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아이를 내려다보고 있다. 아이가 딛고 선 발아래 땅이 흔들렸다. 닿지도 않을 소리지만, 목구멍으로 새어 나오지도 않지만 아이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얼른 피하라고, 그곳에서 나오라고. 듣지 못한 걸까. 닿지 않은 걸까. 내 소리를 거부하는 걸까. 아이는 그 자리에 그냥 서 있다. 바로 옆으로, 차로 보이는 큰 물체가 떨어지고 지반이 무너져 내렸다. 나는 절박하게 사라진 땅의 가장자리에서 멀쩡히 손을 흔드는 아이의 모습을 찾는다. 당연하게도, 아이는 땅과, 물체와 함께 깊고 어두운 구멍 속으로 떨어지고 흔적도 없다.
스무 살이었던 아이는 물속에서 다시 아가의 모습이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자유의 몸이다. 눈을 감고 온전히 자신을 물의 흐름에 맡긴다. 내가 어떻게 아이를 시선 속에 두고 있는지 순간 의아해진다. 불현듯 일어나는 조바심으로 아이가 얼른 빠져나오기를 바란다. 빨리빨리, 마음이 조급해진다. 상황이 나빠지기 전에, 아이의 숨이 가쁘기 전에, 나는 아이가 빠진 곳의 존재를 알지 못하기에 불안해지는 마음을 다 잡는다. 지켜봐 주자. 나도 눈을 감고 온전히 아이의 의도와 움직임을 느낀다. 차례차례 미로와 같은 땅 속 물밑을 빠져나오기 시작한다. 때로는 상어처럼 유연하게, 때로는 가오리처럼 용맹하게, 아이의 차분한 모습을 보며 나도 안정을 되찾는다. 아이는 눈을 뜨지 않는다. 오로지 감각에 의지하여 움직인다. 마치 아이가 내게 이런 것쯤은 감각회로에 저장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눈을 뜨고,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다. 아무 소리 내지 않은 채, 마치 아이가 그것을 듣고 눈을 뜰 것을 걱정이라도 하듯 숨 죽이며..
아이가 설치해 둔 구조기구에 도착했다는 경보음이 울린다. 나는 아이의 아빠를 재촉한다. 기구를 어서 올리라고, 아이가 스스로 왔다고. 아빠는 허둥지둥 서두른다. 수동으로 된 기계 도르래의 원반을, 힘을 다해 돌린다. 아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캡슐 속 아이는 어느새 스무 살로 돌아와 있고 온몸이 흠뻑 젖었다.
아이가 돌아왔다. 지금 모습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