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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Aug 10. 2023

월미도 해변과 바다열차

산책 디자이너 라니씨가 추천하는 8월의 산책코스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이다.

TV 뉴스에서는 연일 사람들로 북적이는 해수욕장 풍경을 보여준다.

우리도 바닷물에 몸까지 담그지는 못한다 해도 넓은 바다를 보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고 싶다.

하지만 매일 수시로 폭염경보 안전문자가 휴대폰에 뜬다. 그러니 이렇게 아침부터 푹푹 찌고 무더운 날 어디로 가나? 그런데 얼마 전 어떤 친구가 월미도에 가서 바다열차 타고 왔는데 좋았노라고 한 말이 기억난다.

참! 월미도가 있었지? 인천 앞바다! 서울 가까이에 쉽게 가볼 수 있는 바다가 있다니 얼마나 큰 축복인가?


길 찾기를 찾아보니 1호선 종점 인천역에서 멀지 않다.

월미도 월미공원까지 일반버스도 다니고 있고(5분 정도 걸린다고 함) 걸어서도 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늘이 없는 부두길을 걷는 것은 무리겠다. 그래서 오늘은 바다열차를 한번 타 보기로 한다.


월미바다열차는 관광열차로 인천역(월미바다역)을 출발하여 월미도를 한 바퀴 돌고 다시 출발지점으로 돌아오는 모노레일이다. 몇 군데  중간역이 있어 한번 하차했다가 재승차를 한번 더 할 수 있다니 잘 이용하면 바닷가에서 산책도 가능하겠다.


오늘 모이는 장소는 인천역, 평소보다 먼 곳이고 더운 날씨지만 열두 명이나 모였다. 수인분당선을 타고 온 분당 사는 친구들도 있다.


인천역 전철역사를 나오니 바로 옆에 월미바다열차 탑승장으로 가는 길이 보인다. 역이름은 월미바다역이다. 매표소(경로우대 있음)로 올라가니 옆에 널찍하고 시원한 대합실도 있다. 2019 년부터  운행하기 시작한 모양으로 대합실은 아주 깨끗하다.

휴가철이어서 관광객들이 많지만 조금 기다리니 곧 우리 순서가 되어 모두 한꺼번에 탈 수 있다. 42명 정원으로 자그마한 차량 두대가 연결되어 도심 위로 떠오르듯 출발한다. 차 안에는 해설사가 동승하여 월미도에 관해 상세히 해설해 준다. 차이나타운이 보이는 한국 근대의 개항장인 인천의 구도심 앞을 지나서 월미도로 향한다.  

가다가 왼쪽으로 보이는 선착장에는 정박 중인 화물선도 있다.  또 인상적인  벽화가 그려진 거대한 사일로 (탑모양의 곡식저장고)들이 책처럼 나란히 서서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이루는데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야외벽화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었다고 한다.

바다열차가 월미산 월미공원을 돌아 월미문화거리역을 지나니 그제야 넓은 서해바다가 보인다. 지금은 썰물 때라서 바닷물은 멀리 빠져나가고 거므스레 한 갯벌만 드러나 있다. 해설사는 가까이 보이는  영종도를 가리키며 그 옆의 섬이 물치도라고 한다.  그러면서 물치도의 옛 이름이 작약도였다고 한다.  작약도라면 우리 젊은 날의 데이트 코스 중 하나이기도 했는데, 일제 강점기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2020년부터 물치도라 부른다고 한다. 추억의 지명이 없어졌다니 잠시 섭섭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저 멀리 길이가 길기로 유명한 인천대교(약 22 킬로미터)도 흐릿하게 떠 있는 것이 보인다.

서해바다는 바닷물색이 누렇고 탁하다고 황해라고 불리며  동해의 바닷물처럼 투명하고 파랗지 않다지만 오늘 차창 밖으로  보이는 서해의 바닷물에는 맑은 하늘이 비쳐서 온통 파란색으로 반짝이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서해바다를 볼 수 있으니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인가 보다. 오랜만에 바다를 보니 가슴이 확 트인다.

우리는 문화거리역의 다음역인 박물관역에서 내린다. 첫 번째 목적지인 한국이민사박물관을 관람하기 위해서다.

한국인의 공식적인 해외 이민선이 1903년 처음 이곳  월미도에서 출항하였기에 미주 이민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2003년 이 자리에 박물관이 세워졌다고 한다. 이 박물관에는 하와이를 비롯해 중남미, 러시아, 중국 등지로 새로운 삶을 개척하기 위해 떠났던 한국인 이민자들의 여정과  활동을 많은 자료, 사진과 실물과 모형으로 잘 전시해 놓았다. 한 친구가 말하기를 오늘 참가하지  못한 어떤 친구의 외가 쪽 조상도 이민 초기에 하와이로 이민했다가 후에 다시 귀국한 가족이 있다고 하니 그 친구가 이 박물관 전시물을 본다면 감회가 깊을 것이라고 한다. 그 친구는  아마 벌써 이곳에 와 보았을지도 모르겠다.

근대 한국 역사의 일면을  되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장소에 와 보았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한국이민사 박물관을 나선다.


박물관역에서 나와 월미문화거리역으로 가는 길이 바로 해변길이다. 바닷가이기는 하지만 백사장이 없고 갯벌이므로 해수욕은 할 수 없겠다. 그 대신 해변상가 앞 산책길 위에 만들어진 분수가 여기저기서  뿜어 나와 아이들은 이곳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다.  바닷가 쪽으로 놀이기구도 설치되어  있고 공연장도 있어  문화거리라는 이름에 걸맞은 길이 이어진다. 오른편으로 나지막한 월미산의 푸른 숲이 우리에게 오라고 손짓하지만 오늘은 바닷가산책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햇볕은 아주 뜨겁지만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해변을 얼마쯤 걸은 후에는 많은 식당 중에서 전망이 좋을 것 같은 집 하나를 골라서 안으로 들어간다. 2층으로 올라가니 과연 바다 쪽 전망이 좋다. 다른 손님들이 없어서 우리가 조금 시끄러워져도 덜 미안할 것 같다. 원래 생선횟집이지만 간단하게 점심도  할 수 있다.

우리는 푸짐한 해물칼국수와 회덮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그다음에는 몇 집 건너 이웃에 있는 빙수집으로 이동한다. 이름난 맛집이어서 그런지 손님이  많다. 맛있는 빙수와 함께 수다를 즐기다 보니 집에 갈 시간이 가까워진다. 갈길이 멀다고 벌써 자리에서 들썩 거리는  친구도 있다.


빙수집을  나와서 다시 바다열차를 타러 이제는 문화거리역으로 걸어간다. 이 역에서 타면 좀 전에 걸어왔던 해변을 다시 돌아가서 박물관역과 월미공원역을 거쳐 출발지인 월미바다역에 도착한다. 다시 올라탄 바다열차 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해변에 그 사이에 밀물이 들어왔나 보다. 몇 시간 전에 본 갯벌은 보이지 않고 지금은 바닷물로 채워져 찰랑거린다.


종점인 월미바다역에서 내려 인천역에서 냉방 잘 된 전철로 갈아타고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다음에  날씨가 시원해지면 월미산 정상에도 올라가 보고 전통정원을 재현해 놓았다는 월미공원에도 가봐야겠다. 그리고 인천의 구도심도 한번 돌아보며 근대 개항장의 역사도 좀 들춰보고 싶다.


2023.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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