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한 달간 날 것의 감정
1주 차 "한 달은 즐기자"
퇴사하고 일주일은 그냥 휴가 같았다.
그동안 너무 지쳤고 쉬어가야겠다는 마음으로 나온 것이지 이직, 사업, 프리랜서 등 엄청난 계획을 가지고 회사를 나온 것이 아니었다. 그저 스트레스받는 회사를 가지 않는 것만으로 좋았고, 날씨도 딱 맞게 좋았다. 한 달 동안은 쉴 생각이었기 때문에 국내 이곳저곳을 다니며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소소한 행복들을 발견했다. 맑은 하늘, 따사로운 햇살, 작게 피어있는 꽃 등 내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것들이 느껴졌다. 일주일 동안은 부럽다는 말을 제일 많이 들었고,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나는 그렇게 회사 밖 인간이 되고, '저 백수예요.'라는 말이 이때까지는 입에 잘 붙지 않았다.
2주 차 "저 사람은 뭐하는 사람일까?"
나의 하루는 '산책-독서-글쓰기'로 단조로웠다.
아침형 인간인 나는 늦잠을 자지 못하는 편이라, 매일 아침 산책을 했다.
출퇴근하는 사람, 등하교를 하는 학생, 자영업자, 프리랜서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다들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저 사람은 출근하는 게 행복할까?'
산책 후, 도서관에 가니 이른 시간부터 공부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도,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 책도 있는 어르신 분도 있었다. 시간을 헛되이 보내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도서관에 가면 책 2권 이상은 가져와 자리에 앉았다. 완독 하기보다는 훑어보는 수준으로 보고 마음에 드는 책만 빌려왔다. 글을 읽다 보니 글을 쓰고 싶어 졌고 '소설 기초' 강좌가 있어 신청했다. 신청할 때 나는 글쓰기 습관을 내 것으로 만들고, 죽기 전에는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야지라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당장 글을 쓴다고 글로 돈 벌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일단은 취미로 가져가야 하는 것이지 않나.
급밥벌이 걱정을 하며 2주 차 주말이 되자 내가 채용공고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글 쓰려고 켰던 노트북인데, 나는 왜 벌써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가. 뼛속까지 노예일까.
3주 차 "다른 백수들은 뭐하고 살지?"
아침 산책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했다.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지금 이대로도 괜찮은지?'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러다 보니 나처럼 30대에 직장을 그만둔 사람들은 잘 사나? 어떻게 사나? 궁금해졌고, 브런치와 블라인드, 네이버 블로그에 30대 백수, 퇴사를 키워드로 검색을 많이 해봤다.
#30대백수
#30대퇴사
#백수일상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있었다. 정년을 앞두고 퇴사한 사람부터 사회초년생까지.
나처럼 어정쩡하게 7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쉬려고 퇴사하는 사람의 글도 봤는데, 그 글에는 생퇴사(계획 없는 퇴사)는 지옥행이라는 글도 있었고, 퇴사 후 휴식기를 가진 후 더 좋은 곳으로 갔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직장생활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도 많았다.
'모두가 자기 밥그릇을 찾고 사는듯했다.' '다 자기 하기 나름 아니겠는가.'
4주 차 "소극적 구직활동 시작"
백수로 혼자 지내다 보니 사람들이 그리웠다.(물론 마음이 맞는 사람)
타 지역에서 혼자 백수로 지내는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님을 보며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사람한테 질렸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소통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싫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으쌰 으쌰 하며 결과물을 만드는 건 재밌었는데...
아직은 내 사업을 할 때가 아니라 남들과 함께 일하며 성장할 때라는 판단이 섰다.
지금부터 구직활동을 하면 올해 안에는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조금씩 이력서를 내보고 있다.
4주 차에는 거의 매일 채용공고를 보고 직무를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하고 싶은 일인지를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하고 싶은데 못한다면 채워야 할 부분은 무엇 일지를 생각한다. 스트레스받지 않냐고? 물론 불안감은 있다. 취업이라는 게 내가 원하는 곳에 원하는 때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지금부터 지원을 하고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려고 한다.
하지만 백수생활도 충분히 즐겨야 하기 때문에 쉬는 동안 해보지 않았던 것들도 계속 병행할 예정이다. 브런치 글도 형편없을 지라도 1주에 한편은 올릴 계획이다.
퇴사를 후회하냐고?
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했을 퇴사이다.
회사가 싫고 답답하다고 말하면서 다니고 있는 나 자신이 싫었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는 이도 저도 아닌 채 흘려보냈던 시간들이 많았다.
출근한 것만으로 나는 오늘의 할 일은 다 한 것처럼 느껴졌고 다른 걸 시도해도 어중이떠중이처럼 '했다'에만 의미를 뒀던 것 같다.
그거에 스트레스받고 또 새로운 걸 시도하고 다시 회사로 돌아와 난 왜 여기 머물러있지? 이렇게 도돌이표 같은 삶이었다.
용기가 너무 부럽다. 쉬어서 좋겠다?
30년 이상 일해야 하는 이 세상에서 몇 개월은 쉬어도 되지 않을까?
그중 나는 8년 정도 일했다. 한 회 사를 쭉 다닌 것은 아니어서 중간중간 쉴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쉼은 느낌이 다르긴 하다. 하지만 계속해서 마인드 컨트롤 하려고 노력한다.
그동안 벌어놓은 돈을 쓰면서 나에게 잠시 쉼을 주어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백수는 생각보다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