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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Sep 08. 2023

비폭력대화로 '평가'하기

축하, 애도, 배움

프로젝트를 마쳤을 때, 강의를 마쳤을 때 준비했던 이들과 실행한 것에 대한 '평가'를 합니다.

잘한 것, 잘못한 것, 개선할 것에 대해 얘기 나누게 되죠.


보통은 '잘못한 것'을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팀을 이뤄 진행할 경우 다른 사람이 '잘못한 것'을 비판적으로 얘기하게도 되죠.


일을 할 때는 당연히 거쳐야 하는 중요한 과정이니 이런 '평가의 과정'에서 마음을 다치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싶지만 대개는 마음이 상하고, 자신감이 추락하고, 어떤 때는 공격받는다는 생각을 갖게도 합니다.


비폭력대화를 배울 때 새로웠던 것이 피드백을 나눌 때 꼭 '축하', '애도', '배움'의 내용으로 말하기를 연습했던 것입니다.

축하는, 좋았던 것, 잘했던 것, 기쁜 것, 감사한 것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애도는, 아쉬운 것, 속상한 것, 안타까운 것에 대해 나누는 것입니다.

배움은, 앞에 나눈 축하와 애도를 통해 알게 된 것, 개선하고 싶은 것, 새롭게 발견하게 된 것을 나누는 것입니다.


잘한 것, 잘못한 것, 개선할 것… 과 비슷한 내용이지만 축하 애도 배움이라고 표현하고 그 내용을 말하는 순간에는 말하는 사람의 위치가 달라집니다. '나'로서 '나'의 마음의 움직임을 알아차려 표현하기 때문에 일과 나, 파트너와 나의 관계가 좀 더 수평적이 됩니다. 평가자의 위치에서 내려다본다기보다는 경험자로서 평등한 관계가 된달까요.


어느 성교육 프로그램에 슈퍼바이저로 참여했습니다.

잘 살펴보고 피드백을 전달하기 위해 먼 길을 달려갔죠. 정성껏 준비한 성교육 프로그램을 몇 시간 동안 참여하면서 발견하게 된 것을 수첩에 꼼꼼히 적었습니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열심히 준비한 두 분과 피드백을 나누기 위해 모였습니다.

야심 차게 준비했지만 준비하고 진행한 당사자들에게는 아쉬움이 많았던 모양이었습니다.

긴장이 풀리기도 하고 지치기도 한 두 사람은 앉자마자 속상한 얘기부터 나누고 싶어 했습니다.

저는 잠시 두 분에게 축하/애도/배움의 순서로 오늘의 수업을 다시 떠올려보기를 제안했습니다.

축하를 떠올리며 축 처졌던 어깨가 살살 올라왔습니다. 실망감에 저 멀리 작아져 버린 축하와 감사의 순간들이 떠오르는 듯했습니다. 제가 발견한 축하의 순간들도 나눴습니다.

두 사람의 마음은 감사와 기쁨으로 조금 부풀었습니다.

축하는 두 사람을 기운 나게 했습니다.

기운 난 후에 나누는 애도는 그렇게까지 슬프고 괴롭지 않았습니다. 서로의 안타까운 마음을 나누는 거라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제되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고요.

애도의 시간에는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해 줬습니다.

편안한 마음이 된 후에는 자연스럽게 배움과 새로운 제안이 나타났습니다. 신기하게도요. 즐겁고 기쁜 마음에는 창의적인 힘이 있는듯합니다.


이렇게 따뜻하고 신나는 피드백 시간을 경험하다니, '망했다'는 생각에서, 속상한 마음에서 회복되는 평가회의를 하다니 새롭고 신기하다고 했습니다.

이게 바로 비폭력대화의 힘이겠죠.


비폭력대화 방식의 평가 축하, 애도, 배움을 알게 된 다음부터 평가회의가 두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즐겁고 기대됩니다. 잘 됐을 때는 감사를 나눌 수 있어 한없이 기쁘고, 망했을 때는 서로 애도하고 공감하고 회복될 수 있어 감사하고요. 그리고 다음을 기약할 수도 있고요.


평가회의에 축하, 애도, 배움의 내용으로 나누기를 시도해 보세요. 즐거워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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