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일기 - 비즈니스 분석가편]
카카오스타일에는 다양한 크루들이 모여 성과를 만들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카카오스타일 크루들은 본인의 일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있을까요? '일'에 대한 고민과 치열한 성장기를 직무 일기에 담았습니다.
[INSIDE OUT: 안과 밖이 뒤집힌 상태 혹은 속속들이 알고 있음]
나는 사업의 성장에 중요한 의사 결정을 위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비즈니스 분석가다. 데이터가 이야기 밖으로 보여주는 수치와 우리가 비즈니스에서 필요한 것들을 깊은 곳까지 캐치하고 액션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분석가로 성장하기 위해 매일을 걸어가고 있는 나의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익숙함을 뒤로하고 새로운 변화를 마주할 때 두려움이 앞설 때가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나 경험하지 못한 일들에 지레 겁먹기보단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성장해 왔다.
컴퓨터 공학을 졸업하고 스타트업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스타트업답게 개발뿐 아니라 기획, 마케팅, UX 등 넓은 영역을 겪은 덕분에 나는 서비스의 첫 단추를 끼우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임을 깨달았다. 그렇게 서비스 기획자로 본격 커리어를 시작하고 1년 후, 또 변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두려움보단 나의 업무 영역을 분석가로 확장해 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다시 도전했다. 큰 걱정 없이 현재를 받아들이고 잘 적응하는 나는 언제나 그랬듯 이 직무에 녹아들었다.
그렇게 점점 더 많은 데이터를 다뤄보게 되면서, 당시 담당했던 도메인을 넘어 큰 그림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분석해보고 싶다는 니즈가 더해져 여러 이커머스 회사를 거친 끝에 현재 카카오스타일에서 비즈니스 분석가로 일하고 있다.
출근 후 메일과 슬랙을 확인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비즈니스 분석팀은 특히 특정 프로젝트나 데이터 이슈에 따라 필요한 일이 다르기 때문에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루틴 한 업무는 되도록 줄이고 리소스를 확보해 둔다. 운영 중인 대시보드를 틈날 때마다 확인하기도 하고, 여러모로 고정적인 업무보단 병렬식으로 상황에 맞춰 호흡을 조절하며 일하는 편이다.
전시장에 가면 생소한 작품들이 가득한 공간에 배경 설명부터 에피소드까지 버무려 관람객에게 잘 정리된 하나의 책처럼 전달해 주는 큐레이터가 있다. 데이터 분석 또한 데이터들을 정제해서 잘 보여줘야 하기에 하드 스킬도 중요하지만, 효율적인 큐레이션과 리포팅이 수반될 때 분석의 퀄리티는 빛을 발한다. 나 또한 어릴 때부터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며 내가 좋아하는 자료들을 모아두고 직접 회원들에게 큐레이션을 했을 만큼 '수집 - 정리 - 전시'에 특화된 사람이라 자부한다. 아마 내 미래는 이때부터 점지되어 있던 것 아닐까.
하지만 분석에 타고난 성향일지라도 한 번에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여러 관점을 펼쳐두고 여기저기 삽질(?)하며 분석을 해야 하는 것은 분석가의 숙명이다. 열심히 디깅 했는데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가 나올 때나 목적에 어긋난 쓸모없는 데이터가 추출될 땐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시도하고, 또 파보고, 계속 노력하면서 결국 작은 실마리를 발견할 때의 쾌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를 어떻게 잘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은 때론 괴롭기도 하지만, 시간을 투자한 만큼 결과물이 완성되고 나면 어떤 순간보다 나 자신이 기특하다. 이런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내 원동력이 되어주고 이 일을 더 좋아하게 된 것 아닐까.
나도 한 명의 유저이기 때문에 지금은 유저들의 마음을 데이터를 통해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커머스에서 커리어를 확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내가 재밌게 하는 일을 더 잘 해내고 싶기에 지속할 수 있는 나만의 동기 부여를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이를 위해 장기간 프로젝트가 끝나면 기억이 미화되는 경우가 있어 실패했거나 아쉬웠던 부분은 그때 그때 기록해서 레슨런을 놓치지 않고 정리해두고 있다. 사실 성공한 것에 대한 기억이 더 또렷이 남아 실패에 대한 극복이 어렵지 않고, 쉽게 지치지 않는 점은 좋지만 러닝 포인트를 공유하고 개선하면서 내 안에 쌓여가는 능력치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회고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데이터 드리븐(Data-driven). 요즘 어떠한 직무든 이 단어가 필수인 것 같다. 우리 또한 전사적으로 데이터 드리븐 의사 결정이 철저하게 이루어진다. 데이터로 검증된 것은 주저 없이 액션으로 연결되는데, 무엇보다 데이터의 넥스트 스텝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분석가로서 큰 동력이 되어준다.
