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이 밥 먹여 주냐?

[인문] <정의란 무엇인가> 서평 - 마이클 샌델

by 지하



우리가 굳이 시간을 들여서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따듯한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에 앉고 에너지를 쏟으며 1시간 이상 책에 집중하는 이유 말이다. 다른 이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책을 읽는 것이 지혜를 습득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믿는다. 유튜브에 짧게 요약된 10분 내외의 영상들로도 충분히 지식을 얻을 수 있지만 자극적인 영상이 대중의 인기를 얻기 때문일까. 쏟아져 나오는 화려한 콘텐츠 중에서 충분히 음미할 만한 내용의 영상을 찾기는 힘들었다. 오히려 유튜브는 나의 도파민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시켰고 끊이지 않는 영상은 나의 의식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1년 전, 휴대폰에서 유튜브를 삭제하여 스스로 유행에서 한 발자국 멀어졌다.


주변 사람들은 내게 말한다. "정보화 시대에 뭐 하러 스스로 어려운 길을 택하냐고. 유튜브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왜 책을 읽냐고. 책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왜 그 많은 시간을 쏟냐고" 말이다. 그렇다. 어느 시각으로 보면 책을 읽는다는 것. 특히 인문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굉장히 쓸모없는 일로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책이 밥 먹여주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책을 다 완독 하여도 책상 앞에 현금 다발이 불쑥 튀어나오지 않는다. 즉, 노동의 대가로 즉각적인 보상을 얻을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우리는 한 단계 더 성장한다. 지식을 습득하고 삶의 지혜를 배우며 더 나은 인간으로 변화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 자신을 개발하여 과거보다 성장한 우리는 더욱 효율적인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그 결과로 우리는 이전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밥을 벌어먹을 수 있을 수 있다. 언뜻 보면 빙 돌아가는 것 같지만 나는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방법이 목표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으며 이것이 내가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이자 이 책을 읽은 이유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2014년 출간된 책임에도 현재까지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인문학 도서이다. 한국에서만 약 200만 부가 판매되었고 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도서이다. 공리주의, 자유시장주의 등 다양한 정치적 이론들과 함께 "도덕이란 무엇인가?", "인생은 불공정한가?"등의 철학적 질문들을 독자에게 던진다. 10개의 장과 400페이지 가량의 분량으로 꽤 양이 많은 편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놓다가 10년이 다되어가는 2023년 3월. 첫 페이지를 펼쳤다.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이 책의 목표가 책의 제목과 달리 정의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에 있지 않다고 말한다. 이 책의 목적은 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알려 주는 정치 사상사를 다루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로 하여금 정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정립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하도록 만들어, 자신이 무엇을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도록 하는 데 있다(p.55)고 저자는 말했다. 즉, 결국 정의가 무엇인지는 이 책을 읽고 스스로 판단하라는 소리이다. 공리주의란 무엇을 뜻하는지, 자유시장주의의 목적은 무엇인지, 과거의 철학자들은 어떠한 논리를 펼쳤는지 책을 통해 이해한 뒤 대리 출산, 동성 결혼, 전쟁 대리자 등의 사례에 이를 접목하여 스스로의 정의를 관철시키라는 것이 이 책의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타 지침서와 다르게 독자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다. 인문학의 매력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인문학을 즐기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기존 관념에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우리가 믿었던 시장의 자유는 정말로 지켜지고 있는가?" "우리는 실제로 우리 자신을 소유하고 있는가?" 등의 철학적 질문이 인간을 더욱 성장시킨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또한 나와 가치관이 다른 사람에게는 "쓸데없이 뜬구름 잡는 얘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다. 인간은 "나는 왜 살아가는가?"에 대한 질문을 끝없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하고 그에 대한 짧은 답변으로 인생을 그려나가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규정된 사회와 시스템, 알고리즘에 의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지 못할 것이며 누군가의 소모품으로 평생을 살아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때문에 인문학은 더 이상 밥 먹여주냐 마냐의 문제가 아니다. 주체적으로 살아갈 것인가, 정해진 대로 살아갈 것인가를 선택할 문제이다.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 삶의 지혜를 습득할지는 당신의 자유이다. 책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얼마든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것이 21세기의 장점 아닌가. 저자가 정의에 대해서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처럼 나도 타인의 삶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 자격이 없다. 따라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간 내가 인문학을 공부하며 느낀 경험들을 글을 통해 전달하는 수밖에 없다. 인문학이 밥을 먹여주든 돈이 밥을 먹여주든 무엇으로 배를 채울지는 본인의 몫이다. 스스로 경험하고 깨달으면서 자신만의 정의(正義)를 정의(定義)하길 바랄 뿐이다.



keyword
이전 10화사랑, 그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