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
왜 하필 몽골이었을까
22살. 하고 싶고 경험해보고 싶었던 게 많아 휴학의 길을 선택하였다. 늘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아이였다.
그리고 23살. 휴학 기간 동안 첫 회사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무작정 전공 교수님께 연락을 하여 알바가 아닌 회사 생활을 경험해 보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고 도움을 요청하였다. 열정을 좋게 봐주신 교수님께서는 PR 에이전시에 다리를 이어주셨다. 그렇게 서류를 내고 면접을 보아 3개월간 디지털 콘텐츠 부서의 디자인 업무를 맡게 되었다.
부서의 상사 언니와 부장님은 작은 것부터 세세히 가르쳐 주셨다. 학교 공부와 사뭇 다른 실무를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더불어 상사 언니와 성향도 잘 맞고 이야기도 잘 통해 첫 사회생활을 나름대로 잘 적응하고 시작할 수 있었다.
근데 왜지. 답답하다.
인복 좋아 일도 나름 재밌어 문제 될 것이 하나도 없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답답하지?
스스로가 어색한 건지 이 생활이 어색한지 뭔가 스트레스받는 상황은 분명 없는데 알 수 없는 것들 때문에 몸과 마음이 찌뿌둥한 느낌이었다.
당시 회사가 논현동에 있었다. 도산대로 사거리의 신호등을 건너며 출퇴근하였다. 여긴 신호가 참 길다. 긴 신호를 기다릴 때면 늘 멍을 때렸다. 주변 시야가 나의 무의식 속에 들어온다. 신호등은 똑같은 시간에 깜빡거리고 차들은 신호에 맞춰 정갈하게 빠지고 들어간다. 사람들이 일관된 길을 걷고 있다. 뻥 뚫린 하늘이나 봐볼까? 높은 건물이 시야를 가린다.
와 답답해 미치겠다
늘 이곳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면 주변에 둘러싸인 높은 빌딩들이 나를 한없이 조이는 것 같았다. 이것이 나의 멜랑꼴리한 답답함의 원인이었다. 이때 느낀 정갈함의 갑갑함은 글을 작성하는 지금도 생생하다. 사실 원래부터 강남 특유 느낌과 건물 빽빽한 도시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고향인지라 편안함에 익숙해져 너무 좋은데 삐까뻔쩍한 건물 숲은 이상하게 정이 안 간다. 숨 막힌다.
안 그래도 복학을 하기 전 해외여행을 한번 더 가야지라고 생각할 때쯤. 이러한 숨막힘을 느끼면서 무조건 드넓은 공간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학하자마자 유럽여행을 가서 마음껏 건축물들을 즐겼으니 건물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어딘가를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해방을 위한 또 하나의 명분이 있었다. 장소도 모자라 똑같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하루하루가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계획한 대로 쉽게 이뤄지고 흘러가는 일상을 기만하기 시작했다. 이것들이 지루하다고 생각했다. 아마 이때 나는 비슷하고 정갈한 것에 질려버렸는지도 모른다. 아니 생각해보니 어릴 때부터 싫증을 잘 내는 아이였다.
어렸을 적부터 공간의 변화를 즐겼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중요한 초등학교 졸업까지 출장이 잦은 아빠의 근무지를 따라 가족 전체가 이사를 다녔다. 때문에 초등학교를 무려 3번이나 바꿨었지만 부모님의 걱정과 달리 매번 유독 적응을 잘하는 아이였다. 생판 모르는 동네와 아이들을 관찰하는 일은 재밌는 일 중 하나였다. 익숙해진 동네를 떠나는 슬픔보다는 새로운 동네로 떠나는 설렘이 더 컸던 아이였다.
