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디자이너 라니씨가 추천하는 3월의 산책코스
인터넷 뉴스에 청계천에 벌써 매화가 피기 시작했다는 소식과 몇 송이 꽃사진도 올라와 와 있다. 벌써 열흘 전이었다. 아니 벌써 매화가 피었다고? 올해는 일찍 피나 보네~ 작년에는 예년보다 늦게 피었는데..
청계천의 매화길?
청계천고가도로는 내가 중학교 다닐 때 건설되었다. 당시 보문동에 사시던 20대의 이모들이 택시 타면 외가에서부터 그 고가도로를 달려 10분이면 명동에 있는 영화관에 갈 수 있다고 좋아하며 이야기하던 것이 기억난다. 그때까지 나는 청계천로와 청계천고가도로라는 이름 밖에는 청계천이라는 하천과 관계된 걸 본 적이 없었다. 옛날 서울 사진에서는 빨래하는 여자들이 개울가에 보이고 거기가 청계천이라고 했었다. 그리고 어쩌다 버스 타고 지나가면 보이는 청계천로는 고가도로 아래의 어둡고 어수선한 상가거리였다.
그런데 몇십 년 후 고가도로는 철거되고 청계천이 복원되어 시내의 중심으로 맑은 개울이 흐르게 되었다.
긴긴 회색빛 겨울을 지루해하고 겨울이 끝날 날만 기다리고 있을 무렵 남쪽에서는 꽃소식이 올라오기 시작하여 반가웠다. 산수유와 매화가 피고 있다는 소식이다. 인터넷을 검색하며 서울 근처에서는 언제 어디서 매화를 볼 수 있을까 찾아보았다. 그런데 청계천변에서 하동 매화를 볼 수 있다지 않는가? 청계천이라면 내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데… 지도를 보니 옥수역에서 한강변을 따라 걸어 용비교 아래서 중랑천으로 그리고 살곶이다리, 살곶이공원을 지나면 길은 곧 청계천변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이 길을 걸었다. 용비교 쉼터나 응봉교 아래 쉼터에서 한강 쪽을 바라보니 풍경이 좋다. 하천 양쪽으로 산책길을 조성해 놓아 걷기 좋고 물속에는 오리들이 떼를 지어 놀고 있다. 매화거리는 청계천 건너편 강언덕에 용답역에서 시작하여 신답역 사이에 있다. 공식 명칭은 청계천 하동매실거리라고 한다. 매화나 매실이나 한 나무에서 피고 열리기는 하지만 초조하게 봄꽃을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매화거리라는 명칭이 더 맘에 든다.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제일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봄의 전령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봄의 전령으로는 복수초나 동백꽃도 떠오르지만 왠지 매화의 봄소식이 더 반갑다.
용답역과 신답역 사이 전철 선로변 담벽 옆에 심긴 백매화는 열흘 전만 해도 회색담벽 때문에 드문드문 피기 시작한 흰색 꽃이 아직 그 빛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만개하여 화사하게 빛을 내고 있고 아담한 대나무 숲 앞에 피어 있는 두어 그루 홍매화의 붉은빛은 아주 선명해졌다. 이 길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서울의 매화명소로 소문이 나서 산책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동안에 이곳저곳 매화나무를 더 많이 새로 심어서 내년 후년의 더욱 풍성한 매화길이 기대된다. 이 길을 지나며 여러 해 전 여기서 만개한 매화를 처음 발견하고 감동했던 순간이 기억났다.
청계천산책길은 매화거리가 끝나고도 시내 쪽으로 계속 이어지지만 우리는 벌써 두 시간 이상 걸었으므로 용두공원 옆 한 대형마트 식당가에서 점심을 먹고, 오늘 처음 나와서 함께 걷기 시작한 친구가 신고식 한다면서 초대한 커피와 후식도 마치고 용두역에서 아쉬운 작별 하기로 한다.
만남: (3호선, 경의중앙선) 옥수역 3번 출구에서 11시
경로: 옥수역-한강공원-살곶이 다리-살곶이공원-용답역-청계천하동매실거리-신답역-용두역-홈플러스 용두점
점심: 홈플러스 안 식당가
(2023년 3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