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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소리

2025. 03.12

아직 겨울의 끝자락에 서 있지만, 어딘가에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차갑게 얼어붙었던 바람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아침 햇살 속에서 희미하게 따뜻함이 묻어난다.


얼어 있던 강물이 흐르기 시작하며 졸졸거리는 소리를 내고, 아직은 앙상한 나뭇가지 끝에서도 봄을 알리는 작은 소리들이 피어오르는 듯하다.


그 소리는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도 분명히 존재한다. 굳었던 땅 속에서 움트는 새싹의 미묘한 움직임, 겨울 내내 고요히 쉬던 새들의 첫 울음소리, 그리고 마른 풀숲 사이로 바람이 스며들며 내는 잔잔한 속삭임.

이러한 자연의 모든 소리들이 한데 어우러져, 봄이 오고 있음을 조용히 알려준다.


길을 걷다 보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두꺼운 외투를 벗고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있는 것을 본다. 그들의 발걸음에서는 겨울의 묵직함 대신 산뜻한 리듬이 느껴진다.


주머니에서 손을 뺀 채 부드러운 바람을 맞으며 걷는 그들의 표정에는 어딘가 밝아진 기운이 스며 있다. 이 모든 것이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몸소 알려주는 또 다른 소리일지도 모른다.


나는 문득 창문을 열고 방안을 채운 공기를 내보내며 새롭게 들어오는 봄의 기운을 맞아본다. 창밖에서 들리는 소음은 사실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어딘지 모르게 경쾌하고 따뜻한 기운이 느껴진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마음으로 들리는 봄의 소리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그렇게 봄은 우리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지친 마음을 서서히 깨우기 시작한다.


지나온 겨울은 차갑고 고요했다. 얼어붙은 날씨 속에서 우리는 종종 움츠러들고, 멀리 나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집 안에서 소소한 기쁨을 찾아야만 했다.


하지만 겨울의 끝에서 들려오는 봄의 소리들은 우리가 다시금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마치 긴 휴식을 끝내고 일어나는 것처럼, 우리는 다시 움직이고 싶어진다. 봄이 오는 소리는 단순히 자연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시작이기도 하다.


봄이 완연해지면 이런 소리들은 더 선명해진다. 새싹들이 본격적으로 자라나며 내는 소리는 물론이고,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며 내는 소리도 점점 더 생동감을 띤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아이들의 노랫소리, 그리고 온 세상이 함께 호흡하는 듯한 그 기운. 봄의 소리는 자연이 깨어나는 소리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마음도 새롭게 피어나게 하는 아름다운 음악이다.


봄은 이렇게 소리 없이 다가오는 듯하지만, 우리가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면 어디에나 그 존재를 느낄 수 있다. 소리가 아니라 기운일 수도 있고, 실제로 들리지 않는 무언가일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봄이 오면 우리는 알게 된다는 것이다.

계절이 바뀌는 소리, 그리고 우리의 삶이 조금 더 밝고 따뜻하게 바뀌는 소리. 그것이 바로 봄이 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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