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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한 초콜릿 Aug 18. 2023

초콜릿 보관하는 방법

냉장고에 넣지 마시길 

사실 더울 때는 초콜릿같이 녹아서 끈적이는 식품은 별로 안 찾게 되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더운 여름, 시원한 실내에서 풍미작렬 초콜릿 한조각을 베어무는 낭만이란!


아무튼 요즘 전세계 기온이 많이 올라 더위가 극성을 부린다. 겨울철에는 실온에 초콜릿을 방치해 두어도 딱히 문제 될 부분이 없어서 고민할 필요가 없지만 문제는 덥고 습한 여름철, 어떻게 초콜릿을 보관할지가 고민이다.


우선 여름, 겨울, 온도, 습도 상관없이 항상 지켜야 할 규칙은 '밀봉'과 '그늘'이다.

초콜릿의 카카오 버터는 지방 입자로, 지방 입자는 맛과 향을 흡수하고 내뿜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초콜릿이 혀에 닿아 녹을 때 지방 입자가 고르게 분포되며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주변 냄새를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는 초콜릿은 밀봉, 밀폐하여 보관해야 한다. 그래야 주변의 다른 냄새를 흡수하지도 않으며 초콜릿 스스로도 향을 잃지 않고 본연의 맛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다.

초콜릿은 직사광선을 좋아하지 않는다. 직사광선이 닿는 곳에 노출된 채로 보관하면 직사광선에 의해 초콜릿 속 카카오 버터 입자가 녹았다 굳었다를 반복하다 팻 블룸이 일어날 수 있다. 


팻 블룸에 대해 궁금하시면 아래의 글을 참고해 주세요.




밀봉과 그늘의 규칙을 잘 지킨다면 이제 온도와 습도에 대해 따져보아야 한다.


우선 습도!

단연 초콜릿은 습도가 높은 곳에 보관하면 안 되지만 그렇다고 사막같이 건조한 곳에 보관할 필요도 없다. 최적의 습도는 50~60% 사이가 될 것이다. 필링이 들지 않은 고체 초콜릿 solid chocolate의 경우(예: 초콜릿 바) 수분을 함유하는 재료가 없기 때문에 건조한 곳에 보관해도 상관없고 온도와 습도만 높지 않은 곳에 잘 보관하면 된다. 하지만 가나슈 등의 필링이 든 초콜릿은 당연히 습도가 높은 곳에 보관해서는 안 되지만 바삭하게 건조한 환경에 보관하는 것도 좋지는 않다. 왜냐하면 필링 속의 수분이 습도가 더 낮은 공기 중으로 이동해 필링이 마르고 갈라져 상품성이 떨어지고 식감이 좋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겨울철은 습도가 낮아서 건조하기는 하지만 초콜릿을 잘 밀봉해서 보관하면 큰 문제는 없다. 여름철의 높은 습도와 온도가 까탈스러운 조건이다. 


그리고 온도!


초콜릿 보관에 온도가 중요한 이유는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 버터'의 성질 때문이다.

카카오 버터는 여러 다른 형태의 결정체를 포함하는데 이들은 각각 다른 온도에서 녹는다.

이러한 성질 때문에 초콜릿을 만들 때 '템퍼링'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완벽한 초콜릿 형태를 얻을 수 있다.


초콜릿 템퍼링에 관한 내용은 아래 글들을 참고해 주세요.





초콜릿의 보관 온도는 섭씨 18도씨 정도가 좋으며 안전 범위는 섭씨 16~22도씨 정도까지 괜찮다.

그런데 여름철 실내 온도는 26도씨를 훌쩍 넘어간다.

사실 실내 온도가 28~29도씨가 되어도 햇볕이 들지 않는 그늘진 구석의 저장고나 찬장 같은 곳은 훨씬 서늘할 것이다. 최대한 그늘 속에서 서늘하게 보관할 수 있다면 그렇게 보관하는 게 좋다. 집 안에 분명 서늘한 구석이 한 군데는 있을 것이다.

도저히 찾을 수가 없고 그렇게 보관하기도 애매해서 냉장고에 초콜릿을 넣어버린다면?

사실 냉장고는 초콜릿을 보관하기에 좋지 않은 환경이다. (*가나슈로만 이루어진 생초콜릿은 필수로 냉장보관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냉장고는 우선 온도가 섭씨 0~5도씨이다. 최적의 초콜릿 보관 온도보다 훨씬 낮은 온도라 초콜릿이 매우 차가워진다. 매우 차가워진 초콜릿을 20도가 훌쩍 넘는 실온으로 꺼내면 그때 온습도의 차이로 초콜릿 표면에 습기가 맺혀버린다. 맺혀버린 물방울은 초콜릿의 설탕과 결합해 버려 설탕 덩어리가 생기고 거칠거칠하게 초콜릿 표면으로 나와버린다. 그리고 곰팡이처럼 생긴 반점 형태를 드러내는데 이것이 '슈가 블룸 sugar bloom' 현상이다.


슈가 블룸에 대해 궁금하시면 아래 글을 참고해 주세요.


아무래도 여름철 초콜릿을 보관할 곳이 냉장고 밖에 없다면 우선 초콜릿을 원래 포장지 상태 그대로 감싼 후 밀폐 용기에 넣는다. 자주 꺼내 먹을 양이 아니라면 밀폐 용기를 랩으로 여러 번 감싸서 더 보관을 안전하게 할 수도 있다. 이 방법은 수분이 초콜릿에 바로 도달하는 것을 예방해 주고 초콜릿이 외부 온도의 차이에서 오는 타격을 직접적으로 입는 것을 예방해주기도 한다. 밀폐 용기에 넣은 초콜릿은 먹기 30분~1시간 전에 미리 꺼내서 실온에 둔다. 실온에 둘 때도 냉장고와 너무 온도 차가 심한 곳(즉, 너무 따뜻한 실온)에 바로 두지 말고 최대한 서늘한 실온에 둔다. 밀폐 용기와 포장지를 뜯지 않은 채로 차가운 초콜릿이 실온의 온도와 거의 비슷하게 도달하게 놔둔다. 초콜릿이 실온 온도와 유사해지고 표면에 습기가 없을 때 초콜릿을 즐길 수 있다. 


냉장 보관을 추천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냉장고에는 각종 음식들이 보관되어 있고 그 음식 냄새가 초콜릿에 쉽게 스며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치. 그래서 초콜릿을 밀폐 용기에 넣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도 하다. 게다가 온도가 낮아진 초콜릿은 바로 먹어봐야 혀에 닿자마자 초콜릿이 사르르 녹는 현상이 뒤쳐지기 때문에 그 풍미를 제대로 즐길 수도 없다. 


나도 당이 필요할 땐 초콜릿을 와구와구 씹어 먹을 수 있지만 미식으로서 초콜릿을 즐길 때는 최대한 그 미식 경험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집에 와인 냉장고가 있다면 와인 냉장고는 초콜릿을 보관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와인 냉장고의 온도는 초콜릿 보관 온도에 딱 들어맞아 온습도가 유지되며 냄새가 강한 다른 음식이 함께 보관될 일도 없기에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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