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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굴씨 Nov 24. 2022

[퇴사로그] 퇴사 D-Day

생각만 하던 퇴사, 그날이 오면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많은 고민을 하고 내렸던 결정이라 퇴사하면 속이 후련하기만 할 줄 알았다. 전날까지도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퇴사 직전까지 '시원섭섭'에서 '섭섭'은 없다고 말하며, '섭섭함'이 남았다면 더 다녔을 것이라고. 더 이상 하고 싶은 것도 이곳에서의 미련도 없었고, 월급만이 그곳을 다니는 이유였기에 퇴사를 결정했던 것이다. 조금 더 가슴이 뛰고 성장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너굴씨, 오늘 점심먹고 인사만 하고 편하게 퇴근해요.'


퇴사하는 날, 업무 마무리했으면 점심 먹고 편하게 퇴근하라고 했지만 그러진 못했다. 계속된 출장과 후임자 부재로 업무 인수인계도 제대로 하지 못하기도 했고, 남은 분들의 업무가 밀리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모른 채 할 수도 있었지만 마지막 날인데 굳이 찜찜하게 일을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거의 퇴근시간까지 업무를 하고 짐을 챙겼다. 


'저... 가보려고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모두 잘 지내시고 행복하세요.'

가영이 짤처럼 속이 후련한 퇴사 인사는 아니었다. 나는 정말 후련하게 나올 줄 알았다.

내가 상상했던 퇴사 인사(현실은 그러지 못했다)

이상하게도 동료들에게 인사를 하는데 괜스레 울컥해 눈물을 꾹 참고 한 명씩 잘 지내라는 인사를 하고 나왔다. 난 속 후련하게 퇴사하고 싶었지만 그러진 못했던 것 같다. 겉으로 웃고 있었지만 마음은 복잡 미묘했다.


회사에서 짐을 챙겨서 나와 집에 도착했더니 그간 쌓여있던 긴장이 풀렸는지 눈물이 펑펑 났다.

그동안 그곳에서 일했던 날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첫 출근

팀원의 깜짝 선물로 감동했던 것

첫 인센티브를 받고 부모님께 용돈 드리며 뿌듯했던 것

친했던 동료가 하나둘씩 퇴사했던 것

팀장이랑 언쟁을 벌였던 것

갑자기 인계받은 업무로 힘들었던 것

연말에 혼자 주말 출근했던 것

...


힘들었던 것, 좋았던 것 모두 떠올랐다.

빨리 퇴사하고 싶다는 생각만 했는데 돌이켜 보니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었나 보다.

마무리하지 못하고 나온 업무가 찝찝하기도 하고, 내 공백으로 인해 잠시 동안 바빠질 팀에게 미안함이 남았다. 회사에서 언제나 그랬듯 후임자를 늦게 뽑은 탓이지, 내 탓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 만큼 최선을 다해 쉬고 더 좋은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나에게는 휴식이 필요하고, 더는 갈 수 없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나온 만큼 잘 쉬고 중심을 잘 잡아서 다시 시작하자!


그렇게 나는 30대 자발적 백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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