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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람 May 13. 2018

누구나 마음속에 바다 하나, 동해안 라이딩(2)

주문진 해수욕장 ~  남향진 해변  왕복 50km   2018.5.5



누구나 마음속 바다 하나씩 품고 산다



한 달 만에 동해를 다시 찾는다.

눈이 시린 옥색 푸르름이 눈앞에 펼쳐지고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나에게로 질주해 오는 파도의 아우성.

바다는 항상 그곳에 있고

나는 항상 목마르다.





일시 : 2018.5.5

코스 : 주문진해수욕장 ~ 주문진항 ~ 연곡해수욕장 ~ 경포대 ~  송정해변 ~ 안목해변 ~ 강릉항 ~ 솔바람다리 ~ 남향진해변 왕복 50km

자전거 : 로드




5월의 황금연휴 첫날, 동해안 라이딩을 다시 한다. 벌써 올해 두 번째이다. 동해 라이딩은 좀처럼 긴 거리를 달릴 수 없다. 수려한 장관을 이리저리 보다 보면 유유자적 라이딩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길을 질주본능으로만 달리기엔 너무 아깝다. 시원스레 달리는 라이딩은 나중에 꼭 하고픈 동해안 종주 라이딩에 양보하고 오늘은 또 바다에 마음이 뺏긴 채 나의 목마름을 채운다.


https://brunch.co.kr/@zigle386/49


지난번에 이어 주문진 해수욕장부터 라이딩을 시작했다. 오늘은 경포대, 강릉항을 지나 남향진해변까지의 왕복 50km가보려 한다.


아침의 주문진 해수욕장은 쾌적하다. 햇볕도 따스하고 공기도 청명하다. 바람이 많이 부는 때문이다.

아침 바다의 비릿한 향은 항구에서 더욱 진해진다. 해변을 지나 주문진항으로 들어서니 바다향만큼이나 더 진한 생동감이 온몸으로 체감된다. 천명관의 소설 <고래>가 떠올랐다. 산골마을에서 처음 세상으로 나온 주인공 금복이 집채만 한 고래를 보며 야망을 꿈꾼 그 항구가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시골 소녀가 그 거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밤잠을 설치고 고뇌하며 쉴 새 없이 일했을까. 지금도 수많은 금복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인 주문진항, 숭고함이 느껴진다.


주문진 해수욕장의 아침
주문진항 (출처 네이버 이미지)


주문진항을 벗어나니 한가하다. 연곡 해수욕장까지 거칠 것 없이 달린다. 자전거길인 구간도 있고 공도 옆길도 있지만 우리는 해안을 끼고 달릴 수 있는 길을 매번 선택했다.  연곡해변에 다다르니 소나무 숲 사이로 자전거길이 뻗어있다. 운치 있다. 이 부근엔 솔향기 야영장이 있다. 솔숲에서의 야영도 근사할 듯 싶다.


연곡해변 부근의 소나무 숲 속 자전거길


이곳을 벗어나면 경포해변까지 하평 해변, 사천진 해변, 순긋 해변 등이 이어진다. 모퉁이를 돌면 해변의 연속이다. 연휴답게 점점 차들이 늘어난다. 이미 자전거길은 주차한 차들로 갈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차들 사이로 함께 달린다. 연휴 라이딩의 고단함. 아마 이곳이 동해안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지역이라 더할 듯싶었다. 오늘 이 구간에서의  한적함은 기대할 수 없었다.



드디어 경포해변에 도착했다. 넓은 백사장이 시원하다. 인파로 백사장 앞 광장이 붐빈다. 광장 한켠에 자전거인증센터가 있다. 라이더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휴식 중이다. 우리도 인파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잠시 쉰다.



경포해변 근처에는 신사임당의 오죽헌과 허균, 허난설헌 남매의 생가 있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여류문인 둘이 시대는 틀리나 이렇게 지척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우연이 놀랍다.

신사임당(1504~1551)은 율곡 이이의 어머니이자 현모양처의 표상으로 추앙받았지만 그녀는 당대에도 유명한 화가이자 문인이었다. 유교의 나라인 조선에서 여성이 자신의 이름을 떨친다는 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과 시댁의 지지로 출가 후에도 친정인 오죽헌에 머물며 예술 활동을 지속했다. 이로 인해 그녀의 출중한 재능은 쉼 없이 발휘되었고 <초충도>등의 명작을 남기게 된다.


신사임당 < 초충도>
오죽헌 전경(출처 네이버 이미지)


허난설헌(1563~1589)은  <홍길동전>으로 유명한 허균의 누이 이기도하다. 그녀는 오로지 자신의 시로 이름을 날렸고 그녀의 작품들은 중국, 일본에까지 전해져 극찬과 더불어 오랫동안 애송되었다고 전해진다. 뛰어난 문인 집안에서 출생한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한시로 천재성을 드러냈으나 출가 후에는 힘든 삶을 살았다. 문인으로서의 난설헌을 이해해주지 않는 남편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게다가 돌림병으로 자식을 먼저 여의였고 친정 집안이 역적으로 몰리면서 많은 고통을 당하다 27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하였다. 난초같이 살다 간 그녀의 족적이 다시금 곱씹어진다.


허난설헌 <앙간비금도> (출처 wikipedia)
허난설헌 생가 (출처 네이버 이미지)


경포해변부터 안목해변까지는 길을 점령한 차들로 인산인해이다. 마치 여름휴가철 같다. 그때 눈앞에 보인 건 차도 옆의 소나무  길이다. 강화도 교동대교를 임도길로 갔던 것이 다시 데자뷰처럼 펼쳐진다. 소나무  길로 들어갔다. 모래가 간간이 깊어 바퀴가 빠지는 것만 조심하면 갈만한 길이었다. 로드로 소나무숲길을. 또다시 평범치 않은 라이딩이 시작되었다. 거의 5km의 임도이다. 숲 속을 산책하는 이들을 피하고 깊은 모래를 조심하며 신나게 달렸다.


소나무 숲 길  라이딩


소나무 숲을 지나 안목해변에 도다. 이 곳엔 유명한 카페거리가 있다. 해변이 보이는 뷰 좋은 곳에서 향 좋은 커피 한잔. 그러나 역시 이 곳도 인파로 붐빈다. 오늘은 그냥 지난다.

이 곳을 지나면 솔바람다리가 나온다. 강릉항과 남향진을 연결하는 이 다리는 2010년에 완공된 인도교이다. 동해바다와 남대천이 만나는 지점에 건설되었고  확 트인 동해의 시원함을 만끽하게 해준다. 특히 야간조명이 아름답다고 한다.

솔바람다리를 건너 남향진해변에 도착했다. 여기부터 정동진까지는 해변길이 아닌 내륙길이다. 시간도 애매하고 내륙길을 가는 것도 내키지 않아 이곳에서 회기 하여 오늘의 일정을 마쳤다.


솔바람다리위에서본 동해전경
솔바람다리 전경과 야경 (출처 네이버이미지)


갈 때마다 일상의 분주함과 고단함을 정화시켜주는 자전거 여행, 이번의 동해 라이 역시 그랬다. 연휴기간이라 사람도 차도 무척이나 붐볐지만 자전거는 길 막힐 염려가 없어 분주함 속에서도 즐거웠다.

로드를 타고 두 달 반 동안 참 많이 달렸다. 주말은 말할 것도 없고 금요일 퇴근 후에도 야간 라이딩을 했다. 그때마다 조금씩 올라가는 체력과 실력을 체감한다. 이런 라이딩소중함.


새로운 도전, 매 순간이 즐거움이다.



혜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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