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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May 09. 2023

쓰레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떤 계기였는지 명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중학교 다니던 시절부터 쓰레기-자원 재활용, 친환경적 실천 등에 관심이 많았다.

1980년대 중후반이라 이 주제에 관심 갖는 사람도 적었고, 쓰레기 분리배출 같은 것은 하지도 않을 때였다.


1988년에 창간된 여성신문을 구독한 영향이었을까?

아무도 관심 없는 학교에서 종이 쓰레기를 따로 모으는 일을 시작했다.

교실 뒤편에 상자를 하나 두고는 우유팩이며 종이, 신문지 같은 것을 버려달라고 학급 동료들에게 부탁했다. (그때의 내 성향으로 봐서는 부탁이 아닌 강요를 했을 듯. ㅠㅠ)

상자는 금세 꽉 찼고, 씻지 않은 우유팩 때문에 고약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제안자인 나는 후처리도 책임져야 했다.

냄새나는 종이 쓰레기들을 정리했다. 그렇게 정리된 종이 쓰레기 상자를 끌고 교무실로 갔다.

나를 맞이한 담임교사는 매우 당혹스러워했다.

활동을 제안한 학생의 의도는 좋았지만 학교 안에는 쓰레기를 자원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던 것이다.

담임교사와 나는 옥신각신하다가 그 냄새나는 상자를 교무실 담임교사 자리에 놔두고 오는 것으로 상황을 일단락(! ㅠㅠ) 지었다.


담임교사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싶다. 그렇지만 학생들의 환경교육에 조금만 관심이 있었다면 그 순간을 그렇게 그냥 당혹스럽기만 한 순간으로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호기롭게 제안한 활동이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나의 첫 제로웨이스트 활동은 막을 내렸다.

그래도 몇 년간은 샴푸 대신 비누로 머리감기를 실천했다. (머리털이 떡지고 거칠어지는 것을 감내하면서 말이다.)


아쉽긴 하지만 지구, 환경, 자원, 쓰레기 등을 걱정하는 마음은 삼십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비육식을 실천한 지 21년, 생협 조합원으로 가입한 지 근 20년, 장바구니, 텀블러 사용하기, 월경컵, 면 월경대 사용 등등을 실천하며 소소하게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해산물과 유제품을 먹는 야매 채식인이고, 대형 마트도 몇 달에 한 번씩은 이용하고, 온라인 쇼핑을 좋아하고, 당일배송을 이용하기도 하며, 친환경 자동차라고 하지만 운전을 하기도 한다.

철저하게 실천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라서 부끄럽다.


아쉽기도 하다. 내가 처음 쓰레기에 관심을 가졌던 그때 누군가가 나의 그런 의도와 활동력, 추진력을 알아주고 북돋아주었다면 어땠을까? 같은 관심사를 갖고 있는 학생들끼리 만나 뭔가를 도모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아! 지금, 나라도 그렇게 해봐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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