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또 오셨어요? 그래도 반가운 얼굴

by 제발버터


사회복지 민원대와 행정 민원대의 가장 큰 차이라면, 아마 낯익은 얼굴들이 자주 찾아온다는 점일 것이다. 복지 업무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자주 뵙는 분들이 생긴다. 며칠에 한 번씩, 혹은 하루에도 두 번씩 들르는 어르신들. 그들의 이름을 외우고, 목소리를 기억하고, 그 사람의 걸음걸이까지 익숙해진다.

그중에서도 요즘은 금테 안경을 쓰신 할머니와 자주 마주친다. 하얗게 센 머리칼과 굽은 허리, 그리고 나를 보면 방긋 웃으며 힘차게 손을 흔드시는 분. 오늘만 벌써 두 번째다.


오전

“안녕하세요, 할머니! 오늘도 오셨네요. 접수센터에는 전화해보셨어요?”

“응. 근데 뭘 준비하라는 건지 모르겠어. 전화 좀 대신해주면 안 돼?”

“아이고, 알겠어요. 휴대폰 주세요.”

“배우자 신분증이랑 초본이 필요하대요. 배우자 신분증은 혹시 가지고 오셨어요?”

“아이고, 또 그걸 안 가져왔네. 금방 다녀올게.”

“네, 조심히 다녀오세요.”

잽싸게 굽은 허리로 유모차를 밀며 나가는 뒷모습이 왠지 정겹게 느껴졌다.


오후

할머니는 이젠 번호표 따위 필요 없다. 곧장 내 자리로 오신다.

“선생님, 이번엔 신분증 진짜 챙기셨죠?”

“그럼~ 근데 이상하네. 분명히 챙겼는데… 또 어디다 뒀나 몰라.”

굽은 허리로 유모차를 뒤적이시는 모습에 나도 민원대에서 일어나 함께 가방을 뒤졌다.

“거기 안쪽에 혹시 또 떨어뜨린 거 아니에요?”

“아이고, 없어. 내가 나이가 먹어서 그런가 봐.”

“오늘만 두 번 왔다 갔다 하셨는데, 힘들어서 어떡해요. 그냥 내일 오셔도 돼요.”

“아니야, 이거 빨리 해야지 돈이 들어오지.”

그 말에 웃음이 터졌다. 그건 정말 부정할 수 없는 진심이었다.


다음날

“사무관님~ 나 왔어요.”

“어제 온다더니 오늘 오셨네요. 잘하셨어요. 신분증은 찾으셨어요?”

“아이고, 내가 다른 옷에 넣어놨더라고. 그 옷을 입고 나왔어야지, 참 주책이지.”

“그래도 찾으셔서 다행이에요. 이제 진짜 끝이에요. 더는 안 오셔도 돼요.”

“끝이여? 아이고, 고마워. 나 땜에 고생했지.”

“아녜요, 제가 뭐한 게 있나요. 선생님이 고생하셨죠.”

그렇게 한바탕의 서류전쟁이 끝났다.


그날 이후로도 할머니는 가끔 주민센터로 오실때마다 날 보며 손을 흔드신다. 그 웃음이 보이면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게 된다. 민원대에서 일하다 보면 수많은 사연을 듣고, 때로는 피곤하고, 때로는 무심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정이 스며드는 순간들이 있다.

오늘도 할머니는 내게 유튜브에서 노인들한테 삼십만원 준다는데 가짜뉴스냐고 물어보러 오셨다. 그런 할머니를 보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할머니 오래 오래 사세요.’

그리고 문득, 나도 오래 이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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