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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한수씨의 완벽한 직장생활

소설쓰기 기초반 과제

by 너굴씨

<한수씨의 완벽한 직장생활>


이 글은 퇴사 후 새롭게 도전한 '소설쓰기 기초 강의' 과제로 처음 집필해본 엽편소설입니다. 퇴고도 못했고 처음이라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처!음!이라는 의미가 있어 이기적이게 브런치에 업로드해봅니다.

-오전-


“좋은 아침”

나지막한 목소리로 한수는 팀원들에게 출근 인사를 했다. 한수는 회사에 늦는 법이 없다. 늦어도 8시 59분이면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는 업무 시작 전 잠깐 눈을 감고 출근길에 지친 에너지를 재충전했는데, 그 모습을 보며 다른 사람들은 자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해일 뿐이다. 그는 더 열심히 일하기 위해 에너지를 모으고 있을 뿐이다. 근무시간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 때문이다. 팀 리더로서, 실무자로서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다.


“나란씨, 오늘 업체에 서류 보내야 하는데 다 됐어?”

한수는 나란의 뒷자리로 몸을 옮겼고 그녀의 모니터를 보며 말했다.

“네. 확인해보시겠어요?”" 움찔하며 대답했다.

“됐어. 알아서 잘했겠지. 서류 보내고 확인 전화해야 하는데, 거래처에 전화해서 뭐라고 할 거야?”

“메일 보냈다고 확인해달라고 하면 되죠.” 그녀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래? 괜찮겠어? 시뮬레이션해볼까? 여보세요~”

“팀장님도 참.”

“바로 본론부터 말하지 말고 안부 인사부터 하고 알겠지? 그게 센스야. 센스.”


하드 스킬부터 소프트 스킬까지 팀원 업무를 세세하게 챙기느라 한수의 업무는 자꾸 뒤로 밀린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입 사원 교육부터 대리 직원 업무 관리, 임원 보고까지 한수의 몫이다. 중간관리자가 있지만 맡겨놓기보다는 그가 직접 챙기는 편이었다. 다시 자리로 가 본인의 업무를 시작하려는데 휴대폰에 작은 알람이 떴다.

‘KOSPI 2%대 폭락’

‘아...’ 한수가 잠시 주식계좌 비밀번호를 눌러 주식창을 확인하고 휴대폰을 내려놓자마자 그룹장이 한수를 호출했다.

“정 팀장님, 잠시 제 내방으로.”

예상했다는 표정으로 한수는 이사님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신규 교육사업은 어떻게 되고 있죠? 추진되고 있는 거예요?”

“네. 업체 담당자랑 이야기하고 있고 안 그래도 다음 주에 정리하여 보고 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러면 문제없는 거죠?” 임원은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네. 최대한 빨리 정리하여 보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수가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나가보세요.”


나란에게 일을 알려주고 그룹장과의 짧은 회의를 하고 보니 벌써 11시 10분이었다. 업무를 하기에는 점심시간까지 20분밖에 남지 않았다.

"벌써 11시야? 어휴~ 내 일은 점심 먹고 와서 해야겠네" 한수는 혼잣말을 했다. 얼마 되지 않아 따각따각 손톱 깎는 소리가 사무실의 정적을 깼다. "따각 따각, 틱" 약 서른 번 정도 소리를 내더니 멈췄다. 한수는 막간의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팀원들 자리로 가서 업무가 잘되고 있는지 확인하러 갔다.


"이게 뭐예요? 뭐 하고 있어요?" 모니터를 빤히 보며 물었다.

"업체 리스트 정리하고 있었어요." 대리는 익숙하다는 듯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나란 씨는 업체랑 통화했어요? 뭐래요?"

"네. 업체에서 확인해보고 연락 준다고 합니다."

"잘했어요. 역시."

팀원들 업무 상황을 한번 체크하고 화장실을 갔다 오자 마침 점심시간이 되었다. 오늘도 완벽한 타이밍이다.


-오후-


“하암~국물요리를 먹으면 졸리다니까.”

한수가 입을 쩍 벌려 하품을 하며 자리에 털썩 앉았다. 의자를 자주 젖혀서 사용한 탓인지 흔들의자 마냥 의자가 흔들리며 젖혀졌다. 오늘따라 식당에 줄이 없었던 탓에 점심시간 30분이 남았다. 한수는 다시 지그시 눈을 감았다. 오후 업무를 위한 재충전 시간이다.

‘지이잉, 지이잉’ 1시가 되자 알람이 울렸다. ‘벌써 1시야?’ 한수가 눈을 꿈뻑 거리며 말했다.

“어휴, 일이 너무 많아. 바쁘다. 바빠.”

한수는 신규 교육 사업계획서 파일을 열었다. 어제 업체와 통화로 교육프로그램과 강사를 변경하기로 했었다.

“자간이 왜 이렇게 안 맞아.”

규칙 없는 장평과 자간, 오탈자는 한수를 불편하게 했다. 한수는 문서 편집에 재능이 있었다. 그는 마우스 없이 단축키만으로 문서 편집이 가능했으며 남들이 잘 보지 못하는 문서의 틀어짐을 기가 막히게 찾아냈다. 그 사실에 대해 그도 꽤나 자랑스러워했다. 사무실에는 키보드 소리만 가득했고 중간중간 ‘벌써 3시야?’, ‘벌써 4시야?’라는 한수의 소리에 시계를 보지 않아도 시간을 알 수 있었다.

“너무 집중했더니 당이 당기네.”

오후 4시가 지나자 한수는 탕비실로가 믹스커피를 휘익 휘익 타더니 커피잔을 들고 팀원 자리로 갔다. 팀원이 2명뿐이었기에 한수는 최대한 챙겨주려 했다. 팀원 컴퓨터는 잘 작동하는지, 단축키를 몰라 업무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아닌지, 메일/전화 예절은 잘 지키고 있는지 등등 세심하게 챙겼다. 그것이 팀장의 무게라고 생각했다.


“잘되고 있어요?”

“저요?” 한수가 묻자 나란이 대답했다.

“네.”

“뭐가요?”

“그냥 전체적으로.”

한수는 마우스로 문서를 편집하고 있는 나란의 뒤에서 모니터를 지켜보다 자리로 돌아갔다.

“믹스커피를 많이 마시면 안 되는데 회사만 오면 땡긴단 말이지. 오늘도 너무 바쁘네”

“하... 이것까지 내가 해야 해?”

“엎어 말어? ‘오늘도 집에 가서 일해야겠네.”’ 한수의 혼잣말에 대리는 조용히 한쪽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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