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째 단상 - 이별에 대하여
헤어진다. 나는 너와 헤어진다.
어느 정도의 각오와
어느 정도의 결단이
또 어느 정도로 너를 털어낼 수 있을지. 난 잘 모른다.
하지만 헤어진다. 나는 너와 헤어진다.
너는 나를 괴롭게 만든다.
나의 정신을 갉아먹고, 나의 자존감을 깎아내린다.
너는 나를 사랑한다.
나 역시 너를 사랑한다.
이성과 감성의 괴리감.
좁혀지지 않는 거리의 빛.
차라리.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길 바란다.
너의 울음에 내가 꿈쩍도 하지 않길 바란다.
너와 함께 한 시간이 무용하다고 느끼길 바란다.
*
지금 헤어지지 않으면 우리의 관계는 더욱 엉켜 결국 풀어내지 못하게 되겠지.
너는 나의 눈치를 보고
나는 너를 불편해하고
사랑이라 부르기 어려운 애매한 관계를 맺고
우리는 바다에 둥둥 떠다니겠지.
그러다 바람 빠진 튜브가 툭,
하고 터지면 우리는 발버둥 칠 힘도 없어
맥없이 떨어진다.
차라리 그때 헤어질걸.
아름답게 서로를 떠나보낼걸.
*
너는 너무 이기적이야라고 말한 나는 꽤나 이기적이다.
헤어질 결심을 하지 못해 일주일간 네 숨통을 조르는 나는
꽤나 이기적이다.
제발 단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는 네 목소리는 매일 밤 나와 동침한다.
지난날의 행복했던 과거를 떠올려 달라는 애원을 노랫소리로 덮는다.
아름다운 과거의 추억을 애써 폄훼한다.
*
네가 나쁜 사람이길 간절히 바랬다.
네가 나에게 상처 준 그 말들이 모두 진심이길 바랬다.
네가 나를 혐오하고, 증오하고, 미워하고, 싫어하고, 질려하고, 무시하고, 비난하고, 비하하길 바랬다.
그래서 내가 헤어질 결심하길
바란다.
혹은,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