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메일함 확인하기
어느덧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2022년이 거의 끝나간다.
올해 10월 초 번아웃으로 퇴사하고 쉬다가 11월부터 구직활동을 시작했다. 처음 취업준비를 할 때보다 더 다양하게 지원한 것 같다. 스타트업부터 대기업, 기관까지. 기존에 했던 업무와 어느 정도는 겹치는 분야로 경력직 지원을 했기 때문에 전혀 생뚱맞은 분야는 아니다.
지금까지 20곳은 족히 넘게 지원을 했고 면접 4곳, 인성 1곳을 볼 기회가 있었다. 그중 1곳은 1차 면접 탈락이고 나머지는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 한 곳은 면접본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도 연락이 없어 당연히 탈락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혹시나 탈락이든 합격이든 연락이 올까 하여 수시로 메일을 들어가 본다. 분명 인성테스트는 2~3일 내로 결과가 나온다고 했는데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연락이 없다. 아마 연말이라 인사담당자들도 정신이 없거나 내년 긴축경영으로 회사 내부사정이 바뀌어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채용 TO가 없어지지 않길 바란다. 서류 탈락은 그렇다 치더라도 면접 탈락은 제발 연락을 주면 좋겠다. 서로 면접을 위해 시간을 썼으면 마무리까지 신경을 써주었으면 하는 구직자의 마음.
탈락 문자/메일은 일괄로 보내면 되잖아요?
연말이라 그런지 채용공고가 별로 없는 가운데, 내가 지원할 수 있는 공고를 따져보면 더 줄어들게 된다. 경력이 쌓인 만큼 이전에 비해 서류 합격률은 좋아졌다. 반대로 말하면 경력에 맞춰 지원할 수 있는 공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전엔 조금이라도 해보고 싶은 업무가 있으면 이곳저곳 지원을 했다면 지금은 30대 초반으로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데다 경력이 5년이 추가된 탓에 이전만큼 편하게 지원할 수가 없다. 가끔 눈을 낮춰 편하게 지원한 곳도 있는데 이곳들은 오히려 연락이 아예 없다. 연봉이 부담스러운 데다 경력직은 바로 투입해서 써야 하는데 내가 가진 경력은 마케팅, 회계, 디자인 등과 같이 흔한 업무도 아닐뿐더러 중소기업에 썩 필요한 직무가 아니다. 나 같아도 나처럼 어정쩡하게 경력이 있는데 채용하려는 직무의 경력이 아니라면 굳이 경력직을 뽑기보다는 1~2년 정도 중고신입을 뽑을 것 같다. 일을 가르치기도 편하고 연봉도 그만큼 세이브할 수 있으니까. 말하고 나니 씁쓸하지만 그것이 현실인 것 같다. 특히 스타트업은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원하기 때문에 오히려 내가 가기엔 허들이 높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서류 합격이 되는 곳은 중소기업보다는 중견기업 이상이나 이전회사와 같은 기관이다.
떨어지고 떨어지다 보면
스타트업도 중소기업은 서류에서부터 조용히 떨어지고, 중견/대기업은 면접에서 떨어지다 보니 자존감이 조금씩 내려갔다. 이전과 같은 협회는 다시는 안 가야지 했는데 자꾸 떨어지다 보니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협회뿐인가 싶어 자존감이 뚝 떨어진 날 막 지원한 적이 있다. 그리고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면접 보라고 하는 연락을 받고 면접을 보러 갔다. 아무래도 산업분야는 달라도 업무자체는 비슷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면접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곳도 아직은 연락이 없다. 붙은 것인지 떨어진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했던 업무를 면접 볼 때 자신감이 달라진다는 것을 느꼈다. 사기업은 했던 업무와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직접적으로 했던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면접을 볼 때도 스스로 자신이 없었고 그 걸 분명 면접관도 느꼈을 것이다. 스스로 자신 없어하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음 면접이 잡히면 무조건 철면피를 깔고 자신 있게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