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아침부터 날 붙잡고 한풀이를 하신다. 왜 나는 10만원을 못받느냐고. 아무리 그에게 당신이 가진 아파트가 너무 비싼 아파트라서 제외된거라고 설명해도 소용없다. 그녀는 내가 열심히 산 게 죄냐고 한참을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돌아갔다.
벌써 민생회복쿠폰 2차가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다행히 1차 때처럼 사람들이 미친듯이 몰리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1차 당시에는 아침 8시부터 대기 인원이 100명에 달할 정도로 어르신들의 ‘오픈런’이 이어졌는데 그 어마어마한 대기를 겪고 나니, 2차에서는 어르신들도 한발 물러선 듯한 모습이다. 올해 신규 공무원으로 임용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통령 선거에 이어 민생회복쿠폰 지급까지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 큰 이벤트를 두 번이나 경험하게 되었으니, 내게도 꽤 특별한 한 해 인 듯 하다.
쿠폰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의 반응은 참 다양하다. 1차때는 어떤 분은 “이걸로 한 달은 숨통이 트인다”며 고마움을 표현하시고, 또 어떤 분은 “왜 부자들한테까지 주냐”며 불평을 하였다. 심지어 “나는 이 정책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받는다”며 투덜거리시는 분도 계셨다. 같은 쿠폰을 두고도 이렇게 다른 의견이 오가는 모습을 보니, 직접 정책을 설계하는 위치는 아니었지만, 최전선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경험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2차때는 자신이 상위 10프로라는 것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의 하소연이 이어진다. 한 할머니는 내게 왜 10만원을 못받냐며 하소연을 하신다. 할머니가 워낙 돈이 많아서 그렇다고 해도 자신이 열심히 살은 것 뿐인데 열심히 산 사람은 돈을 못받고 열심히 안 산 사람들이 돈을 받는거냐며 역정을 내셨다. 할머니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 싶겠다. 하지만 내가 그 기준을 정한 것이 아니기에 나한테 하소연해도 사실상 달라질 것은 없다. 한참을 억울함을 호소하던 할머니는 결국 포기하고 걸음을 옮겼다.
주민센터에서 일한다고 하면 ‘말단 업무’라고 여겨져서 별로 중요한 일을 안한다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하지만 이렇게 일선에서 민원인을 직접 만나고, 정책이 실제로 사람들에게 어떤 반응을 불러오는지를 몸소 겪다 보면, 작은 자리에서도 뉴스에서만 보던 정책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행정은 단순히 종이 위에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결국 사람들의 삶과 맞닿아 있음을 새롭게 배운다라고나 할까나.