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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한 초콜릿 Nov 28. 2023

비건이 먹을 수 있는 밀크 초콜릿

어떻게? 우유 대신...! 

비건Vegan은 채식주의 식단을 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초콜릿은 비건 식품일까?


정답은 예, 아니오. 둘 다 해당된다.


다크 초콜릿은 비건이다. 다크 초콜릿에는 카카오(식물성) 성분 이외의 다른 동물성 제품이 첨가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건도 다크 초콜릿을 섭취할 수 있다.


하지만 밀크 초콜릿과 화이트 초콜릿은 전지분유(밀크 파우더)가 들어가는데 따라서 동물성 제품(우유)이 첨가되기 때문에 비건 식품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밀크 초콜릿이, 또는 다크 초콜릿이 아닌 다른 초콜릿이 비건 식품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당연히 있다.


밀크 초콜릿을 기준으로 예시를 들어보자.

커버춰 밀크 초콜릿은 평균적으로 카카오 함량이 30~40% 사이이다. 그리고 밀크 파우더 함량이 대략 20% 내외이다. 나머지는 설탕과 바닐라, 레시틴 등등이 차지한다.

밀크 파우더의 유지방은 카카오 버터의 굳는 성질을 약간 느리게 저하시키고(카카오 버터 결정들의 움직임을 일부 방해하기 때문), 부드럽게 굳게 만든다.

다크 초콜릿보다 밀크 초콜릿을 깨물었을 때 더욱 부드러운 이유는 다크 초콜릿보다 밀크 초콜릿에 카카오 버터 함량이 적기도 하고 밀크 파우더의 영향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초콜릿 재료 중 이렇게 파우더 형태를 이용하여 맛을 내면 자연스럽게 그 맛이 나는 초콜릿이 되는 것이다. 초콜릿의 기본 공식을 식으로 만들어보았다.


카카오 파우더(맛) + 카카오 버터(성질) + 설탕(당도)+ 레시틴(유화) = 다크 초콜릿


이 공식에서 '맛' 부분을 변경하면 아래와 같이 만들 수 있다.


밀크 파우더 + 카카오 파우더(맛) + 카카오 버터(성질) + 설탕(당도) + 레시틴(유화) = 밀크 초콜릿

밀크 파우더(맛) + 카카오 버터(성질) + 설탕(당도) + 레시틴(유화) = 화이트 초콜릿


또 다른 예시,

과일 파우더(바나나, 산딸기 등등)(맛) + 카카오 버터(성질) + 설탕(당도) + 레시틴(유화) = 과일맛 초콜릿

맛차 파우더(맛) + 카카오 버터(성질) + 설탕(당도) + 레시틴(유화) = 맛차맛 초콜릿


무궁무진한 세계! 


이런 버전으로 발로나에서 출시되는 제품들 중 인스피레이션Inspiration 라인이 있다.




이번에 새로 알게 된 초콜릿인데 얼마 전 유기농 제품 및 고메 식품 등을 모아 파는 슈퍼에 들어가서 초콜릿 코너를 가볍게 둘러보던 중 흥미로운 녀석을 발견했다.


바로 Pico의 Hazelnut M*lk 초콜릿. 스위스산 초콜릿이며 비건, 오가닉, 공정무역, NON-GMO 등 여러 표기가 되어있다.




영어권에서 M*lk는 Milk(우유)의 성질을 가진 제품과 유사하지만 실제로 우유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 저렇게 많이 표기한다. 특히 비건 식품에서 많이 활용되는 경우이다. 

그러니까 이 초콜릿은 헤이즐넛 밀크 초콜릿인데 사실 우유 제품이 들어가지 않은 비건 초콜릿이었다.


카카오 함량은 45%로 절대 다크는 아니고, 제품 표기에서도 밀크 초콜릿의 은유법을 나타내어 사용했는데 보통 이런 경우 밀크 파우더 대신 라이스 파우더(쌀가루), 코코넛 파우더 등을 사용해서 밀크 초콜릿의 맛과 식감을 따라잡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초콜릿 재료명에는 아무런 우유 '느낌'을 내줄 파우더가 없는 것이다.

다시 찬찬히 보니 헤이즐넛 가루(ground hazelnut)을 이용한 것이었다.