비즈니스 분석가는 사업이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더 좋은 의사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을 주는 서포터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실제로 사업부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액션을 취하고 있고,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긴밀하게 확인할 수 있는 우리의 업무 구조가 분석가로서 실효성 있는 결과물을 더 많이 도출할 수 있는 선순환을 형성해 시너지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비즈니스 현황 파악도 정말 중요하다. 어제의 신기술이 오늘의 구기술이 되어 신기루처럼 사라질 정도로 기술 격변의 시대지만 다양한 기술을 배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회사의 비즈니스 상황이나 우리가 하는 일의 목적을 파악하는 것이다. 모든 데이터가 정답이 아니기도 하거니와 데이터를 주고받는 사람 간의 배경 지식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데이터의 맥락이 비즈니스와 일맥상통할 때 비로소 유의미한 결과가 되고, 분석가의 비즈니스 이해도가 사업의 인사이트나 솔루션의 방향을 바꿀 수 있기에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한다.
비즈니스 분석가로서 이 글을 쓰고 있지만, 직무명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분석가에게 요구되는 업무 내용의 범위와 정의에 따라 수식어가 달라진다. 분석가라는 큰 틀은 같아도, 사업/프로덕트/마케팅 등 속재료가 다양해서 굳이 업무의 바운더리를 나누지 않고, 내가 지금 어디에 더 포커스를 두고 있느냐가 기준이 된다.
이렇듯 한 끗 차이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분석에 착수할 때에도 데이터를 바라보는 관점을 기반으로 가설 수립 단계에서 방향성에 대한 싱크를 맞추는 작업을 선행하고 있다. 즉, 결과보단 분석 로직을 설정할 때부터 필요한 데이터 재료와 우선순위를 파악할 수 있는 피드백을 주고받아야 데이터를 보는 이유를 명확히 해 그에 맞는 근거로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수 쿠폰을 발행한 후에 효과를 분석한다고 가정하면, 그 쿠폰이 어떤 유저군을 타깃으로 하며 주요 목적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숫자의 증감만을 훑는 것을 넘어서 타깃 유저군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목적에 부합하는 수준의 실적 상승을 끌어냈는지와 같은 실효성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렇게 비즈니스의 배경과 목적을 이해하고 분석할 때 데이터를 보는 사람들에게 더 적합한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어떤 것보다 이성적인 데이터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점이 T와 F의 관계 같기도 하다.
[맛 적중률 90%!] 볼 때마다 내 시선을 빼앗는 회사 1층 횟집에 적힌 광고 문구다. ‘왜 90%일까? 몇 명을 대상으로 한 걸까? 언제 조사한 거지?’ 옆팀 분석가 동료분이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다. (ㅎㅎ) 이렇게 숫자만 보면 생각이 무한대로 이어진다. 데이터는 기준과 기간이 중요하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일상에서도 분석가 기질이 발휘되는 순간이 많다.