익숙함보다 새로운 공간을 유달리 즐겼던 나는 익숙함에 대한 따분함을 이기지 못하였다. 그래서인지 지금 상황과 정반대인 드넓은 초원과 자연이 넘치는 곳이 더 궁금하였다. 관광을 하기보다는 생판 모르는 새로운 인연들과 새로운 장소에서 새롭게 맞이하는 무료함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리고 질려버린 정갈함을 깨줄 모험이 하고 싶었다. 아니 내일 당장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것 같은 일상과 반대되는 고생을 자초하고 싶었다. 그곳이 내겐 몽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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냬량 걑이 몽골 갈 쏴람~~~ 몽골은 생각 이상으로 넓었다. 그리고 몽골은 생각 이상으로 준비할 것도 많았다. 몽골을 조금이라도 제대로 즐기려면 오지로 펼쳐진 이곳에서 자유여행은 불가능이었다. 6명이 모이면 투어 값이 싸진다. 한국이 아닌 몽골에서 직접 운영하는 투어사를 예약하면 값이 더 싸진다.
불편함 투성인 여행인데 6명이 모일까..?
그래도 혹~시하는 마음으로 제일 친한 중학교, 고등학교 친구들부터 대학교 친구들까지 물어보았다.
벌레가 많다고?
화장실도 대부분 푸세식이라고?
숙소도 호텔이 아니고
게르라는 곳에서 자야 한다고?
그럼 샤워는? 매일 못한다고?
음식도 너무 안 맞을 것 같은데
데이터도 잘 안 터지고
매일 장시간 오프로드 이동까지?
대체 여행으로 왜 가는 거야?
몽골 말고 다른 데 가면 같이 갈래
그게 매력이어서 가겠다는 내가 이해가 안 가는 모양이었다. 완전 이해 간다. 여행 가기 전 엄마랑 아빠한테 몽골 비행기 표 끊었다~ 했더니 몽골 여행 가면 가서 대체 뭐하냐고 물어봤었다. 정말 순수하게 궁금해서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그냥 대중적인 나라를 갔으면 나도 부모님도 마음 편하려만. 나는 모든 것에 뭔가 엄청 마이너 하진 않는데 아주 살짝 탈선된 것 같은 취향을 가졌다. 아주 애매하다. 무엇보다 여행의 도피와 해방을 할 때면 늘 현재와 반대되는 것이 끌린다. 나는 이번에 이 모든 본능에 충실했을 뿐이다.
그동안 해외여행을 가족 혹은 친구들끼리 갔었다. 어차피 이번 여행은 새로운 것들이 고팠던 상태였으니 예상했던 대로 생판 모르는 아무개 여행자들과 가기로 했다.
그렇게 몽골여행 카페에 가입해 4명의 또래 여자 친구들이 2명의 여행자를 구한다는 글을 보았다. 가고 싶었던 고비사막부터 홉스골까지 간다니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 티켓을 끊으며 여행 합류를 결정지었다.
그렇게 12일간의 몽골여행이 시작되었다.
여행을 가기 전 혹시 모를 어색함을 풀고자 여행 갈 6명의 친구들을 만났다. 어렸을 때부터 새 학기가 되면 늘 촉으로 마음을 열지 말지 여부를 정하였다. 그 촉은 늘 옳았었다. 이번에도 촉이 좋다. 괜찮은 친구들인 것 같았다. 처음 봤는데 너무 편했다. 여행을 갔다 오고 몇 년이 지난 지금에서 봐도 좋은 만남의 친구들이었다.
진짜 몽골 여행의 시작이라니!!
몽골 사진을 보고 몇 달 전부터 매우 꽂혀있던 상태여서 떠나기 전부터 유달리 더 설렘이 컸다. 심지어 친하지도 않은 친구들이랑 간다니 이 모든 새로움이 미묘하게 설렘을 더 키워주었다.
꿀자리 당첨
우리의 몽골 여행은 몽골의 남쪽 고비사막부터 북쪽의 홉스골을 여정인 오지 여행이었다. 그래서 본격적인 투어를 시작하기 전 장 봐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위에서 살짝 언급했듯이 텐트같이 생긴 게르를 숙소로 이용하는데 샤워실도 거의 없고 물이 따로 구비되어 있지 않아 큰 도시를 들릴 때마다 간식, 열흘 동안 먹을 물, 세수와 이 닦을 대야, 휴지 등을 샀어야 했다. 그래서 하루 먼저 울란바토르에 도착해 다 같이 여행 준비를 하기로 하였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하루 동안 해야 할 일들은 이러했다. 여행자들에게 유명한 국영백화점에 가서 유심칩도 사고 몽골 화폐를 환전하고, 마트에서 장도 한 바가지 사고. 심지어 당시 나담축제 기간이라 광장에는 흥과 지역특색이 뿜뿜했다. 이 분위기도 즐기고 싶었다. 나담축제는 우리나라의 설날, 추석과 비슷한 몽골의 대명절이다.
