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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Jun 08. 2023

서평과 독후감의 차이

[에세이] <서평 쓰는 법> - 이원석 (유유)


서평을 쓰기로 한 지 3개월이 다 되어간다. 3개월 간 브런치에 올린 글은 약 50개로 날짜로 계산하면 이틀에 한 개의 서평을 쓴 셈이다. 원래는 하루에 한 권의 책을 읽고 한 편의 서평을 쓰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하루라는 기한에 맞춰 숙제처럼 글을 써버리는 내 모습이 보였다. 기계처럼 글을 찍어내던 나는 책을 무작정 많이 읽는 것보다 책을 깊이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느리지만 깊이 있게 독서와 글쓰기를 대하기로 했다. 그래도 하루에 최소 100페이지 이상은 읽자는 마음은 꺾이지 않았다.


새로 시작한 오프라인 독서모임에서 동네에 독립서점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집 근처엔 마땅한 독립서점이 없어서 독립서적을 방문하기 위해 최소 1시간은 이동해야 했는데 집 앞 10분 거리에 독립서점이라니,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휴일에 방문한 독립서점은 조용했고, 평화로웠다.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조용한 공간이 썩 마음에 들었다. 독립서점에는 독립서점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책이 있다. 수많은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에 가려진 숨겨진 보물. 나는 그 가려진 빛을 찾기 위해 독립서점에 오곤 한다.


오늘 내가 찾은 숨겨진 보물은 이원석 작가<서평 쓰는 법>. 서평이라 부르기도 애매하지만 어쨌든 비슷한 글을 쓰고 있는 내게 펼쳐보지 않을 수 없는 제목이었다. 출판사는 유유출판사로 평소 애정이 있는 출판사라 믿음이 있었고, 작가 역시 전문 서평가로 정기간행물에 자신의 서평을 올리거나 출판평론상을 받는 등 서평에 대한 일가견이 있는 분이라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든 건 책의 크기와 분량. 2시간 안에 읽을 수 있는 분량이라 서점에서 구매 후 바로 그 자리에 앉아 책을 읽었다. 독립서점의 맛은 바로 이런 게 아니겠는가.




책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서평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먼저 서평의 본질과 목적을 1부 “서평이란 무엇인가”로 소개해 서평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이후 2부에서는 “서평을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목차로 직접적으로 서평을 쓰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서평을 쓰기 전 책을 어떻게 읽을지, 왜 읽을지에 대해 고찰해 보고, 서평의 주요 요소인 요약과 평가에 대해 설명하며 서평을 쓰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150페이지 내외의 짧은 서평개념서 같은 느낌이다.

 

작가는 서평에 대해 설명하기 앞서 서평과 독후감의 차이를 밝힌다. 생각해보면 독후감이라는 말은 어렸을 적부터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서평이라는 단어는 조금 생소하다. 책을 읽고 난 뒤 글을 쓴다는 것은 비슷하지만 어떤 글은 독후감이 되고 어떤 글은 서평이 된다. 과연 무엇이 독후감이고 무엇이 서평일까?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써왔던 글은 서평이 맞을까?


작가는 다음의 세 가지 면에서 독후감과 서평이 분명하게 구별된다고 한다. 첫째는 독후감이 정서적이라면, 서평은 논리적이라는 것. 작가는 '독후감은 말 그대로 책을 읽은 뒤 자신의 감상을 담는 것이고 서평은 책에 대한 사유를 담는다는 것이다.'(p.23)라고 말한다. 독서 후 자신이 느낀 바를 표현하는 것은 독후감과 서평 모두 동일하지만 서평은 독후감과 달리 책에 대한 자신의 사유를 담아 논리적으로 표현해 내야 한다. 


독후감과 서평의 두 번째 차이점은 독후감은 내향적이고, 서평은 외향적이라는 것이다. 독후감은 독자만의 고유한 느낌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두어, 자신의 다채로운 정념과 직면하게 도와준다. 그러나 이와 달리 서평은 책을 읽고 난 뒤 자신의 해석과 평가를 독자에게 전달하고, 설득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p.24~25) 독후감은 오직 자신만을 위한 독백이기 때문에 독자가 필요하지 않지만, 서평은 타인과 함께하는 대화이기 때문에 자신의 글을 읽어줄 독자가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서평은 자신의 글을 읽을 독자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독후감이 일방적이라면, 서평은 관계적인 성격을 갖는다는 게 독후감과 서평의 세 번째 차이점이다. 독후감의 경우 자신의 정서를 전달하고 공감시키는 소극적 수용에도 만족할 수 있다. 그러나, 서평의 경우 독자를 설득하는 글의 일종이다. 작가는 “책에 대한 그의 반응이 서평을 읽기 전후가 읽은 후가 동일하다면, 그 서평은 실패한 셈”(p.26)이라고 말하며 서평의 목적을 확실하게 말한다. 독자를 설득시킬만한 논리성이 부족하면 그것은 독후감에 그친다는 것이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독후감과 서평의 차이점이었지만 그 외에도 책을 대하는 태도와 서평을 쓰는 실질적인 방법 등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정보들이 담겨 있어 무척 만족스러웠다. 특히 서평에 관련된 참고문헌을 자세하게 기입한 것에서 글에 대한 정성을 느낄 수 있었고, 다른 서평가가 서평을 쓰는 방법을 예시로 들어 이해를 도왔다. 앞서 말했듯이 서평에 대한 가벼운 개념서 느낌으로 참고할만하니 서평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이 책을 추천한다.




책을 다 읽은 뒤 나의 글을 되돌아보니 나의 글은 서평이라기 보단 독후감에 가까웠다. 작가가 말한 대로 서평은 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하거나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내가 쓴 글은 정서적인 측면이나 감상에 많이 치우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서도 언뜻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직접 독후감과 서평의 차이를 알아보니 나의 글에 대한 정체성이 명확해졌다.


하지만 앞으로도 나의 글쓰기 방식을 바꿀 생각은 없다. 독후감과 서평은 명확하게 구분된다고 하지만 그 구분에만 신경 쓰다 보면 형식과 틀에 맞춰 글을 쓰게 되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글을 쓰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처음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도 서평과 에세이의 경계선에 있는 글을 쓰기 위함이고, 이렇게 글을 쓸 때 나는 가장 솔직한 글을 쓸 수 있다. 앞으로도 독후감과 서평에 정답은 있을지 몰라도 나의 글에는 정답이 없다는 마음으로 이 애매한 글을 지속해 나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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