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소 탐방과 매거진 교정 및 편집을 지속하며 이외 개인 업무를 하다 보니 어느덧 24일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텀블벅 후원 목표금액은 50만 원이었지만, 최소 30명 이상의 구매자가 있어야 매거진 인쇄에 적자가 생기지 않아서 마지막까지 심장이 쫄깃하였다.
끝나기 직전에 더 많은 독자들이 후원해주셔서 감사하게도 목표금액보다 높은 164%를 달성할 수 있었다. 또한, 목표했던 후원자 수도 30명을 넘겼다. 야홋~
디자인과 구매 기간이 드디어 끝이 났다. 하지만 인쇄물이 나오는 순간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인쇄소 지정부터 포장 그리고 배송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보았다.
네 스앵님..
#01
인쇄소 탐방기
인쇄물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디자인을 실물로 잘 구현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쇄소를 선정함에 있어 굉장히 심혈을 기울였다.
일단 인쇄를 해야 할 품목들이 아래와 같았다.
1. 매거진 인쇄
2. 스티커+ 엽서 인쇄
3. 패브릭 포스터 인쇄
3가지 모두 인쇄 재료 자체가 다르다 보니 품목에 맞춰서 인쇄소를 다르게 선정하였다. 그리고 대학교 때 여러 인쇄소를 지나쳐 온 경험들을 통해 최종 인쇄소 선정 기준은 아래와 같았다.
1. 인쇄소 직원분들이 커뮤니케이션을 잘해주시는지
대학교 재학 당시 충무로 인쇄 골목에 위치한 여러 인쇄소들을 들락날락하면서 느낀 것은 담당 직원분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따라 최종 인쇄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커뮤니케이션을 적극적으로 하는 인쇄소는 최종 인쇄 직전 원본 파일, 종이, 후가공 등을 꼼꼼하게 확인 후 예약자에게 연락을 주신다. 그 과정에서 인쇄 시 문제가 발생할 것 같은 요소들을 반드시 고지 해주신다.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인쇄소도 꽤 있기 때문에 이 점을 가장 첫 번째로 우선시하였다.
2. 인쇄소가 가지고 있는 종이의 상태, 인쇄 기계가 우수한지
소량인쇄의 경우 디지털인쇄를 해야한다. 어떠한 인쇄소 담당자님 말씀으로는 디지털인쇄기는 인쇄 구현이 거의 비슷비슷하다고 하였지만, 막상 가제본을 해보면 컬러의 선명도에서 차이가 꽤 났었다. 종이 또한 똑같은 종이여도 인쇄소에서 오랫동안 방치해놓은 종이인 경우 색깔이 바래져있는 경우가 있었다.
3. 인쇄 가격이 적당한지
텀블벅 프로젝트는 수익창출의 목적보다는 '사람들이 나의 글을 읽어주는지' / '기획하고 있는 여행프로젝트에 대한 홍보와 첫 시작'에 의의를 둔 프로젝트이었기 때문에 후원해주는 모금 안에서 최대한 인쇄비용을 맞춰야 했다.
이 모든 기준을 알 수 있는 방법은 가제본 밖에 없다. 충무로가 가까운 편이기도 하고 항상 가제본을 직접 찾으러 갔을 때마다 인쇄물에 문제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직원분들께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편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도 발로 뛰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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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브릭 포스터와 스티커 + 엽서 같은 경우에는 이전에 인쇄 경험이 만족스러웠던 두 곳이 있었다. 그래서 긴 고민과 가제본 없이 바로 최종 인쇄소를 지정할 수 있었다.
문제는 매거진 인쇄였다. 페이지 수도 많고 인쇄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쉬운 그라데이션 디자인 요소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가제본을 진행했어야 했다.
어느 인쇄소를 가야 하나? 책 제본만큼은 만족도가 높았던 인쇄소가 당장 생각나지 않아서 고민을 엄청하고 있을 찰나, 텀블벅을 통해 어떠한 인쇄소에서 메시지가 왔었다. 인쇄 가격도 꽤 괜찮고 생각나는 인쇄소가 딱히 없었으니 가제본이나 한번 해보자! 싶어 이곳에서 가제본을 신청하고 인쇄물을 받으러 충무로로 향했다.
음...엄? 책을 받아 내용물을 확인해보니 그라데이션 깨짐과 더불어 pdf에 누락된 사진들이 그대로 인쇄가 되었다. 인쇄가 들어가기 전 대게 인쇄소에서 최종 pdf 확인 후 누락된 사진이 있을 시 연락을 해주시는데 파일 재확인도 없이 그냥 인쇄가 진행된 것 같았다. 또한, 견적 신청을 사이트를 통해 했어야 했는데 자꾸 사이트가 오류가 나서 이메일로 보냈더니 대놓고 응대하기 귀찮아하시는 게 너무 느껴졌었다. 고민도 없이 선택지에 지워버렸다.