아니 잠깐. 근데 한번 더 생각해보니 이게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대명절에 세계인들 모두들 일을 쉰다. 가족끼리 보낸다.
예?이럴 때 제일 좋은 마인드 에이 설마~이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설마~하며 친구들과 함께 국영백화점을 향했다.
도착하니 백화점 안에 몇몇 가게가 쉬었다. 우리나라의 백화점 형식이 아닌 다양한 것이 모여있는 옛날식 복합 쇼핑몰로 인식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몇몇 가게가 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리에게 필요한 마트, 환전소, 유심 판매소만 아니면 된다. 핳
애들아! 마트 열렸어!! 환전소도 열렸는데??
한 친구가 이를 발견하고 모두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일단 돈이 있어야 유심칩도 사고 장도 볼터이니 환전소로 먼저 향했다. 문제없이 6명 모두 환전을 마치고 두 번째로 유심칩을 구매한 뒤 장을 보기로 하였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유심칩은 4층에 있다고 하였다. 자 이제 4층으로 올라가자~
모든 게 완벽.... 한 줄 알았다
아니 대체 어딨어? 유심칩 매장이?
당연히 안보이겠지 나 자신아~~~
왜냐고? 문이 닫혔으니까 호호
이 도시에서 유심을 못 사면 마땅히 살 곳이 없었다. 대부분 몽골여행을 하는 이들은 한국에서 미리 사거나 이곳에서 샀었다. 아니면 간혹 투어 가이드에게 미리 부탁해 유심칩을 사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는 그중 몽골에서 직접 사는 선택을 하였다. 이유는 간단하게 가장 저렴한 방법 이어서다.
여기 없으면 다른 매장을 가면 되지 뭐~ 직원들에게 딴 매장 있는지 물어보잣
직원들은 아마 나담축제 기간이라 닫힐 확률이 매우 높다는 말을 건네주었지만 우리에게 선택권이 없기에 일단 가보기로 하였다. 이때도 Ayyy 설마~라는 마인드로 별생각 없이 이동했다.
이제 상황 파악됨
우리는 그렇게 강제로 남은 10일 동안 핸드폰 없이 살아보기로 하였다.
뭐 어차피 핸드폰 안 되는 것도 매력 중 하나여서 몽골에 온 건데 뭘^^;;
이왕 이래 된 거 이번 기회에 진짜 스마트폰에 해방되어 보자ㅏ
상황 파악이 된 후 마음속으로 혼자 정신 승리해보았다. 진짜로 약간 신나는 마음도 있었다. 어차피 몽골 오지 여행을 하면 하루 절반을 오프로드를 달리는 일에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데이터가 잘 안 터져 인터넷 사용을 잘 못한다. 중간중간 마을에 들려야 핸드폰을 할 수 있었다. 실제 최대 2일까지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여행마다 해방감을 위해 핸드폰이 잘 안 터지는 곳을 더 선호했었는데 실현을 할 기회가 생기다니.. 이를 제대로 즐겨보기로 하였다.
그렇게 즐기려고 마음먹었지만! 결론은 투어 가이드 언니한테 말해 유심 판매처를 열심히 찾아 여행 3일 차에 문명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뭔가 싫은데 너무 좋아~~~
다음 날이 찾아왔다. 이제 진짜 여행의 시작이다. 오프로드 전용 차량인 푸르공을 타고 오지를 쉴 새 없이 달리니 몽골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 달리는 내내 끝없어 보이는 오지와 끝없어 보이는 하늘만 보인다. 몽실몽실한 구름 속에서 방목된 동물들과 함께 달리는 차 안에서의 느낌이 좋았다. 무언가 이 평화 속에서 나도 함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몽실몽실 몽글몽글 맹글맹글그리고 유독 몽골의 구름은 지상과 멀리 떨어지지 않고 맞닿아 있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경계가 황토색이랑 푸른색 외엔 없어서 그런가? 몽실몽실 몽글몽글
적응력 만렙인건가 허세인건가근데 괜찮은데?
