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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만난 엄마후보

6화 : 별님이의 부모면접(2)

by 이지아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별님은 잠시 머뭇거렸다.
사람들 틈에 서 있는 자신이 어색했다.

곧 붉은 전조등을 켠 버스가 다가왔다. 문이 열리자, 기사 아저씨가 무심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태웠다.
그런데 별님 차례가 되자, 기사 아저씨의 눈빛이 잠시 멈추었다.

“얘야, 타거라.”
낯설 만큼 낮고 따뜻한 목소리였다.

별님은 두 손으로 가방끈을 꼭 쥔 채, 아저씨를 올려다보았다.
그 순간, 그의 눈동자 속에서 은은한 빛이 일렁였다.

“길은 늘 있는 게 아니란다. 놓치지 말고 가야지.”

짧은 말이었는데, 별님은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다른 승객들은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지만, 별님만은 그 한마디를 오래 기억할 것 같았다.


버스 계단을 폴짝 올라타자, 덜컹거리는 의자가 별님을 맞았다.
창가에 자리를 잡고 두 손을 무릎 위에 모으니, 앞자리 노부부가 눈에 들어왔다.

꾸벅꾸벅 졸던 할아버지의 머리가 옆으로 기울자, 할머니는 말없이 어깨를 내주었다.
마치 폭신한 베개 같았다. 별님은 깔깔 웃었다.
“저기 봐. 베개가 됐어.”

뒤쪽에서는 아기가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가 낮은 목소리로 자장가를 흥얼거렸다.
그 소리에 맞춰, 아기의 울음은 파도처럼 잦아들었다.
순간 버스 안 공기가 포근하게 부풀어 올랐다.

별님은 창문에 얼굴을 기댄 채, 잠시 눈을 감았다.

아기의 울음이 잦아들자, 버스 안은 금세 따스한 숨결로 가득 찼다.


이윽고 버스가 골목을 돌 때, 가로등 불빛이 비치는 순간

창밖으로 스쳐 간 그림자 하나가 별님의 눈길을 붙잡았다.

어딘가 사람 같기도, 그렇지 않기도 한 어두운 형체. 별님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금세 버스 불빛에 묻혀 사라졌다.


버스가 다시 흔들리며 다음 정류장에 섰다.
별님은 가만히 숨을 고르며 속삭였다.

“이 길은… 나 혼자 걷는 게 아니구나.”


버스에서 내리자, 시장 특유의 활기찬 소리가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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