은 파는 거야. 꽤 고가로.”


지인의 설명은 이랬다. 내가 모르는 어느 평행 세계, 그러니까 팬클럽의 세상에서는 잘 나온 사진은 ‘거래대상’이 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팬질도 못하지. 카메라 렌즈 값이 얼마인데. 연예인과 가까워야 조금이라도 앞에서 찍을 수 있고, 그래야 좋은 사진을 건질 확률도 높아지고, 비싸게 팔 수 있고, 그 돈으로 렌즈도 바꾸고 그러는 거지.”


“뭐야, 사랑도 돈이 되는 거야?”


“무슨 말을 그렇게 매너 없이 하냐. 사는 사람은 좋은 사진을 얻어서 좋은 것이고, 파는 사람은 활동비 건지는 것이고 그렇지.”


“연극, 뮤지컬 배우들 사진도 그렇게 판다고?”


“말하자면 BTS 사진은 엄청 비싸지만 찍기가 힘들잖아. 근처에 가는 것도 힘들고. 그분들 사진은 좀 싸겠지만 거래가 많이 되겠지. 경제를 몰라? 어? 바보야?”




경제는 모른다. 알았으면 이렇게 월급만 쪼개서 살고 있지는 않겠지. 그 사진 구입해서 뭐하냐는 말은 묻지 않았다. 궁금하기는 했는데, 대답 대신 욕이 나올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팬 사인회 한번 가려고 듣지도 않는 시디를 몇 백장 사기도 하고, 필요 없는 화장품을 수십 만 원어치 사기도 하는데, 그런 것에 비하면 사진은 껌이지. 당신도 야구장 가면 사인받으려고 줄 설 거 아냐?”


“안 서. 그런 것 안 해. 야구는 플레이로만 기억할 뿐이지, 사인받아 어디다 쓰게?”


“웃기시네. 내가 당신 집에서 안치홍 사인볼을 봤구먼.”


사랑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각자의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받는 사람만 문제만 없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그나저나 휴직에 들어가니 아무 때나 극장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좋은데, 통장 잔고를 걱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 모든 것이 내가 경제를 몰라 생기는 부작용인듯하다. 이래저리 내가 제일 걱정이다.


오늘의 질문 : 연예인 혹은 스포츠 스타 때문에 해본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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