사실 견과류 가루(아몬드 가루, 헤이즐넛 가루 등)를 이용해서 초콜릿을 만드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굉장히 참신하게 다가왔다. 

나름 인스피레이션 범위도 알고 있고 어떻게 생산되는지도 알고 있으며 재료 사용을 어떻게 하는지도 알고 있는 편인데 왜 헤이즐넛 가루는 생각을 못했지? 

아무튼 헤이즐넛 맛 초콜릿인 만큼 헤이즐넛 가루로 만든 M*lk 초콜릿!


사실 이 초콜릿을 집어들 때 비건 밀크 초콜릿이라는 사실보다 이눌린Inulin이 사용된 점이 너무 흥미로워서 구매했다. 

최근 2개의 이눌린 관련 글을 작성했는데 두 글을 작성하는 사이에 이 초콜릿을 발견한 것이다. 평소에 그 초콜릿 진열대를 몇 번 갔었는데 그냥 지나치고 딱히 자세히 둘러보진 않았었는데 그 날따라 이상하게 이 초콜릿을 집어서 재료명을 보니 이눌린이 있었다.




전통적으로는 초콜릿에 유화제로 대두 레시틴(soy lecithin)이 사용되어 왔는데 몇 년 전부터는 알러젠(알러지를 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인 대두(콩)을 제거하기 위해 큰 초콜릿 회사들은 레시틴을 해바라기씨 레시틴으로 바꾸었다. 


Pico의 Hazelnut M*lk 초콜릿에 이눌린이 들어간 걸 보고 유화제로 이눌린을 사용했다고 생각했는데 제품 포장을 다시 읽어보니 'No Emulsifier'라고 적혀있다. 따라서 이눌린을 유화제 역할로 사용한 것은 아니니 설탕 함량을 줄이면서 설탕을 역할을 보조하기 위해 사용된 것 같다.


Ingredients(원재료)

Cocoa Solids카카오 고형분(Cocoa butter카카오 버터, Cocoa Mass카카오 매스), Sugar설탕, Hazelnut pieces헤이즐넛 조각, Ground hazelnut헤이즐넛 가루, Inulin, Vanilla pods(바닐라빈)



Pico에서 나온 다른 제품들도 살펴보았는데 Inulin이 사용된 제품은 Original M*lk와 Hazelnut M*lk 뿐이었다.


고체 초콜릿 바에 이눌린이 사용되었다는 점이 나에게 새로웠으며 이눌린에 대해 공부를 하던 참이라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게 만들었다. 




아무튼 견과류는 씹는 맛이 있어야제잉! 

당연히 헤이즐넛 가루만 사용해서 맛을 낸 것은 아니고 헤이즐넛 조각들이 잔뜩 들어있다.


헤이즐넛의 고소한 맛이 가득 퍼지고 입 안에서 굉장히 부드럽고 빠르게 녹아 없어진다. 

카카오 함량이 보통 밀크 초콜릿보다 훨씬 높은 45%인 만큼 많이 달지가 않고 꽤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초콜릿이라고 생각된다. 




맛은 솔직히 말하면 우유가 주는 특유의 묵직한 고소함은 없다. 

특이하게 단맛이 설탕으로 나는 일반 초콜릿의 단맛과 좀 다르게 가벼운 단맛이라고 난다.

마치 스테비아같은 느낌의 단맛인데, 그런 설탕 대체제 특유의 끝맛 따위는 없다. 왜냐하면 실제로 재료에 사용되지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가볍게 산뜻한 단맛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눌린도 당도를 지니기 때문에 설탕 대용으로도 사용되는데 이눌린의 역할일까? 하지만 설탕도 사용되었기 때문에 완전히 이눌린으로 단맛을 대체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일반 하얀 설탕이 대체된 단맛을 느끼니 꽤 색다른걸? (참고로 이눌린은 자연 추출 당으로 프락토 올리고당이 이눌린의 일종입니다. 당 섬유질.)


개인적으로는 바디감이 높은 초콜릿을 선호하는 편이라 다시 사먹을 것 같지는 않지만 굉장히 흥미로운 초콜릿이다. 비건인데 밀크 초콜릿을 먹고 싶다면 매우 추천할 수 있다.


비건 오가닉 초콜릿 Pico Chocolate

https://www.picochocol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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