다시 고민에 빠지기 시작하였다. 어느 인쇄소를 가야 하는가~~~
당장 또 생각나는 곳은 속초에서 매거진 프로젝트를 했던 책자 전문 인쇄소였다. 인쇄물 만족도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직원분들이 친절하셨던 기억이 나 바로 다음날 가제본 신청 후, 또 충무로로 향하였다.
두 번째 가제본을 통해 그라데이션 깨짐 문제는 일러스트레이터 작업에서 [래스트화]를 안 시킨 것이 문제임을 알 수 있었다. 이 문제는 해결함과 동시에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였다. 유독 이곳에서 가제본 한 인쇄물이 색이 탁한 것이었다. 또한, 가제본을 하러 직접 인쇄소를 갔을 때 이것저것 물어보고 사무실에 나와있는 다른 고객님들의 인쇄물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판매용 책자보다 기업 내부에서 쓰이는 책자를 많이 받으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종이 재질도 다른 인쇄소에 비해서 많이 한정적이고 빠르게 인쇄물을 찍고 내보내는 느낌을 현장에서 많이 받았다. 아쉽지만 이곳도 선택지에서 비껴가게 되었다.
근데 이제 시간이 없,.. 내일모레 프로젝트 결제 마감인데..?
이제는 진짜 인쇄소를 결정지어야 할 때가 와서 열심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익숙한 인쇄소 이름을 발견하였다. 왜 이렇게 익숙하지..?라는 생각과 동시에 과거 이곳에서 인쇄를 해본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대학시절 내 이용했던 인쇄소 중 가장 인쇄 만족도가 높은 곳도 이곳임을 떠오르게 되었다.
오예 만족도가 높았는데 왜 이게 이제 생각나는 거지..?
이마를 챱! 시원하게 내리치며 마지막 심정으로 이곳에 가제본을 넣고난 후 오늘도 정겨운 충무로로 향하였다. 익숙한 길들을 지나치다보니 어느새 인쇄물을 마주하였다.
1일 1충무로 탐방의 끝 인쇄물 색도 이상이 없었고 그라데이션도 큰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1일 1충무로 끝에 최종 책자 인쇄소를 선정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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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도착 프로젝트가 끝난 다음 날, 책자 / 패브릭포스터 / 스티커+엽서로 나눠 세 곳의 인쇄소에 견적을 받고 파일 넘겼다. 책자 파일과 스티커 파일에 문제가 생겨 여러 번 다시 작업을 했었지만, 직원분들이 끝까지 꼼꼼히 체크해주신 덕분에 최종 인쇄물에서는 아무런 문제 없이 모든 인쇄물을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세 곳의 인쇄소를 아주 유용하게 이용할 것 같다. 만족!
#02
포장
인쇄물을 받았으면 이제는 포장의 시작이다. 포장은 최대한 친환경을 생각하여 비닐과 테이프를 자제하려고 노력하였다. 돈을 더 투자하여 에어캡 대신 종이 완충제를 활용하고, 비닐 택배 포장지 대신 종이 택배 상자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비닐테이프 대신 크라프트 테이프를 활용하였다. 내 나름 노력은 했다만 아예 비닐 포장지와 투명 테이프를 안 쓰기는 힘들어 이 정도로 포장재 준비를 마무리하였다.
포장재 비용은 이 정도!
인쇄 내용물을 확인을 하며 포장지를 종류별대로 펼쳐보았다. 차곡차곡 책자 비닐포장을 끝내고, 엽서 포장도 끝내고, 이제 스티커 포장을 할 준비를 함 하부자~
이케이케 함 하부자 응..? 하... 분명 사이즈를 체크하고 사긴 했는데 미쳐 접착제 부분까지 생각 못했다. 멍청하지만 귀여운 실수니 봐주겠다
그렇다면 포스터 포장 먼저..? 넌 또 왜... 이번엔 패브릭 포장지가 부족하였다. 안 그래도 나가기 귀찮았는데 나가야 할 명분이 두 가지나 생겨버렸다. 급하게 다이소로 달려가 포장지를 추가로 구매하고 나서야 모든 포장을 마칠 수 있었다.
각각의 인쇄물 비닐 포장을 마치고 다음 단계인 전체 포장으로 넘어왔다. 전체 포장부터는 비닐과 투명 테이프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마끈과 종이 완충제를 활용하여 포장을 하였다.
