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괴테
사랑이라는 주제에 관한 책을 읽을 때면 나의 가슴은 언제나 복잡해진다. 꽤나 많은 사랑을 바라봐왔고, 꽤나 많은 사랑을 경험해 왔어도 그 감정은 언제나 나에게 새롭게 다가온다. 최근에 사랑을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다는 말을 지겹도록 내뱉고 있지만, 분명하게도 그것은 사실이다. 아무리 책을 읽고 깨달아도 성인의 경지에 다다르지 못한다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오늘도 그저 먼발치에 있는 사랑에 대해 읊조릴 뿐이다.
오늘 읽은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도 어김없이 나는 정의할 수 없는 사랑을 발견했다. 우연한 계기로 이미 약혼자가 존재하는 여성 "로테"를 사랑하게 된 주인공 "베르테르"는 끝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한다. 베르테르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만 이미 "약혼"이라는 사회적 규율 속에서 진행된 사랑은 원만하게 이루어질 리 없다. 베르테르의 사랑이 점차 커질수록 그를 괴롭히는 고통 역시 진해지기만 한다.
약혼을 했음에도 다른 사람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독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은 본래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이다. 때때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시대를 초월한 사랑" "사회적 통념에 어긋난 사랑"에 우리가 열광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도덕적 측면에서 잘잘못으로 사랑을 바라보는 순간 그것은 결코 우리에게 사랑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할 것이다. 사랑은 헌법 조항처럼 단순한 수칙이 아니니 사랑이 무어냐고 물었을 때 답답한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녀를 내게서 멀어지게 해주십시오!" ... 아니 "그녀를 내게 주십시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中>
사랑은 이성과 감성의 복합적인 조화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가끔 감성과 이성을 양가적으로 분리하곤 한다. 감성과 이성은 애초부터 다른 영역의 감정이고, MBTI에서 F유형과 T유형은 쉽게 어울리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감성과 이성을 완벽하게 분리할 수 있을까? 분명 기름지고 달콤한 음식은 우리 몸에 좋지 않을 걸 알면서도 우리는 음식이 주는 행복감에 못 이겨 그러한 음식들을 섭취한다. 또, 지인들과 진탕 술을 먹고 정신이 몽롱해질 때에도 '더 이상 마시면 내일 출근을 글렀다.'라는 생각에 서둘러 집으로 가기도 한다. 우리는 "이성"과 "감성"이라는 단어로 복합적인 내면에서 탄생하는 감정을 이름 지을 뿐이지, 결코 그것들의 뿌리가 다르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흔히 사랑은 감성의 영역이라고는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이성적 사랑을 목격해 왔다. 나는 독서를 사랑하지만 언제나 내면으로부터 흘러나오는 황홀한 감정에 그것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으며 성숙해지는 나의 모습, 훌륭한 작가로부터 받는 이성적 깨달음에 종종 나는 사랑을 느끼기도 한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상대방을 만날 때마다 들끓는 감정을 주최할 수 없어 안달 나기만 한다면 그 극단적인 사랑은 얼마가지 않아 파괴될 것이 분명하다. 서로의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인간의 차이점, 상대방에 대한 나의 행동을 돌아보며 성찰할 수 있는 시간들 역시 사랑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베르테르"에게서 느낀 감정이 사회적 통념에서 어긋난 사랑임을 깨달은 "로테"에게서도 이성과 감성이 혼합된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로테는 한편으로 여자 친구들이 빨리 와주었으면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들이 와주지 않았으면 했습니다."p.183) 윗글을 읽고 사랑이 복합적인 감정임을 깨달은 사람에게 로테가 느끼는 감정이 "자아분열"의 일종이라고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의 감정은 본질적으로 변덕쟁이와 같기 때문에 우리는 한없이 깊은 슬픔에 빠지면서 꼬륵 거리는 배고픔을 참을 수 없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스멀거리며 올라오는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픈 사랑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지만 그의 사랑 이야기는 여전히 세상에 존재한다. 누군가 끝내 사랑의 본질을 증명해내려고 할 때, 사랑은 결과로써 증명해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면서 말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복잡하게만 느껴진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아라. 화창한 하늘에 가끔은 비가 오고, 가끔은 눈이 오는 날들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겨울이 온다면 따스한 봄이 찾아오고, 여름과 가을을 걸쳐 다시 추운 겨울을 맞이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해체할 수 없고, 막을 수 없으며, 당연하게 찾아오는 자연의 이치를 대하는 것처럼 사랑을 대한다면 한결 복잡한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을까. 사랑의 내면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든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사랑을 받아 들기만 할 수 있다면 우리는 비로소 사랑의 본질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