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ulgence
초콜릿
쵸-코-ㄹ-릿
어떻게 이렇게 부르는 방법부터가 매력적인지, 전 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입에 착 달라붙는 발음.
입 안 가득 초콜릿이 녹아 퍼지면 그 깊고 진한 향과 감촉은 정말 탐닉할 수밖에 없는 미친 존재.
항상 강조하지만, 초콜릿에 빠지지 않은 사람은 제대로 된 초콜릿을 경험해보지 않았을 뿐이다.
초콜릿이 그렇게 고급 식품으로 여겨지지 않았을 당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난 여전히 초콜릿에 대해 떠들곤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콜릿에 대해 이렇게 관심을 보이며 이야기하는 나를 신기해했고, 내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고 싶었던 친절한 몇몇 사람들은 '잘은 모르지만 다크 초콜릿은 몸에 좋다더라고요', 또는 '초콜릿을 엄청 좋아하지는 않는데 그래도 가끔 한 조각씩 먹으면 기분 좋아요'라고 반응해 줬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아,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초콜릿에 대해 달고 건강에 해롭다는 오해는 이제 그만해주세요.]
초콜릿은 향이 꽤나 강하다.
포장지를 뜯으면 강렬한 향이 코를 스미고 들어온다.
진한 다크 초콜릿은 종종 발효의 시큼한 향도 함께 풍긴다. 흥미롭다.
그 시큼한 향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카카오 콩이 발효되면서 품게 된 시큼한 향이라는 걸 알고 나면 오히려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발효 향이 살짝 시큼하게 풍기는 다크 초콜릿은 왠지 더 신선한 느낌마저 든다. (개인적인 느낌일 뿐)
코 끝에 가까이 초콜릿 조각을 가져와 진하게 숨을 들이마신다.
초콜릿마다 풍기는 향이 다르다. 그 미세한 향을 살짝 즐긴다.
톡! 하고 부러뜨려 조각을 낸다. 경쾌한 스냅이 난다.
깔끔하지만 무일관성으로 부러진 초콜릿 조각을 입에 넣는다.
여러 '초콜릿 먹는 방법' 설명들에서 초콜릿을 천천히 녹여 먹으라고 설명하지만, 난 사실 초콜릿을 천~천히 녹이며 음미하지는 않는다. 내가 개인적으로 초콜릿을 음미하는 방법은 우선 초콜릿을 입에 넣고 그냥 씹어먹는다. 사실 초콜릿 조각이 입에서 천천히 녹기를 기다리는 데는 약간 시간이 걸린다. 난 참을 수 없다. 그래서 일단 그냥 씹어먹는다. 초콜릿을 꼭꼭 씹으면 조각들이 작아져서 훨씬 빠르게 입에서 녹는다. 그러면 그 초콜릿 입자가 입 안 전체와 혀를 감싼다. 그리고 그다음 조각은 천천히 혀와 입천장 사이에서 녹여가며 음미한다. 그리고 입을 다물고 코로 숨을 얕게 내시며 향을 느낀다. 그리고 입 안의 남은 초콜릿이 천천히 녹아 스며들 때까지 그 과정을 즐긴다. 하... 꿈만 같은 40초가 지나간다.
초콜릿, 특히 싱글 오리진 초콜릿은 개성이 강하다. 초콜릿의 산지와 농장에 따라서 드러내는 맛과 향이 매우 다르다. 빈투바 초콜릿들도 꽤나 개성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싱글 오리진 초콜릿은 단일 지역에서 생산되는 카카오만으로 만든 초콜릿으로 생산 지역과 그 지역 카카오의 특색이 강하게 드러나는 초콜릿입니다. 와인의 떼루아, 커피의 산지 등과 같은 맥락입니다.)
초콜릿 속의 지방 입자인 카카오 버터가 녹으면서 뒤에서 드러나는 맛도 있다. 초콜릿에도 시작, 중간, 끝의 풍미가 다르게 존재한다. 시작은 무난한 카카오 향과 살짝 산뜻한 과일 풍미를 내뿜다가 초콜릿이 거의 녹아 없어지고 코로 내쉬며 맡는 향이 강하게 남을 때는 진하게 코코넛 풍미를 풍기기도 한다. 혀에 닿는 순간 새콤한 과일의 산미를 내뿜다가 점점 뒤로 갈수록 온화하고 부드러우면서 깔끔하게 끝나는 초콜릿도 있다.
개성이 강하다고 무조건 좋은 초콜릿은 아니다. 싱글 오리진 초콜릿이 아닌 블렌드 초콜릿(여러 산지의 카카오를 섞어서 만든 초콜릿)도 훌륭한 제품이 많으며, 둥그스름한 맛의 장점을 지닌 초콜릿은 다른 재료와 결합하기에도 좋다.
초콜릿 봉봉은 고체 초콜릿과 또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초콜릿 봉봉은 정말 그 자체로 행복이 아닐까? 초콜릿 상자 뚜껑을 열었을 때 아름답게 들어있는 작은 조각들. 그중 무엇을 먼저 먹을까 고르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초콜릿 봉봉은 다른 재료와 결합해 그 맛을 나타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식감이 부드럽고 입에서 잘 녹으므로 딱딱한 고체 초콜릿보다 먹기 편리하다.
초콜릿 봉봉을 꺼내든다.
작은 칼로 반을 가른다. 또는 반을 베어문다. 단면을 살핀다. 혀에 단면이 먼저 닿게 해 초콜릿 봉봉 필링의 온전한 맛을 살짝 느껴본다. 그리고 초콜릿 쉘과 필링 전체를 함께 씹으며 어우러지는 맛을 느낀다.
초콜릿 봉봉마다 다른 식감, 다른 맛과 향을 음미한다.
행복하다.
세상에 이런 존재가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초콜릿이야 말로 정말 신비롭고 행복한 물질이 아닐까? 글을 쓰면 쓸수록 초콜릿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져서 여기서 멈춰야겠다.
초콜릿은 진정한 탐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