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이였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문 앞 구석진 자리에 선 채 휴대전화를 응시하고 있었다.
순간 옆에서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며 역 내 분위기에 어색함이 흐르기 시작한다.
한 아주머니의 목소리는 그 소리의 최대치를 경신하며
옆의 아주머니에게 연신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시작한다.
처음의 그 억울함은 어디 가고
아주머니는 점점 데시벨을 높이며 말이 아닌 악다구니를 내뱉고 있었다.
정확한 사실관계는 아니겠지만
그 억울한 사연을 들어보니 빈자리에 놓은 짐 때문에 옆에서 한 소리를 한 모양이다.
분명 듣기 좋은 소리는 아녔으리라.
하지만 옆에 아이들이 있는데 면박을 줬다며
당장 사과하라고 죽여버릴 듯이 노려보면서 악다구니를 쓰는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의 상황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멈췄다.
그녀가 눈으로 말하는 살기와 저주는
무엇이 그녀의 심기를 건드린 역린이었을까 하고
억울함의 당사자를 그녀의 저주와 승객들의 관심 어린 눈길을 한 몸에 받는 다른 아주머니에게 이동시켰다.
요즘 들어 자주 느끼는 감정이지만
우리는 한 뼘의 손안에 원한다면 세상과 24시간 연결 가능한 매개체를 갖고 있지만
그 관계의 무한성은 손에 잡히는 실체가 아닌 신기루 같은 느낌이 든다.
그 거대한 신기루 앞에
개개인의 관계는 오히려 피상적 허구적이고 상대가 아닌 그것을 소비하는 나에게로만 집중하게 만든다.
그 아주머니의 기본적 인성과 정신적 결함 유무는 알 수 없지만
눈알이 튀어나오며 동공이 있는 대로 확장된 채
주변 시선에 관계없이 마구 소리를 지르는 마치 미치광이 같은 그녀의 모습은
나에게만 집중하게 만드는 시스템 속에서
지속적으로 소비되어
타인과 주변을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도
순간의 잘못으로 정도는 약하지만 그와 같은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 든다.
같이 사는 삶이라는 느낌을 가졌던 게 언제였더라.
기억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