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무위
“Idleness is not doing nothing. Idleness is being free to do anything.”
무위란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가 아니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상태가 무위다.
- 플로이드 델
백수 2개월 차가 되자 평일과 주말 구분이 없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이것이 무위인가?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정말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는 불안이 엄습했다. 내가 생각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그렇게 하루가 뚝딱 흘러버린다.
이런 하루가 모여 1년이 지나간다면 1년 뒤에 내 모습이 만족스러울까? 아닐 것이다.
휴식이 필요하다면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해서 후회가 없어야 한다.
내게 휴식이 더 필요한가? 원래 올해는 쉴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일을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일 자체가 하기 싫었나? 일이 하기 싫었던 것은 아니라, 이전 직장이 가지고 있던 고이고 고인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 싫었던 것 같다. 기존 업무에 새로운 방식도 시도해보고 으쌰 으쌰 하며 일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5년간 있던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으로 가는 것이었다.
일을 쉬고 있는 것은 맞지만 백수라고 나를 지칭할 때마다 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일을 쉬면 다 백수일까? 영어에도 백수에 꼭 맞는 단어는 없고 'between jobs'라고 표현하는데, 이 표현에서는 미래에 일을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데 '백수'라는 단어는 '나는 일 안 해. 그게 내 직업이야.'라는 느낌이 든다. 부자가 아니고서야 평생 백수일 수는 없다. 꼭 직장이 아니더라도 생계활동은 해야 한다.
나도 내년에 계획해놓은 것들로 다시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당장 나만의 사업을 하기도 프리랜서로 밥벌이를 하기에는 턱없이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은 이전 직장보다는 나와 더 핏이 잘 맞는 회사로 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열심히 채용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내고 있다. 내년에는 내가 어디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전의 나보다는 아주 조금은 더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오늘도 내일도 무위의 삶을 잘 살아내야겠다. 꼭 돈이 되는 일이 아니더라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못했던 일은 쉬는 동안 최대한 많이 시도해봐야겠다. 시도들이 쌓이고 쌓여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줄 테니.
이제 나는 나를 백수라고 부르지 않기로 했다.
무위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상태이며,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졌고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풍족한 삶은 겉으로 호화로운 삶이 아니라 어디에 있든, 어떤 나이대이든 애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데 달려 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고 여유 있게 나아가 보자.
학생의 나도, 직장인의 나도, 일을 쉬고 있는 나도, 앞으로의 나도
나의 다 다른 모습일 뿐이지, 나라는 사람은 똑같다. 나의 삶에 애정을 가지고 원하는 삶을 위해 차근차근 나아가야겠다.
- 오늘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