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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굴씨 Nov 27. 2022

[퇴사기록] 백수를 염탐하는 백수

나는야 백수염탐꾼

나는 백수를 염탐하는 백수이다. 


나는 30대 자발적 백수이다. 백수생활 한 달 차가 되자 다른 백수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다. 

'매일 주어지는 24시간을 어떻게 사용할까?'

일단 내 주변을 살펴보니 일을 쉬는 사람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지인 중에 돈 많은 백수를 없으니 이는 제외한다.)


첫 번째, 육아를 한다.

저출산 시대라고 하지만 내 주변 친구들 절반은 육아를 하느라 바쁘다. 아이를 위해 휴직/퇴사를 하고 하루를 보낸다.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아이를 낳기 전후로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한다. 본인을 위한 시간은 하루에 1시간도 되지 않는다며, 남편과 둘이서 영화관에 가서 영화 보던 게 너무 그립다고 한다. 부모님이 아이를 봐주신다고 해도 불안? 걱정?으로 못 가겠다며... 아직 결혼도 못한 나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감정인 듯하다. 


두 번째, 전문직이거나 기술이 있다.

그동안 직장에서 했던 업무와 연계하여 사업이나 프리랜서로 벌이가 가능하거나, 간호사처럼 전문자격이 있어 언제든 이직이 가능해 정말 편히 쉬었다. 쉬면서도 간간히 외주작업을 받아서 하기도 하고 언제든 재취업이 가능하니까 맘껏 쉬었다.


세 번째, 신체적/정신적 회복 중이다.

5~10년간 직장생활로 신체/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겨 치료 중이었다. 버티고 버티다 문제로 이어진 듯하다. 슬프게도 우울증이 오고 심각한 스트레스로 면역체계가 망가진 것도 봤다. 아프면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렇다면 나는? 셋 다 아니다. 
아직 미혼에, 사무직으로 전문 기술도 없으며, 회사를 다니며 번아웃이 오긴 했지만 심각한 문제가 있진 않았다. 이런 내가 회사를 그냥 그만둔 것이 너무 용감하다고, 무모하지 않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회사를 계속 다니는 옵션은 없었기에 늦지 않게 나왔던 것이다. 다니면서 이직했으면 가장 좋았겠지만 여건이 그렇지 못했다. 


나만 너무 안일하게 지내나 싶어서 자극받기 위해서 주변 사람 이외에 브런치와 블라인드, 블로그 등을 통해 다른 백수의 삶도 염탐해봤다. 각양각색의 백수가 많았다. 세상에 똑같은 백수는 없다.


직무전환 또는 전문자격 취득을 위해 공부하는 사람,

사업을 준비 중인 사람,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

우울증 치료 중인 사람,

결혼 후 일을 그만둔 사람,

이직을 했지만 업무 내용이 JD와 정말 달라 바로 퇴사한 사람,

...


나처럼 그냥 쉬면서 재취업을 준비하는 사람,

역시나 내 눈엔 나와 같은 사람들 글이 더 눈에 띄었다.


'다들 얼마나 쉬고 재취업을 했을까?'


그냥 퇴사를 했지만 바로 재취업 자리가 구해지는 바람에 바로 출근한 사람,

생각보다 재취업 기간이 길어져 1년 이상 쉬게 된 사람,

...


나도 이제 일을 쉰 지 2달이 되어가는 시점이라 조금은 걱정이 되긴 했다.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지만 채용이 되는 것은 내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다른 사람들의 경험 글을 보며 힘을 얻고자 열심히 백수의 삶을 찾아본 것 같다.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불안한 것은 당연하지만 언젠가는 빛이 들 것이라고. 확신을 얻고 싶었다. 


백수 한 달 차는 행복했다가 불안했다 기분이 롤러코스터였지만, 2달 차가 된 지금은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나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며, 결과는 하늘에 맡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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