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러시아에서 COVID백신 접종이 시작될 무렵 본 신문기사입니다. 러시아 보건 당국자의 말을 인용한 보도였는데, “백신을 접종받으려는 사람은 접종 2주 전부터 술을 마셔서는 안 되며, 1차 접종 후 42일 동안에도 금주해야 한다”라고 기사는 전하고 있었습니다. 러시아에서 개발한 스푸트니크 V에만 해당하는 것인지 다른 백신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인지 구체적 내용은 없었지만, 일단 일은 벌어진 것입니다. 말하자면 ‘러시아에서 백신을 접종하려면 56일 금주, 그러니까 8주, 즉 두 달 동안 술을 마실 수 없다’는 선언인 셈입니다. 어디라고요? 러시아요!
이런 말을 고분고분 수용할 러시아인들이 아니지요. 들끓는 반대 목소리에 부딪혀 러시아 보건당국은 얼마 후 슬그머니 ‘3일간 금주’로 꼬리를 내렸습니다. 허겁지겁 백신을 완성한 것이 얼마 전 일이라 알코올과 COVID19 백신 간의 관계를 연구한 내용이 아직은 없습니다(제가 알기로는 그런데, 혹시 어디선가 나왔다면 그쪽 연구를 믿어주세요). 당연히 ‘명확한 근거’에 따른 지침을 내놓기가 곤란한 상태입니다. 그저 상식선에서 각자 조심하자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백신 접종이 한창인 요즘, 56일 동안 술을 끊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며칠은 ‘금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술꾼들에게는 어려운 시기입니다. 그렇다고 기분까지 안 낼 수는 없죠. 이럴 때 유용한 칵테일이 ‘퍼시풋(PUSSYFOOT)’입니다. ‘퍼시풋’이라는 이름은 William Eugene Johnson이라는 사람의 별명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윌리엄 존슨은 미국의 금주 운동이 활발하던 시기에 활동한 사람입니다.
미국의 금주법은 1920년 수정헌법 18조가 발효되며 시작되어 1933년 수정헌법 21조가 나오면서 폐지됩니다만, 1919년 어느날 갑자기 술을 금지해야겠다고 결정한 것은 아닙니다. 사실 초기 정착민 시절부터 미국인의 음주 문제는 다들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식사 때마다 물 마시듯 위스키를 들이켰다고 하니 하루 중 제정신인 시간이 별로 없었을 겁니다. 게다가 남북전쟁(1861년부터 1865년 사이의 전쟁입니다)이 일어난 후 술 소비량이 폭증하게 됩니다. 당연히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가정폭력’이었습니다.
교회와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금주 운동이 시작됩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곧 엄청난 지지를 받게 되지요. 술 마시는 가족이 있는 가정이라면 모두 다 찬성하지 않았겠습니까? 금주 운동은 ‘홍보’와 ‘계몽’하는 차원의 움직임이 아니었습니다. 케리 네이션(Caroline Amelia Nation) 같은 사람들은 손도끼를 들고 선술집을 급습하는 과격한 행동도 서슴지 않습니다. 180센티가 넘는 체격의 케리 네이션은 이렇게 도끼를 휘두르고 구속되는 일을 반복하며 ‘금주 운동의 대명사’로 자리 잡습니다.
이런 일련의 ‘금주 운동’이 성공을 거두며 탄생한 것이 ‘금주법’입니다. 단순히(물론 단순하지 않은 일입니다만) 13년 동안 술이 금지된 것처럼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훨씬 오래되고 유구한 전통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윌리엄 존슨은 1906년 '인디언에 대한 불법 음주 판매를 단속'하는 특수 요원이 되면서 금주 운동사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1908년에서 1911년 사이에만 4400건의 유죄판결을 받아낼 만큼 대단한 활약을 펼칩니다. 당시 신문 중 하나가 그를 가리켜 “표범 발자국을 가진 신사”라고 표현했고, 여기서 PUSSYFOOT이라는 별명이 유래됩니다. 신문은 좋은 의미로 ‘표범’이라고 표현했지만,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고양이’에 빗대어 별명을 붙인 것입니다(‘퍼시풋’은 ‘새끼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걷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다네요).
불법 음주 판매자를 기소하는 일과 함께 그는 자신을 양조업자라고 속이고 다른 양조업자에게 접근한 뒤 ‘금주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물리칠 방법’에 대해 알려 달라는 편지를 씁니다. 그리고 받은 답장들을 책으로 묶어 출판합니다. ‘양조업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금주 운동하는 사람들을 물리칠 궁리를 하고 있으니 금주법 옹호자들이여, 단결하라’ 정도의 의미로 말입니다. 그의 목에 3000달러 현상금을 붙일 정도로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이유가 조금은 짐작이 됩니다.
그의 활동은 미국에 한정되지 않았습니다.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에도 비슷한 단체를 만들어 활동합니다. 1919년 영국에서 금주법 홍보 연설을 하던 도중 한 무리의 반대자들에게 납치당합니다. 그는 들것에 묶인 채 런던 거리를 행진하게 됩니다. 구경꾼들은 그에게 소리를 지르고 야유를 퍼붓습니다. 돌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날아온 돌에 오른쪽 눈을 맞고 실명하게 됩니다. 하지만 1930년 은퇴할 때까지 그는 금주 운동을 멈추지 않습니다. 필요하다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금주 운동에 관한 연설을 했다고 합니다.
금주법은 성공했을까요? 그럴 리가요. 금주법은 알 카포네와 같은 조폭 주류 밀거래상을 키웠습니다. 금주법 기간 중 메틸알코올로 만든 무허가 술 때문에 죽은 사람의 숫자도 엄청납니다. 금주법이 한창이었던 1927년 시카고에서는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사망이 금주법 이전보다 600% 증가했다고 하니 더 이상 다른 말은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비극적인 상황에서 낙관적인 일을 그래도 찾아보자면 코카콜라와 웰치스의 등장 정도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코카 콜라는 ‘위대한 비알코올 음료’라는 슬로건 아래, 웰치스는 ‘발효되지 않은 와인’이라는 광고로 금주법 당시 인기를 끌게 됩니다.
콜라와 웰치스 이야기를 빼고 금주법에서 얻을 기쁨은 없는 것 같습니다. 금주를 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걸 국가가 강제로 하게 만드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죠. 이래서 ‘적당히’가 좋은 것 같습니다. 적당히 마시고, 적당히 즐기고, 적당히 줄이는……
1920년 영국의 한 바텐더가 그의 이름을 딴 ‘퍼시풋’이란 칵테일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당연히 알코올은 한 방울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새콤달콤한 맛에 계란까지 더해져서 건강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백신을 맞았을 때, 기분은 내고 싶지만 알코올은 좀 거북할 때 퍼시풋 한잔을 권합니다.
1. 오렌지 주스, 레몬주스, 저번에 사 두신 글레나딘 시럽, 계란을 준비해주세요
2. 플라스틱 통에 얼음을 채운 후 오렌지 주스를 2 소주잔, 레몬주스를 1 소주잔, 글레나딘 시럽 1 밥숟가락 넣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