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힘
사무실을 박차고 나오며 돌아오는 차 안에서
펑펑 눈물이 났다.
내가 잘못한 결과로 그만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실패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누구나 다 겪고 있는 사회의 쓴 맛을
견디지 못하고 탈출한,
너무나 연약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도 나는 박차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살기 위해서.
갑자기 생겨버린 시간들이 느슨하게만 흘러갔다.
친구들을 만나서 한참 수다를 떨고 나면
조금 괜찮은 것 같았는데
혼자 있는 시간이 되면 공허한 마음만 가득해졌다.
그동안 쌓여있는 상처와 서늘한 말들의 기억들이
계속 나를 힘들게 했다.
무기력함이라는 웅덩이에
빗물처럼 고여있는 상태가 계속되었다.
어느 날 남편이 나에게 말했다.
“ 매일 아침에 달리기를 해보는 건 어때? 30분 정도.
하루 30분만 달려도
오늘 하루 잘 살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이를 아침에 학교에 데려다주고
바로 운동장으로 갔다.
그동안 숨쉬기 운동만 하던 내가,
30분 달리기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내 몸이 이렇게 무거웠구나.
흔들리는 엉덩이와 뱃살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힘들지만 의지를 내어
하루 아침 30분 달리기에 성공하자,
그날 하루 잘 산 것만 같은 성취감을 경험했다.
하루 중 내가 펄떡펄떡 살아있다고
온전히 느끼는 순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직 내 숨소리에만 집중하는 아침 달리기는
나에게 '살아있음'을 가르쳐 주었다.
달리기를 시작하지 않았으면
도저히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달리는 나의 등 뒤로
어두웠던 기억들이 점점 멀어져 갔다.
그러나 좋은 습관은 쉽게 생기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매번 달릴 것인가 고민을 했다.
오늘은 그냥 쉬자,
넘어가려다가 맘을 고쳐먹고 달리기를 선택한다.
역시 달리길 잘했다!
그래 나오기까지가 문제지,
정작 나오면 너무 상쾌한 기분에 날아갈 것 같았다.
어제보다 조금 나아지기 위해,
매일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힘의 능력을 믿게 되었다.
상사의 폭언이 할퀴고 간 자리에는
깊은 흉터가 남았지만,
그 흉터 위로 나는 매일 아침 운동화 끈을 묶으며
새 살을 틔운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달리기를 하며 깨달았다.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 위해
전력 질주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이제 나는 내 캔버스에 타인이 강요한 색이 아닌,
내가 고른 선명한 빛깔들을 채워 넣으려 한다.
조금 느려도 괜찮고,
잠시 멈춰 서서 가쁜 숨을 골라도 좋다.
그렇게 나는 나를 향해 멈추지 않고
매일 한 걸음씩 기꺼이 달려갈 것이다.
비바람은 지났고, 땅은 단단해졌다.
나는 오늘도 운동화 끈을 조여 맨다.
나의 계절은 이제 막,
가장 눈부신 꽃을 피울 준비를 마쳤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