카카오스타일에 합류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전사 주요 지표에 대한 정의문서를 작성하는 작업이었다. 지표명만 보고는 크루 각자의 배경 지식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소통의 혼선을 줄이기 위한 ‘약속의 문서’가 필요했다. ‘기획전 구매전환율’을 예로 들면 분모값이 기획전에 진입한 유저 대상인지, 상품 페이지까지 진입한 유저 대상인지에 따라 지표의 의미가 달라진다. 이렇게 정의와 기준을 따지다 보니 ‘맛 적중률 90%’ 같은 문구조차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 분석가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면에는 끈기와 집요함이 숨어있다. 똑같은 데이터라도 그 안에서 다양한 인사이트를 줄 수 있도록 끈질기게 수치를 쪼개보기도 하고, 여러 분야나 관점을 통해 생각을 확장하는 것도 좋아한다. 아니 좋아하는 것을 넘어 즐기는 수준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일례로 특정 연령대에 대한 분석을 할 때는 내부 데이터만 살펴보는 게 아니라 유저의 일상생활 관점에서도 고민해 보고, 인기 상품과 키워드로 직접 탐색을 하면서 나와는 다른 연령대의 유저 관점을 체험하며 공감하고자 했다. (그러다 구매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꽤 많아서 지그재그 VIP를 쭉 유지하고 있는 것은 비밀 아닌 비밀)
주관적인 해석 여지가 큰 분석 주제도 종종 있다. 분석가의 주관으로 결론을 내릴 수도 있지만, 다각도에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시간은 유한하기 때문에 분석 관점을 어디까지 확장해서 볼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 설득력을 부여할 수 있는가는 분석가의 판단과 역량이 중요한 영역이다.
회사에서 풀어야 하는 과제들은 수두룩하지만, 오히려 내 개인적인 고민은 단순해서 풀기도 쉽다. (그래서 다행일지도) 옛날엔 갑자기 앱을 만들어 보고 싶어 스토어에 개발자 등록부터 추진한 적도 있다. 시작을 해서 문제를 만들어 놓고(ㅎㅎ) 방법을 찾아보는 편이다. 고민보단 벌여놓은 일의 수습이 주요한 것 같다. 시작이라도 해야 고민의 해결 지점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실천하려고 한다.
다만, AI 시대를 맞으며 직무 관점에서는 고민이 정말 많다. SQL구문을 효율화하거나 분석 관점을 설계할 때 챗GPT의 도움을 받기도 하는데, 이렇게 확보한 리소스로 난이도가 높은 일에 시간을 더 투자할 수 있다. 김밥 말아주는 기계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정해진 김밥 재료를 넣어주면 기계가 동그랗고 예쁜 김밥을 만들어 줄 것이다. 김밥 만들기라는 미션을 수행한 기계는 소임을 다했다. 나는 잘 만들어진 김밥에 깨를 정성스레 뿌리거나 곁들여 먹을 된장국을 함께 주는 나만의 장사법을 개발할 수 있다. AI보다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을 계속해서 찾아나가는 것이다. AI를 경험하며 확실히 느낀 건 경쟁이 아닌 공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비즈니스 분석가’라는 직무명 자체가 주는 무거움이 있어 능숙한 하드 스킬을 보유하고 있어야만 도전할 수 있는 분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직무 전환의 허들이 비교적 높지 않다. 카카오스타일의 데이터 분석가 중에서도 이전에 다른 직무와 업계를 경험하다 분석가로 전향하신 분도 꽤 많다. 분석 경험이나 역량을 차치할 수는 없겠지만, 이보단 어떤 문제를 쪼개서 생각하고 관점을 확대해서 바라보는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를 자주 느끼면서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처음부터 비즈니스 분석가를 목표로 달려온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적성에 잘 맞는 인생직무가 되었으니 모두가 도전해 보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니 최종 커리어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다음에도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고유명사인 분석가로 남고 싶다는 것. 분석가는 서포터로서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내가 얼마나 도움이 되고, 그들이 요구하는 바에 맞는 정확한 결과물을 주는지에 따라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거듭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일하는 동료와 합을 맞췄을 때 나 또한 많이 성장하고 배워왔기에 스스로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더 고민하며 일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쉽게 이해되는, 게다가 설득력까지 가진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은 분석가 모두의 지향점일 것이다. 나는 여기에 욕심을 좀 더 내서 마음까지 움직이는 분석가이고 싶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회사, 이 비즈니스를 위해 이왕이면 행복하게 일할 수 있으면 좋으니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일할 힘 나게 돕는 분석가이고 싶다.
동료에게 힘이 되는 분석가를 꿈꾸는 비즈니스 분석가의 이야기를 만나보았습니다. 명확한 데이터 분석부터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는 확장성과 비즈니스와의 연결고리를 찾는 여정까지 하나도 허투루 할 수 없는 비즈니스 분석가의 일기 어떠셨나요? 다음에는 또 어떤 직무의 이야기를 소개해드리게 될지, 다음 직무일기의 주인공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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