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 종잇장에 접힌 청춘
“정리”라는 단어는 간단했는데, 삶은 간단하지 않았다.
퇴직금을 계산하는 동안, 성태는 갑자기 손톱 밑이 시렸다.
다음 달 대출이자, 전세금 만기, 아이의 학원비.
독촉의 숫자들은 일정표처럼 대기 중이었다.
공장 문을 나오는 날, 바람은 더 차가웠다. 술집의 불빛은 더 빨리 켜졌다.
집은 곧 전쟁터가 되었다.
투자금이 빚으로 돌아앉았다는 통화 뒤, 아내의 표정이 굳었다.
“당신, 왜 말 안 했어?”
“해결하려고 했지.”
해결은 되지 않았고, 부부사이 대화가 되지 않았다.
말이 칼이 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날 선 말들은 벽지에 흠집을 내고, 식탁 위를 가로질러 아이의 밥그릇을 흔들었다.
여지없이 부부싸움을 한 어느 밤.
아내는 조용히 집을 나갔다.
드라마처럼 오열하지도, 소리치지도 않았다.
식탁 위엔 '협의이혼신청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성태는 그것을 읽고도 한참 이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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