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오비이락’이라고 해야 하는지, ‘선견지명’이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최근에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라는 우에노 지즈코 작가의 책을 읽었다. 책의 주제는 제목에 나와 있다. 집에서 혼자 죽는 것이 좋다! 는 말이다. 자식이 있건 없건, 몸이 아프건 그렇지 않건, 방문 요양 보호사의 충분한 케어를 확보할 수 있다면 집에서 죽자는 것이다(제 의견이 아닙니다! 우에노 작가님의 주장입니다). 요양원이나 병원은 노후를 지내기에 인간적인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부분일 것이다. “방문 요양 보호사의 충분한 케어를 확보할 수 있다면!” 그러니까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권 안에 있는 것이 중요하다.
이 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무연고 사망’ 문제를 다룬다. 주인공 독고 정순은 무연고 사망이 발생하면 처리를 책임지는 남구청 복지과 주무관이다. ‘무연고 사망’이란 사회 어디에도 이들의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사회관계의 가장 기본 단위인 가족마저 찾을 수 없는 사람의 사망을 말한다. 이런 종류의 죽음에는 빈곤, 파산, 실업, 질병과 같은 무거운 단어가 늘 함께 한다. 가능하다면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주제다. 특히 뮤지컬 극장 같은 곳에서는.
복지과 주무관인 '독고 정순'이 새로 배정된 신입직원 ‘서산’과 업무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이 이 뮤지컬의 줄거리다.
뮤지컬의 배경은 재건축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오래된 산장 아파트다. 극이 시작되면 무대 위 아파트의 불이 하나씩 둘씩 켜진다. 101동 501호에, 102동 503호에, 그다음 101동 403호에 불이 켜지는 식이다. 모두 혼자다. 누군가는 전화를 받고, 누군가는 창 밖을 바라보고 있고, 누군가는 운동을 하지만 비치는 모습은 모두 혼자다. 오래된 아파트이다 보니 살고 있는 사람도 ‘오래됐’다. 산장 아파트 주민들의 사정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마당발 ‘보험왕’은 재건축을 막아보려고 애쓰고 있다. 이런 마당발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그 지역이 얼마나 오래된 곳인지를 말해준다.
남구청 복지과에서는 벌어지는 작은 사건들은 ‘무연고 사망’이 어떤 것인지 말해준다. 관객에게 어려움과 아픔이 충분히 전해질 정도다.
자신의 일에 ‘집착’에 가깝게 매달리는 독고 정순에게 특별한 사연이 있을 것이라는 건 쉽게 짐작이 된다. ‘길냥이 아빠’인 서산에게도 뭔가가 있겠지, 아무렴 주인공인데. 사연은 장면을 거듭하면서 드러난다. 그것이 개연성이 있고 없고는 보는 사람들이 판단하면 된다. 주인공은 만나야 했고 그러려면 어떻게든 그 아파트에 입주를 시켜야 했으니 그 정도는 이해하고 넘어가자는 말이다. 독고 정순에게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는 기자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감이 왔다’잖아. 그러니 그것도 이해하자.
조정은 배우는 약한 것 같으면서도 ‘그래 봐야 죽기밖에 더하겠어’라며 강단을 보여주는 ‘독고 정순’의 이미지와 싱크로율 130퍼센트다. 주제곡의 멜로디가 쉽고 강렬해서 뮤지컬이 끝나고 일어설 쯤엔 중얼거릴 수 있을 정도인데, 그 아름다움을 전해준 지분의 9할은 조정은 배우의 몫인 것 같다. 철딱서니 없는 것 같으면서 뭔가 사연 하나쯤 있는 것 같은 배역에는 ‘양희준’ 배우가 어울린다. 스웨그 에이지에서도 훌륭했는데, 이번에도 자신의 몫은 충분히 한다. 눈이 간 것은 보험왕 ‘이세령’ 배우다. 튀지 않고 극에 잔재미를 준다. 물론 노래도 잘한다. 이 배우 다음 공연은 찾아봐야겠다.
그런데 이 뮤지컬, 꼭 대극장 무대에 올려야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산장 아파트와 남구청 사무실이 주를 이루는 무대는 새로울 것도 없고 놀랄 만한 효과가 보이지도 않는다. 오히려 무대가 너무 넓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인상도 받는다. 뻔한 세트 위에서 주인공이 달린다. 그러려고 그 큰 공간이 필요했다고? 흠…….. 물론 무대 뒤 연주자들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대극장이 필요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무대 디자인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했던 것은 아닐지.
무겁고 어려운 주제이지만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일 수도 있다. 무연고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도시 괴담을 넘어 이제 주변에서 하나 둘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주제에 정면으로 시선을 던졌다는 점에서 이 뮤지컬을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다. 모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