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에게 전하는 간디의 편지

[인문] <간디의 편지> 서평 - 마하트마 간디

by 지하

간디가 위인이라는 견해에 부정할 사람은 거의 없다. 인종차별과 세계전쟁의 폭력적 성향에 비폭력으로 대항하고, 끝내 자신의 뜻을 증명해 냈으니 말이다. 무자비한 폭력에 맞서 더 큰 폭력이 아닌 비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것은 마치 현대인이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 권력, 명예 등을 이용하지 않고 내적인 자아의 성장으로 이겨내는 것과 같다.


눈에 보이는 외적 자본들을 이용한다면 문제는 즉각적으로 해결됨이 분명하겠지만, 이러한 방식은 더 큰 욕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우리의 통장에 100만원이 있다고 해서 만족하는 이는 극히 드물다. 100만원이 있으면 1,000만원을 갖고 싶고, 1,000만원이 있으면 1억을 갖고 싶은 게 우리 인간이다. 우리는 왜 이리도 욕심이 많은 생명체인가? 그리고 간디는 왜 이러한 욕심이 나쁘다고 하는 것인가? 간디가 쓴 삶의 태도에 관한 에세이 <간디의 편지>에서 우리는 인간의 본능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하나의 이상을 이해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하여, 그게 아무리 어렵더라도, 초인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사람의 길이다."
-마하트마 간디

간디는 그의 저서에서 계속해서 '진실(Truth)'을 강조한다. '진실'에 대한 헌신이야말로 우리의 존재를 정당화하는 유일한 것이고, 우리의 모든 행위는 '진실'에 주임을 두어야 한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진실'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이 책에서 간디의 '진실'에 대한 정의는 뚜렷하게 나오지 않지만 책 서두에 등장한 그의 명언을 통해 우리는 '진실'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이상을 이루기 위하여 초인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


철학적인 관점에서 그가 말하는 '진실'이란 자신만의 이상을 뜻한다. 간디에게는 도둑질 안 하기, 아함사(비폭력), 무소유, 겸손, 서약 등이 그의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자신만의 이상을 스스로 규정했으며 이를 구체화하여 직접 실천으로 옮겼다. 차별에 저항하기 위하여 비폭력적인 전쟁을 감행했고, 인간의 본능인 "소유욕"을 억제하기 위해 개인의 욕심을 억눌렀다. 간디에 대한 현대인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지만 그의 행보를 지켜봤을 때 그가 자신만의 '진실'을 지키기 위해 초인적인 노력을 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그의 저서를 통해 가장 깊이 깨달은 것은 바로 "통제할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이다. 아니, 다시 말하자면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인간의 본능"이 맞는 표현이겠다. 하루에도 수만 개의 컨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SNS와 뉴스기사,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는 외부요소들에 우리는 중독되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의 일상에 깊이 파고들어 '본능대로 사는 것이 뭐가 문제인데?'라고 반문하기도 하지만 돌이켜 보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맞다. 70억 인구가 단 하루만 자신의 본능대로 살아도 이 세상은 순식간에 자멸하고 말테니.


간디의 옥중 편지를 묶은 이 책을 옮긴이는 이렇게 말한다. "관습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라, 거기에 도전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답게 살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관습에 저항하여 그것을 무시하거나 그것을 타파코자 싸우지 않는다면, 그러고서 어찌 사람이라 할 것인가?"(p.57) 분명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욕구에 잠식되어 오직 본능대로 움직인다면 우리는 사람이 아니라 동물에 가까울 것이다. 우리가 생존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동물이 아닌 사람으로 불리는 이유는 스스로의 이상을 구축해 세상의 관습과 투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간디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간디뿐 아니라 예수, 붓다 등의 성인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성인이 아닌 인간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종교를 배척하고, 온전한 사랑으로 타인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욕심에 눈이 멀어 더 큰 자극을 원하는 것 역시 우리가 인간인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너무 좌절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동물이 아닌 인간이기 때문에 내적으로 더욱 단단해질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한하게 열려 있다. 탁상공론처럼 보이는 철학을 공부하고, 책을 통해 선조의 지혜를 엿보는 것 역시 우리의 '진실'을 구축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가 간디의 '진실'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가 보낸 편지를 통해 스스로의 '이상'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수확일테니 현대인들이 계속해서 스스로의 세상을 만들어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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