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천 벚꽃길

산책 디자이너 라니씨가 추천하는 4월의 산책코스

by 지현

서울에서 양재천 벚꽃길이 유명해진지는 꽤 오래되었다. 양재시민의 숲에서 출발하여 동으로 탄천방향으로, 서쪽으로 과천 선바위 방향으로 양재천변 둑길로 벚나무들이 화사하게 꽃을 피워 벚꽃터널을 이룬다. 벚꽃 명소로 이름이 나니 당연히 이맘때면 모여드는 사람들이 많아서 오가는 길에 사람들끼리 부딪치니 코로나 시대에는 일방통행로로 지정될 정도다.


우리는 양재천 둑길을 동서방향 다 걸어봤으니 올봄에는 남쪽으로 가볼까?

그런데 이 물길은 양재천이 아니라 여의천이라고 한다. 여의천은 청계산계곡으로부터 흘러내려와서 양재천에 합류하는 개천이다. 전에 등산을 자유롭게 할 수 있던 시절에는 일 년에 한 번 청계산 진달래능선을 찾아 만개한 진달래꽃길을 걷곤 했는데 이젠 함께 걷는 친구들이 그곳까지 올라가는 걸 부담스러워한다. 그런데 새로 정비된 여의천 산책길을 발견하여 개천 따라 청계산 입구까지 걸어갈 수 있게 되어 반가웠다.


양재시민의숲역(매헌역) 1번 출구에서 출발하여 일단 북으로 여의교 1교 쪽 둑길 벚꽃 터널을 걸어 여의1교 까지 간다. 여의1교 위에서 본 계곡물과 양쪽 벚꽃길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이 다리를 건너 시민의 숲 앞길로 되돌아서 다시 청계산 쪽으로 간다. 이 쪽 길 역시 벚꽃으로 눈부시다. 개천 따라 몇백 미터 더 가면 컴컴한 굴 같은 다리밑이 보인다. 전에는 이쯤 에서 되돌아가곤 했다. 그 어두운 터널이 끝나는 곳은 어딜까? 궁금해하면서도.

이번에는 터널 속으로 들어가 본다. 터널이 아니고 다리밑이다. 강남대로와 경부고속도로가 교차하는 곳, 바로 양재 IC 아래다. 이 다리 위에서는 많은 차량들이 엉켜서 오가며 내는 소음이 들리지만 다리 아래는 굴속같이 딴 세상이다. 여의천 흐르는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린다. 콸콸 흐른다 하기도 그렇고 졸졸 흐른다 하기도 애매하지만 시원한 물소리 들으며 어두운 터널 같은 다리밑에서 나오니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확 달라진다. 갑자기 고층건물들이 보이지 않고 골짜기가 계속 앞으로 이어지며 왼편에는 이름 모를 나지막한 산(나중에 찾아보니 안산이란다), 오른편에 우뚝 선 청계산이 보이며 확 트인 전원풍경을 이룬다. 넓은 골짜기에서 물 흘러내려오는 소리는 계속 들리고… 앞으로도 좋아할 것 같은 풍경이다. 산책길은 정비된 지 얼마 안 되어 양쪽 둑길의 가로수는 아직 어리지만 드문드문 꽃이 핀 벚나무들도 보인다. 이곳은 시민의 숲 앞쪽 보다 기온이 좀 낮은지 아직 어린 벚나무들의 꽃이 만개하지 않았다. 며칠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청계산입구역 방향으로는 청계산 수변공원을 조성중이어서 마무리공사가 한창이다. 앞으로 나뭇잎이 푸르러지면 이 공원도 걷기 좋아질 것 같다.

이제 점심시간이 되었으니 검색해 둔 근처의 맛집을 찾아간다. 여의천 산책로가 갑자기 좁아지고 길이 막힌듯한 곳에서 오른쪽을 보니 “한소반”이라는 상호가 보인다. 이곳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고 마당에서 커피까지 마시면서 행복한 수다를 떨다가 오늘의 일정을 마친다.

이곳에서는 집으로 돌아가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다. 하나는 큰길에서 시내버스 타고 서초동 방향으로 갈 수 있고, 또 하나는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까지 가서 거기서 전철을 타고 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오던 길로 되돌아 여의천변 따라 다시 시민의 숲역으로 걸어갈 수도 있다. 도중에 청계천수변공원을 돌아볼 수도 있다. 나는 시민의 숲까지 걸어가는 길을 택해서 집에 와보니 오늘 18000 보 이상을 걸었다.


(2022년 4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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