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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에서 만난 엄마후보

5화 : 별님이의 부모면접(1)

by 이지아

놀이터는 노란 모래와 웃음으로 출렁였다.

별님이는 철봉 그늘에 서서 그 웃음 속을 훑었다.

미끄럼틀 아래, 젊은 엄마가 아이의 신발 끈을 묶어주고 있었다.

연한 파스텔색 카디건, 팔목에 매달린 고무풍선, 보드라운 말투.

"한 번 만이다. 한 번만 더 타고 집에 가는 거야~."

그 순간 별님이는 숨을 삼켰다.


저 엄마가, 내 첫 번째 엄마후보일까?


노을이가 모래사장 가장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등허리를 둥글게 말고 앉은 채, 꼬리를 다리 쪽으로 감싸 쥐었다.

별님이가 다가서자, 노을이는 앞발을 들어 별님이의 손등 위에 가볍게 얹었다.

찰나에 놀이터의 풍경이 뒤집혔다. 웃음이 멀어지고, 빛이 속을 비추었다.


젊은 엄마의 입술은 분홍빛 미소를 그리면서도,

그 미소의 끝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차가운 모래 냄새가 희미하게 코끝을 스쳤다.


그녀의 휴대폰 화면에는 ‘확정’이라는 단어가 굵은 글씨로 떠 있었다.


계약해지, 구조조정, 면담 요청.


방금 전 통화에서 상사가 굳이 웃는 말투로 단어들을 배열했고,

그녀는 같은 말투로 “아 네, 괜찮습니다”라고 답했다.

괜찮다는 말은 입술에서만 나왔고, 어깨 위쪽의 근육은 종일 뜨거운 돌을 올려놓은 것처럼 굳어 있었다.

휴대폰 뒷면으로 땀이 번졌다.


미끄럼틀을 타던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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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중독인 엄마와의 관계에서 벗어나, 나를 알아가는 중입니다. ziansoo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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