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를 위한 이매진
오늘은 초등학교 5학년 소녀들과 두 번째로 만나는 날이에요.
https://brunch.co.kr/@ziihiion/103
아침 일찍 일어나 멋진 산이 보이는 학교를 향해 달려갔어요. 기대하는 마음 가득이었어요. 지난 수업에서 만난 소녀들이 한 주 동안 보고 싶었거든요.
오늘 수업은 비폭력불주먹(aka 연두)과 코뿔소가 진행했어요.
지난 시간을 간단하게 돌아보고 즐거운 게임으로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했어요.
진주! 조개! 불가사리~ 게임 진행 방법은 이래요.
1) 3인 1조로 모둠을 짭니다. 2) 두 사람은 두 손을 마주 잡고 가운데 공간을 만들어 조개가 됩니다. 3) 한 사람은 마주 잡은 원 안에 들어가 진주가 됩니다. 4) 남은 한 명이 첫 번째 플레이어가 됩니다. (참여자의 숫자에 따라 진행자는 게임에 함께 하거나, 빠질 수도 있습니다.)
5) 플레이어는 ‘진주’, ‘조개’, ‘불가사리’를 외칠 수 있습니다. 6) 플레이어가 진주를 외치면 진주 역할인 사람들이 다른 조개 속으로 이동합니다. 조개를 외치면 조개 역할인 사람들이 다른 짝을 찾아서 만나 진주를 품습니다. 불가사리를 외치면 진주와 조개들이 모두 흩어져 모두 다른 역할로 조개가 되고, 진주가 됩니다. 7) ‘진주’ ‘조개’ ‘불가사리’를 반복하며 모둠을 계속 바꿉니다. 8) 두 번 정도 신나게 하고, 동의 걷기에서 알게 된 것(나와 상대의 경계를 존중하기, 타인의 신체를 소중하게 다루기등)들을 염두에 두고 놀이를 이어갑니다.
놀이가 격렬하게 진행되면 진정시키고 서로의 몸과 경계를 존중하기를 제안해야 하는데, 이 소녀들은 이미 너무 차분하고 우아하게 놀이를 하는 바람에 그런 말을 일부러 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소녀들은 게임을 이어가며 더 놀고 싶어 했지만, 수업을 진행해야 하니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매진에서는 <폭력의 스펙트럼> 혹은 <폭력의 피라미드>라고 소개된 프로그램을 <이거 폭력이야!>라는 제목으로 바꿔 소녀들과 진행했죠.
소녀들은 자신이 경험하거나 목격한 것 등을 폭력으로 정의하면서 포스트잇에 꼼꼼히 써 내려갔어요.
작은 글씨가 빼곡한 쪽지들을 보고 있자니 '폭력'때문에 놀라고 마음 아팠을 순간들이 떠올라 울컥했어요. 다음에는 '폭력'이후 마음 돌보기를 연결해서 다뤄야겠다 싶었죠.
각자 쓴 쪽지를 돌아가며 읽으면서 전체에서 나눴어요. 서로 어떤 일들을 폭력이라고 생각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피라미드는 가장 약한 폭력-약한 폭력-심한 폭력-가장 심한 폭력 네 단계로 나뉘어 있어요. 이런 분류는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말이 안 되고 억지스러워요. 그렇지만 '가장 약한 폭력'에 개입해 상황을 멈추고, 일상의 평범한 폭력 상황들을 바꾸고, 나아가 폭력 문화에 변화를 만들기 위해 분류해 보는 거죠.
'옆사람으로 끼어들기'는 주변인으로서 어떻게 상황에 개입할지 머리를 모아 궁리하고 연습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이매진에서 권하는 개입 전략은 '주의를 딴 데로 돌리기'에요. 그 전략은 폭력상황으로부터 나를 안전하게 지키고, 행동한 후 공동체로 돌아가는데 부담이 없고, 피해자를 곤란하게 만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로레알에서 제작한 캠페인 영상을 보면 이 전략을 잘 이해할 수 있어요.
https://youtu.be/_vNGg_hmUFU?si=vs8UoZsCX-U-J6Bk
학생들을 3명, 4명 모둠으로 구성하고 각 모둠에서 개입하고 싶은 상황을 선택하게 했어요.
그리고 옆사람으로서 어떻게 끼어들 건지 상상해 함께 시나리오를 쓰는 작업을 했지요.
다 쓴 모둠은 역할을 나눠 역할극 연습을 하고 미니 공연을 했어요!
이렇게 준비한 수업이 다 끝났지요.
수업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설문까지 다 마치고 마지막 수업이라 하니 무척이나 서운해했어요.
이매진 수업을 좋아하는 소녀들 덕분에 두 주간 힐링타임을 가졌답니다.
나와 함께 성장해 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