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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Oct 17. 2023

전문가로 사는 법?

[지하칼럼#6] - 우리는 모두 전문가다

올해 법학적성시험(LEET) 응시자는 1만 7,36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법학적성시험은 변호사가 되기 위한 과정인 로스쿨에 진학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1차 시험이다. 현재 법학과에 재학 중인 내 주변에도 로스쿨을 희망하는 동기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벌써 3번째 도전하는 동기도 있고, 입학과 동시에 LEET를 준비하는 후배도 있다. 내가 입학할 당시만 하더라도 로스쿨의 인기가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들이 그토록 로스쿨에 가려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수험생들이 로스쿨에 가기 위한 이유는 당연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여 법률 전문직이 되기 위함이다. 취업난으로 회사는 신입 채용을 점차 줄여나가고 있고, 평범한 회사에서 버는 돈으로는 여유롭게 살기 어렵다는 생각 때문에 전문직 선호도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로스쿨 지원자뿐 아니라 공인회계사(CPA)와 세무사의 지원자도 꾸준히 우상향하는 추세다. 세상 사람 모두가 전문가가 되길 원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나는 사회에서 규정한 전문직뿐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회인이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이는 영국의 소설가 서머싯 몸이 한 말 때문인데, 그는 어떠한 면도에도 철학은 존재한다고 말하며, 어떠한 일이든 꾸준하게 반복했다면 자신만의 철학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아침마다 기계적으로 하는 면도에도 철학이 있다는 소리인데, 다른 중요한 일도 아닌 면도에 철학이 존재한다니. 정말로 그럴까?


우리는 모두 전문가다.


처음 면도를 하는 순간을 생각해 보자. 2차 성장의 시작으로 얼굴 주변에 거뭇거뭇한 솜털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어른들을 따라 면도기를 얼굴에 가져다 대보았지만, 털은 밀리지 않고 상처만 잔뜩 생긴다. 이후, 다시 어른들의 조언에 따라 얼굴에 쉐이빙 폼을 따르고 결을 따라 살며시 움직인다. 뭔가 깔끔하지 않은 것 같아 면도날을 청소해 보거나, 다른 면도기로 바꾸기도 해본다. 시간이 흐르고, 자신만의 면도법을 찾은 뒤론 예전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자시만의 면도 철학이 생기고, 굳혀진 것이다.


어떠한 일이든, 설사 그 일이 하찮게 보이든 매일매일 꾸준히 한다면 자신만의 철학이 생긴다. 사소한 면도에도 자신만의 철학이 생기는데 다른 일은 어떻겠나. 꾸준하게 지속하기만 한다면 우리는 모두 다방면의 철학자이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평생을 전문가로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을 것이고, 설사 싫어하는 일이라도 계속해서 반복하다 보면 자시만의 철학을 갖게 될 것이다. 이는 인간관계든, 취미든, 업무든 어떠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변호사와 의사, 회계사만이 이 세상의 전문가가 아니라는 소리다.


전문가로 살아남기 위한 두가지 능력. 차별성과 적응력.


전문가가 살아남기 위해선 두 가지 능력이 필요하다. 전문가는 달라야 하고, 변해야 한다. 차별성과 적응력을 가져야 전문가는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차별성에 따라 전문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모든 분야에 대해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지닌 일반전문가(Generalist)와 특정 분야에 전문적으로 파고드는 특수전문가(Specialist)다. 두 전문가의 경계가 아직은 모호하지만 대강 제너럴리스트는 한 회사의 팀장, 스페셜리스트는 3대째 내려오는 장인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스페셜리스트의 대표 격인 장인에게 차별화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일반적인 회사에 다니는 사람 역시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말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나 회사에서 오래 살아남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납득이 갈 것이다. 회사라는 정글에서 타인에게 대체되지 않으려면 타인보다 차별화된 무언가가 필요하다. 어느 한 분야에 뛰어난 재능이 있든, 책임을 질 만큼 능력이 되든, 어느 팀이든 일을 수행할 수 있든 자신만의 차별화된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차별성만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전문가는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역설적이게도 이는 특히 한 우물을 깊게 판 스페셜리스트에게 더욱 해당하는 말이다. 전문가는 뜨는 것도 쉽고 지는 것도 쉬운 직업이다. 기후의 변화로 동물들이 점차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처럼 사람 역시 주변환경과 사회의 요구, 가치 등이 시간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페셜리스트는 빠르게 세상의 흐름을 파악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전문성을 계속해서 증명해 내야 한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은 채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으면 결국 다른 전문가에 의해 쉽게 도태될 것이다. 아쉬운 말이지만 한 사람이 세상의 흐름을 변화시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적응하지 않으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말이다.


차별성과 적응력을 동시에 갖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생각하는 전문가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파악함과 동시에 자신만의 색을 갖는 것이다. 말로만 들어도 정말 어려운 숙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 전문가는 살아남기 위해 두 가지 능력을 동시에 길러야만 한다. 이는 예술가나, 특정 전문직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앞서 말했듯 이 세상 모두는 결국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전문가로 살아남는다는 것. 그것은 결국 나의 강점을 찾아내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말과 같다. 굳이 전문가가 되기 위해 살지 않더라도, 꾸준히 어느 활동을 지속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전문가가 되어있을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 다른 색을 띠듯, 각자의 전문성이 삶에서 빛을 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의 물음표로부터 - 우리가 진정 바라는 건 한 분야의 전문가인가, 혹은 전문직의 명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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