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는 불행하면 글을 쓴다> 서평 - 김후란
해가 세상을 덮기 전 고요한 시간.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 외엔 무서우리만큼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새벽과 아침의 애매한 경계 6시에 몸을 일으킨다. 미지근한 물로 배를 채우고 가벼운 스트레칭과 짧은 명상을 하며 현실에 로그인한다. 에세이... 소설... 철학... 책장 앞에 선 나는 게임 캐릭터를 고르듯 오늘의 책을 고른다. 찰나의 끌림에 따라. 혹은 매혹적인 책 표지와 제목에 이끌려 고른 책을 들고 다시 방에 들어와 종이를 넘기는 소리로 고요를 깬다. 나는 매일 아침 6시. 한 권의 책을 읽고 한 편의 글을 쓴다.
오늘 고른 책은 김후란 작가의 <나는 불행하면 글을 쓴다>. 미니북 형태의 짧은 에세이로 디자인이음의 청춘문고 시리즈 중 하나이다. 건대 근처 북카페에서 제목에 이끌려 구매했다. 미니북이면서도 100페이지 이내의 책이라 1시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1시간 이내에 읽은 이유는 단지 페이지 수가 적기 때문이 아니었다. 책 내용에 대해 깊게 몰입하고 공감했기 때문. 나 역시도 불행한 순간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글을 써야겠다'였기 때문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습게도 나에게는 사소한 불행감도 글이 된다." p.29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자신의 책을 "소설가 지망생의 에세이 도전기"라고 했다. 소설을 쓰고 싶은 사람이 쓴 에세이라니. 이거 완전 내 얘기다. 나 역시도 작가 지망생이고, 모든 소설가 지망생의 목표인 신춘문예를 노리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글을 쓸수록, 더 많은 작품들을 읽을수록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많은데 내가 과연 등단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게 나의 걱정, 불안, 자책은 차곡차곡 일기장에 쌓여 불행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불행을 정제하여 글을 쓰고 있다. 불행할수록 글감이 늘어나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나에게 글쓰기란 제 살을 깎아먹는 일이다." p.87
우리가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범한 일상에 대한 공감, 그 평범함에서 특이점을 발견하는 쾌감 등이 있겠지만 에세이가 가장 재밌는 이유는 "주관성"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글에는 누군가의 살점이 들어가 있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심지어 기사와 비평문에도 100% 객관적인 글은 없다. 글을 쓰는 이유는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전달하기 위함이고, 그 목적에 맞는 가장 효율적이고 직관적인 방법이 바로 '에세이'이다. 행복한 글에는 나의 행복이, 슬픈 글에는 나의 슬픔이, 불행한 글에는 나의 불행이 들어있다. 가끔 내가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할 때, 주위의 소음이 너무 심해 나의 소리를 듣지 못할 때 나는 에세이를 쓴다. 나의 감정을 나의 글로 통해 알아차린다.
책을 덮으며 오늘도 쌓여가는 나의 불행에 감사한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기 때문에 나는 스스로의 불행을 감내하며 계속해서 글을 쓴다. 삶이 불행의 연속일지라도 글을 쓰는 행복감으로 마음의 수평을 맞춘다. 누군가는 불행할 때 글을 쓴다. 누군가는 행복할 때 글을 쓴다. 그렇다면 당신께 묻고 싶다. 당신은 언제 글을 쓰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