이런 오지여행은 처음이라 여행 가기 전 여행 후기를 샅샅이 뒤져보았었다. 블로그나 카페 그리고 주변에 유일하게 몽골을 미리 갔다 온 대학 동기 언니마저도 고생 많~이 할 테니 마음 준비를 단단히 하라는 후기뿐이었다. 하도 호된 후기에 미리 마음의 준비를 크게 한 덕분이었나? 음 생각보다 괜찮았다.
푸세식 화장실도 냄새가 크게 나지 않았고 제대로 된 오프로드는 아직 없었다. 당연하다. 여행한 지 2일밖에 안된 걸 친구야..^^ 평균 6~8시간 이동은 위대한 저질 기관지를 가진 이에게도 아침마다 멀미약 하나면 생각보다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처음 보는 오지를 구경하니 장시간 이동의 지루함도 느낄 새가 없었다. 샤워실이 없는 것도 아직은 버틸만했다. 세수와 이 닦는 것도 초원에서 생수병으로 하는 게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양고기 음식도 한국에서 즐겨먹던 터라 맛있게 잘 먹었다. 벌레도 생각 이외로 눈에 보이지가 않았다. 진짜 여행 떠나기 전까지는 손바닥만 한 나방이 있을까 봐 마음의 준비를 단디 하였다. 자고로 나비와 나방류를 모든 곤충들 중 가장 극혐 한다. 바선생보다 더 싫다. 으으
어쩌면 진짜 적응력 만렙일지도
이땐 까진 불편한지 잘 몰랐다. 그냥 재밌었다. 할머니 댁이 외가 친가 모두 시골이라 이 정도면 나름 어색하지 않은 풍경이었다. 적응력이 좋은 건지 여행 허세가 생긴 건지 해방감이 컸던 건지 어째 저째 큰 불편함을 못 느낀 채 본격적이지 않는 몽골의 이틀 차를 마무리하였다.
미래의 나
epilogue.
차강소바라가몽골에서의 첫 시작은 울란바토르이었지만 본격적인 열흘간의 몽골투어의 첫 시작은 차강소바라가에서 시작했다.
첫 시작부터 몽골의 그랜드캐니언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라.. 이 차강소바라가의 사진과 홉스골의 사진을 보고 몽골에 꽂혀있었기에 누구보다 들뜬 마음이었다.
엄..?
솔직히 말하면 아무것도 없는 드넓은 초원에 차강소바라가만 덩그러니 놓여 있으니 처음 봤을 때 이게 다야..? 싶었다. 사진만 봤을 땐 그랜드 캐니언급으로 엄청 장황하고 자연에 압도되는 곳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작아 놀랬다. 역시 부풀어진 기대의 입맛을 맞추기란 참 어렵다.
첫 명소에 실망감이 꽤나 컸지만 푸르공을 타고 오지를 달리는 일만으로 충분히 몽골여행의 만족도를 높여주었다.
우리의 첫 게르에 도착했다. 이 날의 기억은 차강소바라보다 게르에서의 기억이 더 강렬하다.
'게게 지금 가지 말고, 나랑 게임하자'드넓은 초원에서 4~5개의 게르를 덩그러니 놓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아주머니네 아들이다. 게르에 들리는 손님들을 제외하고 사람이 없는 이곳에서 이 아이에게 가장 소중한 놀이는 사람과의 소통이었던 것 같았다. 다음 날, 다음 여행지를 위해 발길을 돌릴 때 이 아이가 운전자 게게에게 보여 준 모습이 마음에 걸려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 아이에게도 나의 어린 시절처럼, 사람들과 반복되는 헤어짐의 슬픔보다는 반복되는 새로운 만남의 설렘이 더 크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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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6월부터 로컬 여행자의 여정기를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
매주 목요일마다
한 달에 1명의 여행자씩
짧고 간결하게
정보성이 아닌 '이야기'를 중점으로
여정의 길을 늘 갈망하는 이들에게 재미난 에피소드로, 일상의 지루한 틈을 타 짧은 여행을 보내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그 경험이 모여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나게 만들어 주는 동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여행의 이야기들을 모아, 지금 바로 move or a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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