열심열심 대학교 때 파리바게트와 올리브영에서 리본을 기계처럼 묶었던 경험이 이 순간 아주 유용하게 쓰였다. 역시 쓸모없는 경험은 없는 것 같다. 첫 상업용 책자였기에 감사함을 눌러 담아 모두에게 손편지도 함께 써보았다! 그렇게 포장 완료~
#03
택배 발송
인쇄물 발송의 경우, 택배발송과 직접배송 두 가지 방법으로 나누었다. 종이 인쇄물이 주였기 때문에 인쇄물이 최대한 망가지지 않는 상태로 전달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구매자 중 가까이 사는 친한 지인들에게는 직접 배송을 해주기로 결정하였다.
직접배송과 택배배송을 위한 마지막 택배 포장을 하기 시작하였다. 택배 포장까지 마치면 포장의 늪에서 드디어 벗어날 수 있다.
택배 상자 높이가 꽤 남는 편이어서 아래 위로 종이 완충제를 넉넉하게 채웠다. 부디 안전배송 되기를 바라며~~
드디어 ㄲㅡㅌ... 고생했ㄷr.. 나 자신.. 근데 아직 안끝남..ㅎ
종이봉투에 담아 직접배송을 완료하고 난 후 택배 배송을 해야 했다. 정말정말 다행이게도 공휴일이 껴있어서 아빠가 일을 쉬었다. 아빠찬스를 이용해 택배물을 차에 차곡차곡 담고 편의점으로 향하여 택배를 보낼 수 있었다. 다만 개수와 부피가 꽤나 있던 편이어서 편의점 한 곳에서 20여 개의 택배물을 다 보내지 못하고 5개씩 나눠 4군데 편의점을 돌고 나서야 택배를 모두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사진 계정에서 이벤트를 한 매거진 + 엽서 제공 당첨자 5분에게 우체국 택배를 보내고 나서야 정말 모든 할 일을 끝낼 수 있었다!
훠우~~~
디자인부터 택배 발송까지 약 2개월 정도가 걸린 것 같다. 시간 대비 수익은 정말 남는 것이 없었지만 내가 직접 쓴 글을 사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한 경험이었다. 또한, 이 과정 속에서 금액 책정, 좋은 인쇄소, 포장재 비용 투자 등 좋은 것들을 많이 알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여행매거진 <moa>의 행보는 여기서 끝이 아니고 이제 시작이니 계속해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너무 감사드리겠다-!
텀블벅을 마무리하며
<텀블벅 후기>
1. 인쇄물은 시간 투자 대비 큰 수익을 기대하기 매우 어렵다. 수익을 얻고 싶다면 전자책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2. 하지만, 오감을 느낄 수 있는 인쇄물은 확실히 매력이 있다.
3. 오랜만에 가제본을 하고 인쇄소를 탐방하며 좋은 인쇄소들을 많이 알아내었다. 이것만으로도 큰 경험의 수익이라 생각한다.
4. 텀블벅 후원자 중 결제를 누락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다. 비용이 컸던 패키지 상품을 후원하고 결제를 안 하신 후원자분이 1명 있었다. 그러고 텀블벅에서 수수료도 떼가다보니 목표금액보다 엄청나게 많은 후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면 적자를 면치 못할 수 있다.
5. 인쇄물 중 종이 엽서, 종이 포스터, 스티커 정도는 인쇄비의 부담이 적다.
6. 돈을 주고 내 글과 생각을 읽어준다는 것은 매우 감사함 일임을 깨달았다.
<결론>
1. 인쇄물은 수익을 창출하기 매우 어렵지만, 글과 사진이 모여진 인쇄물은 매력이다. 이 두 가지를 혼합할 수 있는 <moa>의 여행 뉴스레터를 한번 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관련하여 재미난 아이디어가 떠올라 현재 기획 중에 있다. 11월을 목표로 시도해볼 생각이니 많은 관심 주면 감사할 것 같다.
2. 엽서, 포스터 정도는 수요가 있다면 스마트스토어 혹은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판매해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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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수록(Record-Surok)은 행사나 기관을 위한 홍보물, 책자, 출판, 일러스트 등 인쇄물 중심의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이자 여행자로서의 여정을 기록하는 공간입니다.
[디자인 수록]에서는, 지구와 사람을 위한 단체와 함께 디자인을 만들어 갑니다. 더 나은 지구와 사회를 위해 내는 목소리가 디자인으로 더 힘 업어지길 바랍니다.
(mail) jin.rellow@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