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일상
퇴사 후 1일 1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경제상황도 그렇고 연말이라 채용공고가 많지 않다. 거기에 경력직으로 지원하려다 보니 내가 지원할 수 있는 곳은 더욱 제한적이었다. 감사하게도 퇴사 후 지금까지 3번의 면접 기회가 있었다. 완전히 다른 3곳에서 면접을 보며, 나도 그 기업들을 평가하고 나와 맞는 곳인지 평가할 수 있었다.
1. IT회사(1차면접 탈락)
서류 접수 후 3일 만에 합격 연락이 왔다. 1차 면접(실무자)-2차 면접(임원)으로 이뤄지는데 나는 실무자 면접에서 탈락했다. 함께 일할 팀원이 면접에 참여하여 면접자의 경력을 기반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와 회사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자세하게 물어봤다. 준비 부족으로 내 경력에 대해서만 장황하게 설명하고 회사와의 fit에 대해서는 설득력이 부족했다. 하다못해 회사에 대해 치밀하게 조사하고 준비해 갔어야 했는데 두루뭉술하게 준비했던 것이 가장 큰 탈락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탈락하긴 했지만 면접 경험은 좋았다. 면접 내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팀원으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인지.'등을 기준으로 질문을 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면접을 통해 면접자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깨닫게 해 주셨다. 면접시간 동안 탈락할 것을 예상했지만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마음속에 0.0000001% 희망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고, 약 2주 뒤 탈락 메일을 받았다.
퇴사 후 첫 면접의 기억이 너무 쎄서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것밖에 준비하지 않았다니...
IT회사 면접을 보기 전에는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 다른 사람한테 준비를 도와달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지금도 후회되는 부분이다.
2. 중견기업(1차면접)
IT회사 면접 후 잡힌 중견기업 면접 기회였다. 헤드헌터를 통해 지원했던 회사였고 면접 일정, 장소 안내도 엉성해서 면접 보는 게 맞나 싶었다. 그래도 면접을 본다면 이전처럼 면접 준비로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현업에 있는 친구한테도 물어보고 회사 홈페이지, 뉴스, 공시자료 등등 샅샅이 찾아서 예상 질문과 답변을 만들었다. 면접 분위기는 IT회사와는 완전히 달랐다. 이곳의 면접은 겉핥기식으로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정자가 있어서 그런가?', 아니면 '노예가 필요한가.' 면접자의 역량과 기여도에 대해 궁금해하기보다는 이전에 다녔던 회사에 대해 더 궁금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경력직 면접임에도 경력에 대한 질문보다는 개인적인 질문이 더 많아 딱히 기억에 남는 질문이 없다. 준비해 간 내용은 하나도 묻지 않아 그냥 개인적인 이야기만 하다가 끝이 났고, 3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탈락자는 연락도 안 해주나 싶다.
3. 스타트업(면접)
커피챗 느낌으로 가벼운 면접으로 진행되었다. 이사님과 1:1로 면접을 보다 보니 회사에 대해 소개도 해주시고 스타트업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도 해주셨다. 왜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스타트업을 도전하는지, 힘들었던 일/즐거웠던 일, 회사를 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등 가치관에 대한 질문이 많았던 것 같다. 덧붙여 면접은 회사도 면접자를 평가하지만, 면접자도 회사를 평가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궁금한 것이 있으면 편하게 물어보라고 해주셨다. 짧은 면접이었지만 존중받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이곳은 연봉이 맞지 않아 회사 쪽에서도 걸린다고 하셨고, 나 역시도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어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이전 직장을 다닐 때는 생각지도 못한 회사에서 면접 기회가 온 것만으로 감사해야지 싶다가도 조금씩 욕심이 난다. 욕심에 비해 결과가 그렇지 못할 때마다 작아지지만 나의 뾰족점을 잘 찾아 다듬고 다듬어 잘 어필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