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 줄렙(Mint Julep)

- 운동 경기는 운동 경기답게, 프로는 프로답게!

by 지안

코로나로 일상이 비틀거리고 있는 요즘, 한 모금 산소처럼 즐기던 것이 티브이로 중계해주는 운동경기였습니다. 작년 겨울 배구계를 휩쓴 불미스러운 소식(하지만 그게 어디 배구계만의 문제겠습니까?!)에 보폭이 살짝 꼬였었는데, 올해는….. 또(!) 야구입니다.


애꿎은 치킨과 떡볶이, 맥주가 고생하는 상황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정정당당’, ‘스포츠맨십’, ‘한계를 극복하는’ 같은 수식어는 ‘한국 프로야구’와 영원히 어울릴 수 없는 것인가, 생각하면 조금 울적해집니다. 좋건 싫건 30년을 지켜보다 보면 정이 들긴 하거든요.


별일 없었다면 가을까지 이어지는 야구를 보면서 올해 ‘홈런 더비’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올해에도 ‘트리플 크라운 (Triple Crown)’을 달성하는 타자나 투수는 나올 것인지 지켜봤을 텐데 아쉽습니다. 비록 제가 응원하는 팀은 올해도 ‘전력 재정비 기간’이라 포스트 시즌 진출 같은 것은 꿈도 꾸지 않지만, 다른 팀 선수들의 ‘선의의 경쟁’도 흥미진진하게 지켜봤었거든요. 그런데 과연 야구에서 ‘선의의 경쟁’ 같은 것이 있긴 했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밝혀지고 있는 상황이 ‘실망’을 지나 좀 ‘어이가 없어진’ 지점에 와버린 느낌이랄까요.




이렇게 답답할 땐, 네, 뭐, 시원한 칵테일 한잔이 어울리지요. 오늘은 시원한 여름 칵테일 중 하나인 ‘민트 줄렙’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민트 줄렙은 미국 ‘켄터키 더비(Kentucky Derby)’의 공식 음료입니다. 그렇다면 ‘켄터키 더비’란 무엇일까요?


1875년 시작된 ‘켄터키 더비’는 미국에서 열리는 ‘경마 대회’입니다. 매해 5월 첫째 추 토요일, 켄터키주 루이빌이라는 곳에서 열립니다. 나름 전통을 강조하는 대회라서 참가하는 관객들이 지켜야 하는 복장 규정이 있다고 합니다. 남자들은 체크무늬 셔츠와 나비넥타이, 멜빵 그리고 페도라를 써야 하고, 여자들은 드레스와 챙 넓은 모자가 기본입니다. 옛날 서부영화 한 장면을 떠올리면 딱입니다.


그런데 ‘복장에 대해 까다롭고…..’하는 부분을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영국’과 관련된 것이 아닌가 넘겨 집게 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켄터키 더비는 잉글랜드의 ‘앱섬 더비(Epsom Derby)’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앱섬더비는 1779년 영국의 더비 백작과 찰스 번버리 경이 만든 것으로 3세 최강마를 가리는 대회입니다. ‘앱섬 더비 앤 번버리’가 아니고 심플하게 ‘앱섬 더비’로 이름을 지은 이유는 동전을 던져 이긴 쪽의 이름을 대회에 붙였기 때문입니다. 누가 던졌는지는 모르지만, 결과는 ‘더비 백작 승’이었던 것입니다. 두 사람은 ‘앱섭 다운스 경마장’에서 첫 경주를 개최합니다.


‘1년에 한 번’하는 경기이고, 출전 경주마의 나이가 ‘3세’로 한정되다 보니 모든 경주마들에게는 ‘평생 단 한 번의 기회’밖에 주어지지 않습니다. 영국 왕실에서도 해마다 말을 출전하고 경기를 지켜볼 만큼 인기 있는 대회라고 합니다. 영국 수상이었던 처칠 역시 ”영국 수상보다는 앱섬더비 경주 우승마의 마주가 되고 싶다 “라고 말했다니 이 대회의 인기는 제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인 것 같습니다. 이 ‘앱섬 더비’를 본떠 미국의 ‘켄터키 더비’, 일본의 ‘재팬 더비’, 홍콩의 ‘홍콩 더비’ 등이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앱섭 더비’에서도 ‘드레스 코드’가 있습니다. 남성의 경우, 영화 ‘킹스맨’의 콜린 퍼스처럼 입고 모자까지 장착해야 합니다. 여성은 무릎 아래 길이의 드레스와 모자가 기본이라고 하네요. 제 취향은 아닙니다만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 하니, 혹시라도 이 대회를 관람하실 분이 계시다면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경마 대회 전부터 켄터키에서 유명한 것이 ‘버번위스키’입니다. 당연히 켄터키에서 하는 행사에 버번위스키를 넣어 만드는 음료가 빠질 수가 없지요. 덕분에 이 칵테일 '민트 줄렙'이 '켄터키 더비'의 공식 음료가 된 것입니다.


소설 ‘엉클 톰스 캐빈’ 같은 책을 읽다 보면 떠오르는 것처럼 켄터키는 더운 지방입니다. 냉장고 같은 것이 발명되기도 전부터 마셨던 음료이니 당연히 ‘얼음을 잔뜩’ 넣어 시원하게 만듭니다. 거기다 ‘민트’ 잎까지 들어가니 청량한 느낌은 덤 입니다. 자, 이제 만들어 볼까요?




아 참, 혹시 야구를 잘 안 보시는 분들을 위해 ‘트리플 크라운’에 대해 잠깐 언급하고 가겠습니다.


미국에서 한 경주마가 ‘켄터키 더비’와 ‘프리크니스 스테이크스’, ‘벨몬트 스테이크스’ 세 경주를 모두 우승하는 경우가 드물게 있다고 합니다. 1935년 ‘오마하’라는 말이 이 세 경기를 모두 우승했을 때 한 스포츠 기자가 이를 ‘트리플 크라운’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단어가 야구로 유입됩니다. 한 타자가 타율, 홈런, 타점에서 1등을 했을 때, 한 투수가 ‘다승, 평균자책점, 삼진 부분’을 석권하면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명예로운 호칭을 받습니다. 약물, 음주운전, 학폭, 성폭력, 방역 미준수, 숙소 무단이탈, 승부조작 같은 것을 일삼는 선수들에게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명칭이지만 말입니다.


아, 그리고 하나 더. 올해 미국 켄터키 더비에서 우승한 경주마 '메디나 스피리트'가 약물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동물에게까지 이러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닙니까? 사람은 말이라도 하지요, 정말 이러지 말았으면 합니다.




답답하니 재빠르게 칵테일 한 잔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준비물은 위스키(버번 위스키라면 더 좋습니다만), 설탕, 민트, 소다수(혹은 물)입니다.


1. 얼음은 가능한 잘게 부숴주세요. 저는 실패! ㅋ


2. 잔에 민트 잎을 넣고 설탕을 2 티스푼 넣어주세요. 민트 잎은 마트에서 판매합니다.


3. 물이나 소다수를 조금 넣고 설탕을 녹임과 동시에 민트 잎을 으깨주세요.


4. 얼음을 부은 후 버번위스키 1 소주잔 넣어주세요. 켄터키에서 마시는 것이라 버번위스키를 사용했을 뿐 다른 위스키를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5. 열심히 휘저어 주세요. 한 모금 마셔보시고 독하다고 생각하신 분들은 소다수를 더 넣으세요. 설탕 넣기 귀찮은 저 같은 분들이 계시다면 '설탕+소다수' 대신 토닉을 넣고 휘저어도 괜찮은 맛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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